“오늘도 달립니다”, 배우 성두섭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성두섭은 연극,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부단히도 내달려왔다. “날씨가 참 좋아요”라고 말하는 <빨래>속 몽골청년 솔롱고의 모습에서는 마음을 울리는 온기를, 샤방한 웃음과 함께 “누나”를 외치는 <늑대의 유혹> 정태성의 모습에서는 눈을 사로잡는 훈기를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뮤지컬 <빨래>와 역동적인 뮤지컬 <늑대의 유혹>을 오가며 ‘변신’의 시험대를 통과하고 있는 훈훈한 배우, 성두섭이다.


의외였다. ‘아이돌’을 전면으로 내세운 뮤지컬 <늑대의 유혹>에서, 그것도 18세 고등학생 역할의 성두섭을 만나게 된 것은.

“처음 작품 제의를 받았을 때 대본도 못 본 상태였고, 주크박스 뮤지컬인 것도 몰랐어요. 창작초연이라는 점이 끌렸었는데 영화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 배우 이미지가 정말 강했잖아요,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는데 영화와는 확실히 달라요. 다른 창작초연을 할 때보다 마음 고생을 많이 해서 ‘괜히 한다고 했나’라는 후회도 했었어요.”

“드라마와 드라마가 쌓여서 상황을 만들어내는 <빨래>같은 작품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는 성두섭에게 <늑대의 유혹>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게 드라마적으로 나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는데, 스토리 점프가 많았어요. 남자 주인공들의 드라마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출님은 “이렇게 하면 된다, 해봐라”라고 말씀하시는데 처음에는 납득이 안되니까 몸이 안 움직이는 거에요. 그런데 관객 반응이 정말 좋아요. 탄탄한 드라마가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그런 반응이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드라마가 있어야 되는가’, 그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게 이 작품이에요. 의외성을 가진 코미디 요소도 많고, 대놓고 쌩뚱 맞게 웃겨주니까 관객분들은 ‘쇼’라는 개념으로 즐겨주세요. ‘드라마로 흘러가야 한다’는 제 고정관념을 깨게 해준, 작품을 보는 시선을 더 넓게 만들어준 작품이 된 것 같아요. 그 동안 배우로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하게 해줬어요.”


대학교 댄스 동아리 출신인 성두섭이지만, <그리스> 이후에 5년 만에 돌아온 ‘댄스’ 중심 무대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스>를 하면서 오재익 선생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었는데도 5년 만에 다시 춤을 추려니까 힘들더라고요. (웃음) 소극장에서는 격렬한 춤을 출 일이 별로 없었잖아요. ‘오정반합’을 하고 나면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정말 힘들어요.”

주먹으로 학교를 평정한 정태성 성두섭은 <빨래>로 돌아오면 동네 아저씨들의 무자비한 발길질도 참아내는 솔롱고로 변신한다.

“<빨래> 오디션을 보기 전에 전 시즌 배우들의 공연을 봤었는데, 우리들에게 있을 법한 일들이 디테일하고 극적으로 보였어요. 탄탄한 드라마 속에 ‘내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겁을 먹었는데. 노력을 많이 했어요. 솔롱고 특유의 억양도 공부하고, 표현도 배우고…. 공연을 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에요.”

‘무대에서 큰 몫을 해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빨래>는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공연인 만큼 일 년이 넘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작품이다.


“아홉 번째 시즌에 세 명의 솔롱고가 있는데요, 말투부터 시작해서 각 배우 별로 다 달라요. 전 불쌍한 느낌의 솔롱고 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국에 온 희망적인 솔롱고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순수하고 희망적인 모습의 솔롱고가 되고 싶어서 가능한 많이 웃어요. 맞고 나서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면서 버텨요. 불쌍한 게 아니라 정말 강한 사람인 거죠. 자기가 이루려는 꿈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버티고, 달려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거에요.”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김종욱 찾기><극적인 하룻밤><옥탑방 고양이>등 손꼽히는 로맨스 창작 작품에는 ‘성두섭’ 세 글자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 어느 공연장, 어느 작품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배우인 것 같아요. ‘성두섭이 나오는 공연을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셨을 때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가까이 있는 배우요. 누군가는 “그렇게 쉬지 않고 하면 작품 퀄리티가 유지가 되겠냐”고 하시는데 각 작품이 주는 에너지는 다르거든요. 물론 체력적으로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지금은 무대에 서 있다는 자체가 재미있고, 저에게는 가장 즐거운 일이에요.”

성두섭은 <쓰릴미>,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다는 <지킬앤하이드> 무대를 ‘도전’이라는 단어속에 품고 있다.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차근차근 해내고 싶어요. 연륜이 좀 더 쌓인다면, 꿈꿔왔던 작품들도 하나씩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도전이 두렵지는 않아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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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 2011.08.04

    성배우님 빨래에서 처음봤습니다. 워낙 유명해도 전 처음 본 창작뮤지컬이라 너무 많은 감동과 눈물을 흘린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늘 빨래는 추천하고 다녀요. 특히 성배우님의 솔롱고는 가슴을 아릿하게 하면서도 맑은 기운이 감도는게 참 매력이 있었어요. 마지막 해피엔딩처럼 성배우님의 배우인생도 해피엔딩이길 빕니다. 다른 작품도 꼭 보러 갈게요. ^^

  • A** 2011.08.02

    성두섭 배우님은 뮤지컬 늑대의 유혹에서 처음뵙고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빨래라는 작품도 봤는데. 동시에 두작품을 표현해내는게 힘들텐데도 빨래에선 솔롱고로,늑대의 유혹에선 정태성으로 확실하게 변신을 하시더라구요 정말 연기와 노래 둘다 다 잘하시구 이번에 늑대의 유혹 뮤지컬을 아주 잘봤다고 생각해요 좋은 배우한 명을 만나게 해줬거든요^^ 앞으로 성두섭이란 배우를 눈여겨 볼려구 해요 이렇게 인터뷰에서 만나니 또 새롭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많이 만나요 성두섭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