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 “따라하려 해도 내 영혼까지, 깊이까지는 따라올 수 없다”

여기, 환상(Illusion)을 눈 앞에서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화려한 쇼맨십과 놀라운 감각으로 우리나라의 마술 장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매지션, 이은결이다. 공연을 통해 단편적인 깜짝 쇼를 넘어 한 편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가, 다시 그의 공연 < The Illusion>으로 돌아왔다. 이은결이 이메일로 보내온 10문 10답 마술 이야기.

< The Illusion>의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2010년부터 선보이며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이번 공연은 어떤 점이 업그레이드 됐나요.
이번 공연은 저의 마술인생을 보여주는 자서전 같은 공연이 될 것입니다. 초기 카드마술부터 장차 제가 하고 싶은 공연의 컨셉트를 관객에게 먼저 보여 드리는 공연이거든요. 물론 블록버스터 공연답게 무대에 투자를 해서 화려함도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무엇보다 관객과의 소통, 함께 상상한 것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관객에게 환상(illusion)을 심어주어 그 상상력으로 공연을 이끌어 가는 점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해요.

< The Illusion>은 1막은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다면 2막은 감성적인 환상극으로 구성되는데요. 각각 어떤 관람 포인트가 있는지 설명해 주신다면.
1막은 “마술, 이런 것 기대하셨죠? 그럼, 보여드리겠습니다“ 로 진행된다면 2막은 ”상상해보세요. 그럼 여러분의 상상을 바로 무대에서 보여드릴게요“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객 분들이 편견과 선입견 없이 와 주셔서 함께 상상 해 주시는 것, 그 상상력이 제 공연의 관람 포인트 입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나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요즘 관객들은 워낙 방송매체로 많이 마술을 접하셔서 신기한 현상을 더욱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방송과 공연은 엄연히 다르니, 공연으로 보는 마술을 접하시면 생각이 많이 바뀌실 거라 생각 합니다.

 

마술이란 장르가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마술사로 거듭났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습니다.
우선, 처음 마술공연이 없을 당시엔 매직쇼, 마술쇼의 이미지가 너무 고착되고 편견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직 콘서트’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10년 동안 콘서트를 이어오면서 매직콘서트라는 장르의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다만, 요즘은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타 마술사들로 인해 생긴 또 다른 선입견, 이미지에 저 역시 그 틀 안에 짜여 들어가는 부분은 제가 가장 풀어가 할 숙제고, 힘든 점입니다.

2시간 내내 혼자 관객들 사로잡는 비결은 무엇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10년간 콘서트를 통해 다져진 노하우겠죠?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언제나 새롭게 시도하는 표현 등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른 마술공연, 특히 그 전의 제 공연을 돌아보았을 때, 전에는 마술에 이야기를 끼어 맞춘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젠, 마술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늘 어떤 마술을 잘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이야기와 메시지 전달을 잘하는 것이 이제 저에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마술의 아이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예전에는 거의 마술자료와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해외마술사들을 통해 자극을 받았는데, 요즘엔 여러 전시나 전혀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체험을 통해 많은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공연 중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연 도중 6~7살 아이를 올려 동심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아이가 6살이라며 자원해서 데리고 올라오다 도중에 “나 8살 이지롱!”하고 다시 도망가 버렸죠. 그 순간 저도, 다른 관객들도 다 뒤집어졌습니다. 마술사를 속인 그 꼬마.. 대단해요. 역시 아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2012년 2월 < The illusion> 첫 공연입니다. 저도 스텝도 완전히 긴장상태로 공연을 했었죠. 여느 때처럼 완전히 다져지지 않은 공연이었는데도 끝나자마자 관객 분들이 기립박수를 보내 주셨습니다. 첫 공연의 징크스가 항상 있었기에 정말 예상치 못했고...저도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마술사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글쎄요.. 마술사는 아닐지언정 마술사와 비슷한 직업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마술도 분명 조금 배웠을 겁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직업이라면 무엇이든 되었겠죠.

이번 < The Illusion>을 찾는 관객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10년 동안 오로지 무대에서 노하우를 쌓아왔기에,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함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누군가가 끊임없이 비슷하게 따라 할 지라도, 그건 영혼까지는, 깊이까지는 따라 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방송으로 보신 저의 모습, 그리고 다른 마술사들과의 비교는 접으시고 10년 동안 다져서 완성된 저의 작품을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직접 접해주셨으면 합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은결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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