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성장기 지켜보실래요? 뮤지컬 <13> 정진호, 김범준
작성일2012.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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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설명할 수 없는 주체 못할 느낌을 뛰어난 발레와 탭으로 표현해냈던 빌리, 그리고 그를 믿어주는 든든한 친구이자 재간둥이 마이클을 기억하는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와 마이클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정진호와 김범준은 어느 새 훌쩍 자라 있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경쾌하게 그려지는 뮤지컬 <13>을 준비하며 열혈 연습 중인 이들의 에너지가 멈추지 않는 것에서도 활기찬 10대의 기운이 담뿍 느껴진다.
무대가 그리웠어요~
김범준이 조금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와 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만드는 단편영화 촬영을 막 마쳐 이제야 좀 여유가 생겼다는 그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 유머러스한 대화로 상대방을 단숨에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여전했지만 키는 훌쩍 자랐고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된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달려온 정진호도 몰라보게 자란 모습. 형 김범준과 장난치며 한껏 웃는 모습이 절친한 이들 사이를 가늠케 한다.
“(빌리 엘리어트 함께 출연했던) 다른 친구들을 잘 못 만나는데, 진호랑은 공연 보러 가서 우연히 자주 만나기도 했어요.”(김범준)
“소극장 공연도 많이 보고, <모차르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영웅> <엘리자벳>… 대극장 공연도 많이 봤어요.”(정진호)
둘의 입에서 “무대가 그리웠다”는 말이 동시에 나오니 <빌리 엘리어트>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공연을 봤던 이유가 다 있다.
“빌리 막공 끝나고 나서도 진짜 오랫동안 후유증이 있었어요. 공허함 같은 거랄까? 공연은 끝났는데 제 몸은 아직 공연 리듬이고, 6시면 리허설하고 8시면 무대에 오르고, 그런 거 있잖아요. 오랜 트레이닝 기간 때문에 정도 많이 들고 힘도 많이 들고 그리움도 있고. 그래서 무대 철거하는 날에도 극장에 갔었어요.”(정진호)
우릴 꼭 닮은 에반과 아치
뮤지컬 <13>은 제목 그대로 열 세 살 바로 이들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혼으로 뉴욕에서 인디애나로 전학을 온 에반은 꿈에 그리는 성년식을 앞두고 있지만 새 친구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개성 넘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에반은 자신이 바라던 성년식을 치를 수 있을지.
오디션 후 가 배역으로 두 캐릭터를 가지고 연습, 최종 캐스팅이 확정되었다는 그들은, “딱 봐도 에반과 아치”라며 서로를 이야기 했다.
“아치가 딱 인 것 같아요. 일단 제 얼굴이 하얗고 창백해서 아파 보이잖아요. (웃음) 아치는 다리도 불편하고, 왕따를 당하지만 상관 없이 자기 할 일을 다 하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좀 부려먹기도 하는 꾀돌이에요, 저도 진짜 꾀돌이고요. (웃음)”(김범준)
“연습하면서 각자 맡은 배역의 전사를 만든 적이 있어요. 과거에 그 인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뭘 좋아하는지 등을 직접 만드는 거죠. 대본을 보면 에반은 인기 많은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고, 성인식이 완벽하게 치뤄지길 바라잖아요. 완벽주의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완벽주의가 심해서 그런 성격적인 면이 에반과 굉장히 비슷한 것 같아요. 키도 자라고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것도 그렇고, 나이가 비슷하니까 교감이 되는 것 같아요.”(정진호)
김범준이 정진호를 향해 바로 되받아 치는 말! “에반이 겪고 있는 일을 실제로도 겪고 있어요!” 바로 변성기다. 공연 연습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찾아온 변성기로 노래 연습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연습 시작 전에는 오히려 에반 노래의 음이 낮아서 높여 불렀었거든요. 그런데 변성기가 오고 나니 그게 안되더라고요. 15년 동안 내던 소리와 이제부터 내야 하는 소리가 다르니까, 적응기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음을 낮추려다 보니 과정이 힘들고 어렵긴 해요. 그래도 감독님, 형, 누나들이 도와주고 있어서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정진호)
뮤지컬 <13>은 브로드웨이 최초 18세 이하의 배우와 밴드 멤버들로만 구성된 작품으로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송 포 어 뉴 월드>를 작사 작곡한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 아직 변성기 전이라 음높이가 높진 않지만, 아치 노래가 정박이 아니거든요. 엇박, 반박자로 나오는게 많아서 좀 어려워요. 그게 재미이기도 하고요.”(김범준)
에반이 살던 뉴욕과 이사 온 인디애나의 등장인물을 배역들이 모두 더블 캐스트로 소화하는 것을 비롯, 다리가 불편한 아치 역의 김범준은 무대 위에서 목발을 집고 나와 춤과 노래를 소화해야만 한다. 한창 연습 중이라 “아프다”는 말을 연발하는 그지만 “누구나, 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뮤지컬 <13>의 충실한 홍보대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떤 힘든 일을 겪어도 이겨낼 수 있다,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공연의 메시지에요!”(김범준)
“어른으로 되어가는 청소년들이 봐도 좋고, 그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도 예전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정진호)
한국에서의 성인식은 만 19세 때. 약 4, 5년 후 성인이 될 이들은 어떤 자신만의 성년식을 꿈꾸고 있을까?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서 친한 친구들이랑 마음껏 놀고 싶어요. 물론 그때도 당연히 뮤지컬을 하고 있겠죠!”(김범준)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식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빌리를 통해 뮤지컬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약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뮤지컬과 경제학자, 둘 다 하고 싶어요!”(정진호)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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