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스틸러 ③] 빛나는 가능성, 최우리
작성일2011.10.10
조회수12,144
주연과 조연의 경계 없이 객석의 눈과 마음까지 사로잡는 빛나는 배우 열전 ‘씬스틸러’. 배역과 장면과 작품에서 살아 숨쉬는 배우들을 플레이디비가 만납니다.
뚜렷한 이목구비, 작은 체구에 폭발하는 가창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여배우의 등장에 새로움과 놀라움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험을 최우리를 앞에 두고 하고 있다. <그리스> 앙상블로 데뷔,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톡식히어로> <넌센세이션>등 차근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디바 탄생에 목마른 최근 무대에서, 최우리는 빛나는 가능성의 존재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역할이 좋아
무모한 것은 때론 용감한 것을 뜻하고, 용감함은 분명 기회를 만든다. “빨리 현장 경험을 쌓고 싶었다”는 연극영화과 대학생 최우리는 학교도 휴학하고 닥치는 데로 오디션을 본 끝에 2004년 <그리스>로 세상의 무대로 나오게 되었다.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 보면서도 아무거나 시켜주세요, 했던 거죠. 당시 <그리스>는 너무나 재밌었어요. 이선균 오빠, 김태한 오빠, 박희순 선배님, 백주희 언니 등 그 때 멤버가 모이면 다시 앙상블을 해도 좋을 정도로 즐겁게 했어요.”
<러브파티> <달고나> <겨울나그네> <컨페션> 등 연이어 작품을 한 후 2008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 스윙으로 설 때도 “작품이 좋았기 때문에 앙상블이나 스윙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그녀이지만, 작품과 만나는 제 1의 기준은 “내가 더 사랑할 수 있는 배역”이라고. 그래서 <그리스>의 마티도 <톡식히어로>의 새라도 결국 그녀의 몫이 되었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슬픈 것 같지 않은 새라의 성격이 너무 좋았어요. <톡식히어로>는 참 감사한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통해 여기저기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올해 재공연을 다시 맡겨주신 것도 굉장히 기뻤어요. 제가 새라를 좋아하는 걸 보시는 분도, 공연을 만드시는 분도 아셨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화려한 것이 무대는 아니야
“예쁘다는 말을 요즘에서야 듣는다”는 최우리의 고백이 괜한 엄살이나 겸손이 아닌 것은 <헤드윅>(2009,2011)에서 가발과 짙은 수염을 한 이츠학으로 변신, 서 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너무 꿈 같았어요.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고요. 보통 배우들이 화려하게 발산하며 자기의 모든 끼를 보여주고자 하는데, 이츠학 역을 통해서는 절제해야 하는 걸 많이 배웠어요. 이츠학은 누구는 주목하고 또 누구는 잘 안 보는 배역이지만, 이걸 통해 제가 한번 더 나아갈 수 있는데 큰 역할이 되었어요.”
TV에 나왔던 뮤지컬 배우들을 보며 그저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것이 공연인 줄 알았던 대전 소녀, 노래하고 연기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는 사람이 배우일 것 같아 서울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후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톡식히어로>와 <넌센세이션>에서
“대학교 와서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어요. 김성녀 선생님 딸인 손지원 언니가 하는 동아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조승우 오빠, 윤공주 언니 등을 보면서, 아, 뮤지컬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너무 좋고 재밌다, 하고 느꼈죠. 윤호진 선생님을 뵈면서 그 유명한 명성황후를 제작하신 분이시구나, 놀라고.(웃음) 꿈 같았어요.”
귀한 외동딸을 둔 부모님은 여전히 “돈도 못 벌고 몸만 힘든데, 평범한 직장 다녔으면 좋겠다”며 걱정하고 계신다지만 “남들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어느 곳에서든 그곳에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배우 최우리를 걷게 만들고 있다.
“당장 내일 작품이 끊길 수도 있고, 아무도 절 안 찾게 될 수도 있을 때라도 그간 경험해 왔던 걸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동네 조그만 회관이든 아프리카든 제가 설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어느 곳이든 상관 없어요. 저도 나이를 먹고 주름이 생기고 하겠지만, 그 때에 정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꿈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주인공만을 꿈꾸지 않는다. 빛나는 배역 보다, 알차게 빚어낼 수 있는 그 어떤 역을 맡아 나로 인해 빛이 나게 하는 것. 어찌 보면 최우리의 바람은 진정한 알찬 욕심이다.
“꼭 주연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탐이 나죠. 그래서 <렌트>의 모린, <올슉업>의 미스 산드라,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 역을 너무 하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좀 더 냉정해지려고 해요.”
주변 사람들이 고생도 모르고 자랐을 것 같다고 말한다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정말 순탄하지 않게 살아왔다”며 말을 아끼는 그녀는 배우의 옷을 잠시 벗고 봉사활동을 할 때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단다.
“지난 해 캄보디아에 갔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낙후된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다 울컥해서 울면 그 아이들은 우리들이 배가 고픈 줄 알고 자신의 빵을 다시 나눠주더라고요. 잘 우울해지고 좌절하고 예민한 배우들에게는 자신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 분명히 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 무대 뿐 아니라 조만간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는 그녀, ‘꿈은 바뀔 수 있는 것’임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즘 새삼 느끼는 거지만, 선배님들이 너무나 대단한 것 같아요. 무대 위에 버텨주신 것이, 이 험난한 곳에, 이 어려운 곳에 계셔 준다는 게 너무나 고마워요. 그래서 저도 있을 수 있는 거고요. 붙잡고 있는다고 모든 것이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배우를 놓고 싶지 않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언젠가 죽을 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사는 것, 그게 진정한 저의 꿈이에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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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이목구비, 작은 체구에 폭발하는 가창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여배우의 등장에 새로움과 놀라움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험을 최우리를 앞에 두고 하고 있다. <그리스> 앙상블로 데뷔,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톡식히어로> <넌센세이션>등 차근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녀의 매력은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디바 탄생에 목마른 최근 무대에서, 최우리는 빛나는 가능성의 존재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역할이 좋아
무모한 것은 때론 용감한 것을 뜻하고, 용감함은 분명 기회를 만든다. “빨리 현장 경험을 쌓고 싶었다”는 연극영화과 대학생 최우리는 학교도 휴학하고 닥치는 데로 오디션을 본 끝에 2004년 <그리스>로 세상의 무대로 나오게 되었다.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 보면서도 아무거나 시켜주세요, 했던 거죠. 당시 <그리스>는 너무나 재밌었어요. 이선균 오빠, 김태한 오빠, 박희순 선배님, 백주희 언니 등 그 때 멤버가 모이면 다시 앙상블을 해도 좋을 정도로 즐겁게 했어요.”
<러브파티> <달고나> <겨울나그네> <컨페션> 등 연이어 작품을 한 후 2008년 <맨 오브 라만차>에서 스윙으로 설 때도 “작품이 좋았기 때문에 앙상블이나 스윙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는 그녀이지만, 작품과 만나는 제 1의 기준은 “내가 더 사랑할 수 있는 배역”이라고. 그래서 <그리스>의 마티도 <톡식히어로>의 새라도 결국 그녀의 몫이 되었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슬픈 것 같지 않은 새라의 성격이 너무 좋았어요. <톡식히어로>는 참 감사한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통해 여기저기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올해 재공연을 다시 맡겨주신 것도 굉장히 기뻤어요. 제가 새라를 좋아하는 걸 보시는 분도, 공연을 만드시는 분도 아셨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화려한 것이 무대는 아니야
“예쁘다는 말을 요즘에서야 듣는다”는 최우리의 고백이 괜한 엄살이나 겸손이 아닌 것은 <헤드윅>(2009,2011)에서 가발과 짙은 수염을 한 이츠학으로 변신, 서 왔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너무 꿈 같았어요.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고요. 보통 배우들이 화려하게 발산하며 자기의 모든 끼를 보여주고자 하는데, 이츠학 역을 통해서는 절제해야 하는 걸 많이 배웠어요. 이츠학은 누구는 주목하고 또 누구는 잘 안 보는 배역이지만, 이걸 통해 제가 한번 더 나아갈 수 있는데 큰 역할이 되었어요.”
TV에 나왔던 뮤지컬 배우들을 보며 그저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것이 공연인 줄 알았던 대전 소녀, 노래하고 연기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는 사람이 배우일 것 같아 서울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후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톡식히어로>와 <넌센세이션>에서
“대학교 와서야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어요. 김성녀 선생님 딸인 손지원 언니가 하는 동아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조승우 오빠, 윤공주 언니 등을 보면서, 아, 뮤지컬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너무 좋고 재밌다, 하고 느꼈죠. 윤호진 선생님을 뵈면서 그 유명한 명성황후를 제작하신 분이시구나, 놀라고.(웃음) 꿈 같았어요.”
귀한 외동딸을 둔 부모님은 여전히 “돈도 못 벌고 몸만 힘든데, 평범한 직장 다녔으면 좋겠다”며 걱정하고 계신다지만 “남들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어느 곳에서든 그곳에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배우 최우리를 걷게 만들고 있다.
“당장 내일 작품이 끊길 수도 있고, 아무도 절 안 찾게 될 수도 있을 때라도 그간 경험해 왔던 걸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동네 조그만 회관이든 아프리카든 제가 설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어느 곳이든 상관 없어요. 저도 나이를 먹고 주름이 생기고 하겠지만, 그 때에 정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꿈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
주인공만을 꿈꾸지 않는다. 빛나는 배역 보다, 알차게 빚어낼 수 있는 그 어떤 역을 맡아 나로 인해 빛이 나게 하는 것. 어찌 보면 최우리의 바람은 진정한 알찬 욕심이다.
“꼭 주연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보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탐이 나죠. 그래서 <렌트>의 모린, <올슉업>의 미스 산드라,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 역을 너무 하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좀 더 냉정해지려고 해요.”
주변 사람들이 고생도 모르고 자랐을 것 같다고 말한다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정말 순탄하지 않게 살아왔다”며 말을 아끼는 그녀는 배우의 옷을 잠시 벗고 봉사활동을 할 때 또 다른 행복을 느낀단다.
“지난 해 캄보디아에 갔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낙후된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다 울컥해서 울면 그 아이들은 우리들이 배가 고픈 줄 알고 자신의 빵을 다시 나눠주더라고요. 잘 우울해지고 좌절하고 예민한 배우들에게는 자신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 분명히 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 무대 뿐 아니라 조만간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는 그녀, ‘꿈은 바뀔 수 있는 것’임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즘 새삼 느끼는 거지만, 선배님들이 너무나 대단한 것 같아요. 무대 위에 버텨주신 것이, 이 험난한 곳에, 이 어려운 곳에 계셔 준다는 게 너무나 고마워요. 그래서 저도 있을 수 있는 거고요. 붙잡고 있는다고 모든 것이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배우를 놓고 싶지 않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언젠가 죽을 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사는 것, 그게 진정한 저의 꿈이에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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