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 귀에 익숙해진 아름다운 목소리, 레이첼 야마가타

처음 레이첼 야마가타(Rachael Yamagata)의 내한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의 공연이 이만한 반향을 일으킬 줄은 전혀 몰랐다. 지난 2월 서울에서 공연을 마친 레이첼 야마가타는 한국 팬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대전·대구·부산을 방문하며 앵콜 공연 중이다. 해외 가수로서는 흔치 않은 전국 투어 일정이다. 하지만 곰곰 되짚어보니, 그녀의 노래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과 광고 등을 통해 우리 귀에 익숙해져 있었다. 'K-Pop스타'에서 백아연이 불렀던 '비 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와 '지붕 뚫고 하이킥' 마지막회를 장식한 ‘듀엣(Duet)’ 등 그녀의 노래는 잔잔한 듯 하면서도 순식간에 마음에 스며들어 짙은 여운을 남긴다. 최근 발표한 신보 <체서피크(Chesapeake)>를 통해 다시금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그녀와 서면인터뷰로 만났다.
 
"음악과 하나가 된 한국 관객들의 모습에 감동"

 2월 서울 공연은 어땠나요?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많은 팬들이 공연 후에 우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려 준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공연장과 스텝 모두 너무 멋져서, 덕분에 편안하게 공연할 수 있었어요."

 한국 팬들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한국 팬들이 음악을 깊게 느끼며 가사를 통해 감동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진심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지난 2월 서울 공연과 비교할 때 이번 공연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번 앨범에서 모든 스트링 편곡을 도맡아 한 첼리스트 올리 크라우스(Oli Kraus)와 함께 내한하게 돼서 너무 기뻐요. 그는 모든 곡에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스트링 파트를 넣었는데, 절대 그냥 흘려 듣지 못 할 수준이에요. 이번 공연에서는 몇몇 멤버 편성이 바뀌었고, 더 많은 코러스를 넣기 위해 신곡 현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정말 신선하고 신나는 에너지로 가득 찬 공연이 될 거에요."

2월 공연 오프닝을 장재인씨가 장식했는데요, 그녀의 공연은 어땠나요?

"무대 위의 장재인씨는 제가 반할만큼 정말 사랑스럽고 예뻤어요. 장재인씨는 아티스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자신감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줬어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만든 노래들"

이번 신보는 저번 앨범에 비해 좀 더 힘있고 정제된 느낌이에요. 새 앨범이 나오기 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 동안 겪은 가장 큰 변화나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일들이 있었죠. 새로운 음반사와 계약을 했다가 떠나서 공연 투어도 하고,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으로 이사도 했고요. 계속 작곡하고 작사하고 일했어요. 새 앨범을 제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 과정이 제가 대형 기획사를 떠나 혼자 앨범을 내는데 가장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더 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가 초심으로 돌아가 신선하고 즉흥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우리를 감독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철저히 영감만을 토대로 모든 것을 그대로 쏟아내서 앨범에 담을 수 있었죠."

'유 원 렛 미(You Won't Let Me)'의 애절한 가사와 폭발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이었어요.

"마이크 비올라(Mike Viola)라는 친구와 곡을 썼는데, 가사가 정말 잘 써졌던 것 같아요. 단순한 감성과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들이 너무도 잘 맞아 떨어졌죠. 매우 고전적인 면을 지닌 곡인데, 바로 그런 곡이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는 것 같아요. 그리움과 앞으로 다가올 이별,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노래한 곡이죠. 모든 것은 서로에게 다가서는 두 사람에게서 시작 돼요."

앨범 작업을 하면서 프로듀서 존 알레지아(John Alagia)와는 어떻게 의견을 조율했나요?

"존은 제 데뷔 앨범의 프로듀서인데, 서로 안지 10년이 됐어요. 우리는 서로를 잘 알아서, 그와 다시 함께 하게 된 것은 최고였죠. 각자 음악적으로 더욱 성장했고 결단력도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강한 주관을 바탕으로 더욱 효과적인 협력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또 오랜시간을 함께하면서 쌓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죠."

 가장 처음 작곡한 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기억이 안 나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길을 걸을 때면 혼자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 부르곤했어요. 어떤 멜로디를 떠올렸다가 금방 잊곤 했고, 혼자서만 불렀죠. 처음으로 제대로 쓰려고 한 노래는 사랑노래였던 것 같아요. 짝사랑을 자주 했거든요."

 <Chesapeake>은 체서피크만의 추억이 담긴 앨범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의 고향 알링턴과 메리랜드는 어떤 곳인지, 그 곳에서의 추억과 풍경은 어린 시절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사실 '체서피크'는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생각해 낸 제목이에요. 당시 제가 생각한 제목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체서피크'라는 제목이 너무 잘 어울렸죠. 우리는 체서피크만에서 녹음을 하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어요. 자연과 바다,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영감을 줬고, 그것들이 모두 고스란히 음악에 담겼어요. 제가 어렸을 적엔 자주 이사를 하는 바람에 진정한 우정을 쌓는 데도, 유지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혼자라고 느꼈던 그 시간들이 어쩌면 제게 인연과 관계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준 것 같아요."

 음악적인 것 외에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디자인 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땅을 사서 나만의 집을 디자인하고 짓는 꿈을 그리고 있어요. 그쪽 방면의 일에 조금 끌리네요."

해외공연이 있을 때 비행기에서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영화, 영화, 영화! 그리고 와인, 와인, 와인. 비행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보통 그 동안 못 본 영화를 보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해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DB iapark@interpark.com)
사진: 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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