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닥터 지바고> 제안 받았을 때 어이 없었죠”

지난 16일, 배우 조승우가 <닥터 지바고> 개막 2주 전  '유리 지바고'로 출연함을 정식 발표했다.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홍광호가 보내준 잠언 말씀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며 “자신감 제로인 상태이지만 홀로 4주 이상 연습 시간을 버텨야 하는 저의 고독감과 맞물려 유리 지바고의 쓸쓸함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출연 이유를 밝혔다. 지난 15일 <조로> 마지막 공연에서 “러시아를 잠실로 가져다 놓을 것”이라며 <닥터 지바고> 출연을 암시한 지 3일만에 이뤄진 기자회견에서다. 갑작스러운 출연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뮤지컬 최고의 톱배우는 이날 특유의 유머와 솔직함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닥터 지바고> 캐스팅 제안에…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게 낫겠죠? <조로> 3회 차 공연을 남겨두고 캐스팅 제의를 들었을 땐, 이건 무슨 감정인지도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대표님이 갈 데까지 가셨구나. (지난 해)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땐 이미 <조로>가 오픈 하기로 돼 있는 상황인데 2월에 <닥터 지바고>가 올라간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출연하기 위해선 공연을 늦춰야 했지만 공연장 대관 문제가 잡혀 있기 때문에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관 문제로 배우가 움직여야 하고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해야 하는 것에 화도 났고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두 번째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제 계획은, 그 때 <맨오브라만차>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어요. <맨오브라만차>가 하고 싶었죠. (신춘수 대표를 가르키며) 그래도 돈키호테가 옆에 있으니까.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작품에 대한 믿음이 그다지 크지 않았어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대본이 넘어가지 않았고요. 러시아 시대상황, 혁명이 아직은 저에게 흥미요소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대본을 절반도 못 읽고 내려놨어요. 그때는 이미 <조로>와 영화 <퍼펙트 게임>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이없는 제안을 받고, 오디 측에 말하지 않고 다음 날 바로 <닥터 지바고> 연습 현장을 찾아갔어요. 홍광호, 전미도, 최현주씨 리허설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무대 장치가 없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홍광호가 보낸 잠언 구절을 읽는 조승우

무엇보다 홍광호가 어떻게 상황이 그리 돼서… 매일 전화해서 볼멘소리 하고 너스레를 떨면서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하다가 광호가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저에게 잠언서에 나오는 구절을 보내줬어요. 잠언 16장 9절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그 구절을 보고 결정을 했고. 지금은 <조로>를 그저께 끝내서 이 작품을 절절하게, 훌륭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사실, 자신감 제로 상태에요. 하지만 유리가 가지고 있는 고독감과 쓸쓸함이 뒤늦게 연습에 참여해서 4주 이상의 연습 시간을 홀로 버텨야 하는 저의 고독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그 점을 많이 활용할 예정입니다.

연습기간, 공연에 투입되는 기간은 언제인가.
보통 연습을 6주 정도 합니다. 대부분 작품의 맥락이 잡히는 건 4주 안에 끝납니다. 하지만 이미 동선, 조명이 다 짜여있고 저는 들어가기만 하면 되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일단 2주 연습을 진행하고 얼마큼 진행되는 지를 보고, 그 뒤에 티켓오픈을 충분히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원래 계획하고 있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영화 시나리오가 엄청 들어왔지만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상반기엔 <헤드읙>을 하려고 했어요. 하반기엔 <맨오브라만차>를 하려고 했습니다. 너무나 하고 싶었어요. <지킬앤하이드>는 너무 많이 해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고요. 두 작품이 정말 하고 싶었는데 졸지에 이렇게 됐어요. 하반기엔 좋은 영화를 하고 싶은 게 바람이지만 그런 인연이 닿지 않으면 좋은 인연의 뮤지컬을 하겠죠.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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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kisswe** 2012.03.14

    요새는 조바고 덕분에 햄볶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