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노인일 뿐'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연출 니나가와 유키오
작성일20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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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첫 한국 공연을 펼치는 일본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76)가 내한했다. 1955년 입단한 신극 단체 세이하이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1967년 극단 현대인극장을 창단해 본격적인 연출 활동을 벌여 올해로 45년 연출의 길을 걷고 있다.
초창기 실험극을 시기를 거쳐 연출 인생의 커다란 전환기를 열어준 첫 대극장 연출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니나가와 멕베드> <십이야> <템페스트> <오셀로> <한 여름 밤의 꿈>, 1999년 비영어권 연출가 최초로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와 <리어왕>을 작업하는 등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 거장’으로 불리는 그가, 첫 한국 공연을 함께 하는 작품 역시 방대한 스케일로 자주 공연되고 있지 않은 셰익스피어 작,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이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앞둔 니나가와 유키오를 만났다.
화제를 낳는 스타 연출가
첫 한국 공연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지난 3월 12일에 한국을 첫 방문했으나, 다음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일어난 모국으로 급히 돌아갔었다. 이번 방문이 두 번째인데, 공항에서 극장까지 가는 길에 바위 산이 많이 보여 그리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희랍극이 어울리는 나라, 무언가 분출해 낼 것 같은 근본적인 힘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해외 공연도 긴장되지만 한국 공연을 앞두고 어떻게 봐 주실지 조금 다른 긴장감과 흥분을 느낀다.
일본 대표 연출가로서 한국 공연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면.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가 아니라, 일본의 일부를 대표하는 연출가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많다. 우리 세대는 유럽 연극이 이상적이라고 배웠지만, 그런 유럽 연극을 우리 민족의 연극으로 말할 때 어떻게 아시아의 아이덴티티에 연결해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작품을 왜 하는가, 유럽에서 날아온 씨앗을 어떻게 창작해서 꽃 피우는가가 언제나 고민이다. 일본인이 만드는 셰익스피어는 이것이다, 라고 말하는 게 해답은 아닐 것이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둘의 뜨거운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이 들었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중년 남성과 매력적인 여왕의 모습, 이들의 사랑 뿐 아니라 정치적인 요소까지 셰익스피어의 여러가지 요소가 들어있는 작품이다.
클레오파트라 역에 아랑 케이를 캐스팅 한 배경은?
아랑 케이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내에서 싸워온 인물이자, 같은 연극인으로서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 역으로 자기 기백과 패기가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필요했고, 그녀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이 맞고 또 응원하고 싶었다.
그간 작품에 대해 비평과 환호를 동시에 받고 있다. 거장이라 불림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거장이라고 해서 다 존경을 받는 건 아닐 것이다. 과거 그리스 작품을 했을 때 전통 그리스 연극과 닮지 않다고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나, 나는 원본 그대로 하는 것 보다 더 충실하게 작품에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으로 외국 공연을 하는 건 어떨까 하여, 그리스와 영국에서 했었는데, 당시 그곳에서는 새로운 표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 평론가들에게 ‘이제 알았냐’ 하는 생각이 든 게 당시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내가 거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싸우는 노인일 뿐이다.
스펙터클한 무대가 특징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우리들이 언어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걸 보충하기 위해 눈으로 볼 수 있는 미적인 것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의 배경도 이집트와 이탈리아를 오가는데, 말로 표현하려 해도 관객들이 이해 못 할 부분이 많아 바로 봐서 알 수 있도록 상징적인, 미적인 표현에 심혈을 기울었다. 장면전환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고 그래서 세트 전환도 많다.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일본공연 장면
관객들의 눈과 귀, 3분 안에 사로잡아야
3분 안에 관객을 몰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의 연극을 봤을 때 일상 생활에서 극 세계로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늦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빨리 극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연극의 의무이며, 얼마나 빨리 극에 몰입하게 하는가가 연출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평소 얼마나 무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인식하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오는 길, 공연장 로비 등에 먼저 가 본다. 또한 극장이 어두워지는 속도, 밝아지는 속도, 밝아졌을 때 관객들이 제일 먼저 보는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어떻게 극이 흘러가야 하는지를 3분 이내에 그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기무라 타쿠야, 후지와라 타츠야, 오구리 슌, 아오이 유우 등 과거 작품에서 일본의 아이돌 스타들을 배우로 세운 경우가 많다.
스타, 아이돌은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며, 대중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올 수 있고, 그들의 욕망을 분출시켜줘서 대리만족 하게 할 수 있다.
또 스타들만이 아니라 젊은 이들로 구성된 극단, 5,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극단도 운영하고 있다. 그 사이에 지금과 같은 프로듀서 시스템이 있고, 이번 작품 역시 그런 시스템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습 도중 재떨이를 던진다거나 대본 읽는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동선 연습에 들어가는 등 배우들을 힘들게 하는 독특하고 강렬한 스타일의 연출가로도 소문이 나 있다. 배우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하는 건 무엇인가.
물건을 던지는 건 요즘에는 거의 안 한다.(웃음) 새로운 연극을 만들려고 했을 때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우로 쓸 때가 있었는데, 수 십 명의 사람들과 짧은 시간 안에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운다. 때론 과격한, 강렬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서 예전에는 물건을 던지기도 했는데, 나를 봐라, 내 쪽을 보라는 표현이었다. 지금도 구두는 바로 던질 수 있도록 끈이 없는 걸로 신고 있다.(웃음) 그렇지만 예전에 야구를 했기 때문에 사람에게 안 맞히고 던질 수 있다.(웃음)
배우들에게 유럽 연기와 발성을 흉내내지 말고 우리들이 가진 발성, 연기를 하라고 강렬하게 요구한다. 또한 배우 본인이 생각한 것을 구체적인 연기로 표현해 주기를 바라며 그런 표현을 하는 데 겁내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 주장이 약한 배우는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한대로 연기하는 게 출발이며, 그것이 개성 강한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리딩을 하지 않고 바로 동선 연습에 들어가는 건 영국에서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유럽 연극은 테이블에 앉아서 희곡 분석부터 시작하는데, 그건 학자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적인 접근만이 좋다고는 생각 안 하고, 책상에 앉아서 하는 건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접근할 때는 몸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작의 연출가이다.
젊을 때는 1년에 한 두 편 밖에 일 할 기회가 없었다. 60세가 지난 후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스스로 갖고 있는 세계, 인간에 대한 감각, 느낀 점을 한 작품으로만 표현하기는 어려워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다작을 하는 것 같다. 어떤 종류의 물고기들은 헤엄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종종 스스로를 그런 참치나 상어와 같은 물고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의 연출관을 설명한다면.
연출 스타일, 시각적인 효과 등은 작품을 할 때 마다 다르다. 많은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건 유럽의 무대를 흉내내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이다. 변화가 많은 연출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관객들이 자신의 공연을 통해 꼭 가지고 갔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괴롭거나 슬픔 작품이라 해도 관객들이 이를 통해 살아가는 희망을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바람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그녀의 권력, 정치욕에 휩쓸린 남자, 그 중 안토니와의 비극적인 사랑과 자살로 치닫는 파국적인 종말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복잡한 인간관계, 거대한 스케일 등으로 쉽게 공연되지 않는 작품 중에 하나다.
니나가와 연출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올해 10월 1일 도쿄 근교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초연했으며 한국 무대에서도 재일한국인 3세로 여성 가극단 다카라즈카에서 톱스타 자리에까지 오른 아란 케이가 클레오파트라 역을, 2006년 <타이터스 안드러니커스> 영국 공연 당시 현지의 극찬을 받은 요시다 코타로가 안토니 역을 맡는다.
객석을 향해 펼쳐지는 삼면의 흰 액자 모양의 무대는 한국의 흰 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로물루스와 레무스 상, 스핑크스와 아누비스 등 각종 상징적인 조형물과 광활한 장소를 표현하기 위한 프로젝터 사용 등의 시청각적 요소들이 3분만에 관객들을 무대에 빠져들게 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 2막으로 구성된 공연의 러닝타임은 중간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이다. 11월 24일~27일 LG아트센터에서.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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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실험극을 시기를 거쳐 연출 인생의 커다란 전환기를 열어준 첫 대극장 연출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니나가와 멕베드> <십이야> <템페스트> <오셀로> <한 여름 밤의 꿈>, 1999년 비영어권 연출가 최초로 영국의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와 <리어왕>을 작업하는 등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 거장’으로 불리는 그가, 첫 한국 공연을 함께 하는 작품 역시 방대한 스케일로 자주 공연되고 있지 않은 셰익스피어 작,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이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앞둔 니나가와 유키오를 만났다.
화제를 낳는 스타 연출가
지난 3월 12일에 한국을 첫 방문했으나, 다음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일어난 모국으로 급히 돌아갔었다. 이번 방문이 두 번째인데, 공항에서 극장까지 가는 길에 바위 산이 많이 보여 그리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희랍극이 어울리는 나라, 무언가 분출해 낼 것 같은 근본적인 힘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해외 공연도 긴장되지만 한국 공연을 앞두고 어떻게 봐 주실지 조금 다른 긴장감과 흥분을 느낀다.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가 아니라, 일본의 일부를 대표하는 연출가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많다. 우리 세대는 유럽 연극이 이상적이라고 배웠지만, 그런 유럽 연극을 우리 민족의 연극으로 말할 때 어떻게 아시아의 아이덴티티에 연결해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작품을 왜 하는가, 유럽에서 날아온 씨앗을 어떻게 창작해서 꽃 피우는가가 언제나 고민이다. 일본인이 만드는 셰익스피어는 이것이다, 라고 말하는 게 해답은 아닐 것이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둘의 뜨거운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이 들었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중년 남성과 매력적인 여왕의 모습, 이들의 사랑 뿐 아니라 정치적인 요소까지 셰익스피어의 여러가지 요소가 들어있는 작품이다.
아랑 케이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내에서 싸워온 인물이자, 같은 연극인으로서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 역으로 자기 기백과 패기가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필요했고, 그녀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이 맞고 또 응원하고 싶었다.
거장이라고 해서 다 존경을 받는 건 아닐 것이다. 과거 그리스 작품을 했을 때 전통 그리스 연극과 닮지 않다고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나, 나는 원본 그대로 하는 것 보다 더 충실하게 작품에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으로 외국 공연을 하는 건 어떨까 하여, 그리스와 영국에서 했었는데, 당시 그곳에서는 새로운 표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 평론가들에게 ‘이제 알았냐’ 하는 생각이 든 게 당시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내가 거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싸우는 노인일 뿐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우리들이 언어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걸 보충하기 위해 눈으로 볼 수 있는 미적인 것에 충실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의 배경도 이집트와 이탈리아를 오가는데, 말로 표현하려 해도 관객들이 이해 못 할 부분이 많아 바로 봐서 알 수 있도록 상징적인, 미적인 표현에 심혈을 기울었다. 장면전환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고 그래서 세트 전환도 많다.
관객들의 눈과 귀, 3분 안에 사로잡아야
다른 사람들의 연극을 봤을 때 일상 생활에서 극 세계로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늦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빨리 극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게 연극의 의무이며, 얼마나 빨리 극에 몰입하게 하는가가 연출가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평소 얼마나 무거운 삶을 살고 있는지 인식하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오는 길, 공연장 로비 등에 먼저 가 본다. 또한 극장이 어두워지는 속도, 밝아지는 속도, 밝아졌을 때 관객들이 제일 먼저 보는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어떻게 극이 흘러가야 하는지를 3분 이내에 그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스타, 아이돌은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며, 대중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올 수 있고, 그들의 욕망을 분출시켜줘서 대리만족 하게 할 수 있다.
또 스타들만이 아니라 젊은 이들로 구성된 극단, 5, 60대 이상으로 구성된 극단도 운영하고 있다. 그 사이에 지금과 같은 프로듀서 시스템이 있고, 이번 작품 역시 그런 시스템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건을 던지는 건 요즘에는 거의 안 한다.(웃음) 새로운 연극을 만들려고 했을 때 직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우로 쓸 때가 있었는데, 수 십 명의 사람들과 짧은 시간 안에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운다. 때론 과격한, 강렬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서 예전에는 물건을 던지기도 했는데, 나를 봐라, 내 쪽을 보라는 표현이었다. 지금도 구두는 바로 던질 수 있도록 끈이 없는 걸로 신고 있다.(웃음) 그렇지만 예전에 야구를 했기 때문에 사람에게 안 맞히고 던질 수 있다.(웃음)
배우들에게 유럽 연기와 발성을 흉내내지 말고 우리들이 가진 발성, 연기를 하라고 강렬하게 요구한다. 또한 배우 본인이 생각한 것을 구체적인 연기로 표현해 주기를 바라며 그런 표현을 하는 데 겁내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 주장이 약한 배우는 좋아하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한대로 연기하는 게 출발이며, 그것이 개성 강한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리딩을 하지 않고 바로 동선 연습에 들어가는 건 영국에서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유럽 연극은 테이블에 앉아서 희곡 분석부터 시작하는데, 그건 학자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문학적인 접근만이 좋다고는 생각 안 하고, 책상에 앉아서 하는 건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접근할 때는 몸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젊을 때는 1년에 한 두 편 밖에 일 할 기회가 없었다. 60세가 지난 후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스스로 갖고 있는 세계, 인간에 대한 감각, 느낀 점을 한 작품으로만 표현하기는 어려워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다작을 하는 것 같다. 어떤 종류의 물고기들은 헤엄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종종 스스로를 그런 참치나 상어와 같은 물고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연출 스타일, 시각적인 효과 등은 작품을 할 때 마다 다르다. 많은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건 유럽의 무대를 흉내내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이다. 변화가 많은 연출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괴롭거나 슬픔 작품이라 해도 관객들이 이를 통해 살아가는 희망을 가지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바람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그녀의 권력, 정치욕에 휩쓸린 남자, 그 중 안토니와의 비극적인 사랑과 자살로 치닫는 파국적인 종말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복잡한 인간관계, 거대한 스케일 등으로 쉽게 공연되지 않는 작품 중에 하나다.
니나가와 연출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올해 10월 1일 도쿄 근교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초연했으며 한국 무대에서도 재일한국인 3세로 여성 가극단 다카라즈카에서 톱스타 자리에까지 오른 아란 케이가 클레오파트라 역을, 2006년 <타이터스 안드러니커스> 영국 공연 당시 현지의 극찬을 받은 요시다 코타로가 안토니 역을 맡는다.
객석을 향해 펼쳐지는 삼면의 흰 액자 모양의 무대는 한국의 흰 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로물루스와 레무스 상, 스핑크스와 아누비스 등 각종 상징적인 조형물과 광활한 장소를 표현하기 위한 프로젝터 사용 등의 시청각적 요소들이 3분만에 관객들을 무대에 빠져들게 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 2막으로 구성된 공연의 러닝타임은 중간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3시간이다. 11월 24일~27일 LG아트센터에서.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정근호(www.knojung.net),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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