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편하게 내 손을 잡는 것 시도 중” <서툰 사람들> 류덕환

데뷔 20년 차인 스물 다섯 살 중견(?) 배우. 어린이들의 ‘잇 프로그램’인 뽀뽀뽀를 비롯하여 드라마 ‘전원일기’의 복길이 동생 순길이, 현 빅뱅의 지드레곤과 함께 키즈 그룹 ‘시티 오브 엔젤’의 멤버까지. 종횡무진 활약으로 떡잎부터 알아봤던 류덕환이 지금 ‘될 성 부른 나무’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네 살에 <벌거숭이 임금님>으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가 현재 <서툰 사람들>의 서툰 도둑 덕배 역으로 서는 모습도 배우 류덕환을 더더욱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 생활이 끝나 간다.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웃음) 특히 그간 했던 작품의 특성상 또래를 만나기가 어려웠었는데, 대학 생활로 사람이 남는 게 제일 크다. 밖에 나가서 선배님들 만나고, 좋은 동기들, 좋은 후배님들 만나고, 그런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또래 배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작업이 드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쪽(영화, 무대)에 계신 선배님들, 형들이 많았고, 그 분들의 등을 보고 자라서 인지 그것만 보게 되는 게 있다. 다른 장르는 좀 시선에 안 들어온다고 할까? 아직 겁내는 것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나와 맞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서툰 사람들> 출연은 장진 연출의 권유인가?
90% 이상이 그것이다.(웃음) 예전에 류승룡 형이 할 때 봤는데 참 재밌구나, 하는 생각은 해 봤지만, 해볼 생각은 안 했었다. 이미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너무 잘해서 그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장진 감독님이 전화를 하셔서 “너 다음 작품 언제 들어가?”라고 물으셨고,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니 그 주 토요일에 사무실에 나오라고 하시더라. 가보니 <서툰 사람들> 전 배우가 와서 있었다. (웃음)

솔직히 자신이 없는 건 아닌데 갈피를 못 잡겠다, 승룡이 형을 따라 할까 봐 그게 겁난다고 감독님과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나랑 10년이나 같이 했는데 그런 질문이 나오냐, 그런 거 생각하면서 너 부른 줄 아냐”시며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 부으시고.(웃음) 연습 하고 2, 3일 지나니까 어쩌면 내가 이걸 조금 다르게 갈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내가 장덕배의 옷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진 감독님하고 같이 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코미디 코드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표현해 내는 건 어렵다. 그 작업만 잘 하면 내게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다.

‘장진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인가?
작품 할 때 ‘버릇 없는 놈’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감독님들과 많이 싸우는 편이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찍을 때도 감독님과 무언가 소통이 되지 않아 4시간 동안 이야기하느라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때 감독님이 “내가 원하는 건 여자가 아니라 소녀야”라는 한 마디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처럼 나는 납득이 되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똥고집인데.(웃음)
 
장진 감독님은 자신이 쓴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한마디, 어디에서 치고 올라오고 내려가고가 너무나 정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원하는 디렉션을 배우들에게 정확하게 준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무언가를 하는 순간 장면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려놓고 못질해 놓은 공간에 내가 가서 잘 걸리고 싶다.

참 독특한 부분인데, 드라마는 절대 망가뜨리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에 따라 살려야 될 것, 그 사람의 매력만 뽑아내신다. 그게 항상 너무나 놀랍다. 연기 스타일을 배우에게 권하진 않는다. 일단 하라고 하고 안 되는 건 끊는 것이다. 또 다이얼로그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유머가 너무나 많으니까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굉장히 크다.

본격 코미디는 처음 아닌가?
너무나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장르가 연극이지만, 파스(희극)라는 코드에 내가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은 있었다. 하지만 대본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었고, 더 표현하기 어렵겠지만 관객들이 편하게 내 손을 잡는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해 본다고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상황, 에피소드 등으로 코미디가 이미 다 되어 있는데 내가 왜 웃길 것을 걱정하나, 그 상황에 절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웃기기 위해 기교를 하는 순간 망하게 된다.

무대가 왜 좋은가.
영상 매체는 뭔가 부족한데, 그게 관객이다. 연극은 못하면 확실히 응징해 주고 좋으면 기립박수 해 주고, 관객들이 즉각 반응을 해 주고 몸소 객관적인 이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서툰 사람들>에서는 관객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무대와 배우와 관객들이 저마다 시간을 내서 함께 해야 연극이 완성된다. 그런 희소성이 있고 이런 매력들 때문에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구혜선 감독의 영화 ‘복숭아 나무’에서 조승우와 샴쌍둥이로 등장한다. 촬영하며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았을까.
많이 들었다. 승우형이 “영화 하는 사람도 많고 드라마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나는 뮤지컬을 책임질 테니 너는 연극을 책임져라, 난 연극이 그렇게 힘들더라”라고 이야기 하시기도 했다. 뮤지컬은 워낙 좋아하는 장르이고 꿈꿀만한 멋진 무대이나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뮤지컬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내 자존심을 버리면서 말씀 드리는 건데 자신이 없어서 못하는 거’라고 직접 정중하게 통화를 해서 거절 한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것 뿐이지 잘 알지 못하고, 그쪽 사람들이 지금까지 쌓아오고 꿈꿔 왔던 것들이 있는데, 내가 가서 그걸 건드리는 건 그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사진을 찍는다거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등 이미지 작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영화 ‘천화장사 마돈나’를 함께 촬영했던 고(故) 이언 형이 가기 전에 카메라를 선물로 줬다. 형 죽고 한참 지나 우연히 꺼내 찍었는데 카메라 앵글 속에 세상을 다 담은 것 같고, 다 가진 것 같고. 신기했다. 사진이 그런 재미가 있구나 하는 중이다.

또 멋대로 글 쓰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시나리오도 쓰게 되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활용해보자 하고 몇몇 분들에게 말씀 드렸는데 임필성 감독님 제의로 스마트폰 영화를 찍게 되었어요. 말도 안 되는 코미디를 썼는데, 고맙게도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님 두 분도 출연해 주시고, 또 한 영화감독님도 출연해 주셔서 아주 기쁘다. 이 영화 자체가 그 감독님을 기다리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누구인지는 아직 비밀이고.(웃음)

여러 활동의 중심은 연기인가.
그렇다. 모든 생각과 시각, 내가 하는 행동들을 전부 기억하고 싶은 건, 언젠가 그걸 써먹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배우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다. 그게 저 멀리 있어서 그걸 보고 가는 중이다. 그 길이 멀기 때문에 중간에 국도도 타고 다른 도로도 타 보고 하는 것이다. 배우로 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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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hotlhk** 2012.04.06

    기사중 오타가 나서요~ '사진을 찍는다거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등 이미지 작업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질문)의 답에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천화장사 마돈나'라고 오타나있어서 글을 씁니다. 수정하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