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모어찬스 "연말 공연, 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작성일2012.11.27
조회수12,539
최근 발표한 정규 1집의 분위기가 EP앨범과는 사뭇 다르던데요. 슬픈 느낌의 곡도 많고요.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정지찬 : 어떤 컨셉을 정해놓고 앨범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때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예전에 썼던 곡을 정리하기도 했고, 새로 쓴 곡도 있고.
슬픔이라기보다 '슬픔의 위안'이랄까? 누구나 슬픔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런 감정에 대한 위안의 음악 같아요. '사랑해라 나를'의 경우도 처절한 노래잖아요. 짝사랑하는 사람,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에 대한 위안의 뜻으로 만든 거에요. '당신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나도 그래요'라는 마음을 담아서.
정지찬 : 새로운 시도라고 하긴 좀 그런데(웃음) 요즘은 밴드가 아닌 이상 모든 멤버가 스튜디오에 함께 들어가서 녹음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근데 이번에 그렇게 작업을 했어요. 같이 녹음하는 동안 신나게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 저희 색깔이 아닌 것 같은 곡이 하나 들어있어요. '미소짓지마'라는 곡인데, 박원씨가 노래를 마이클 잭슨처럼 했다고 할까요?(웃음) 좀 다른 느낌으로 접근해본 곡이에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장르를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걸 많이 해볼 생각이에요.
박원 : 작업하면서 각자 좋아하게 되는 곡이 있는데, 그것도 계속 바뀌어요. 어떤 날은 이 노래가 좋았다가, 어떤 날은 저 노래가 더 좋았다가 그래요.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한테 의견을 물어보고 통계를 내서 타이틀곡을 정했어요. '눈을 감으면'하고 '내안에 하늘과 숲과 그대를' 두 곡이 많이 나왔어요.
정지찬 : '눈을 감으면'하고 '내안에 하늘과 숲과 그대를'을 많이들 좋아하시고, '사랑해라 나를' 같은 경우에는 '이 곡 때문에 미치겠어' 라면서 매니아처럼 진하게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공연 때는 '미소짓지마'나 '가지마라'라는 곡을 좋아하시기도 하고. 다 다른 것 같아요.(웃음)
박원 : 지찬이형이 환경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종이로만 만들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커버를 펼쳐보시면 세 잎 클로버 모양의 지도가 그려져 있어요.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거든요. 행복의 섬이죠. 노래 가사도 나름대로 의미를 두고 배치를 했어요. '내안에 하늘과 숲과 그대를'의 경우에는 섬 안쪽 숲이 있는 곳에 배치돼 있어요.
정지찬 : 저는 이 디자인을 봤을 때 한 번에 마음에 들었어요. 그 마음이 너무 잘 전해진다고 할까요. 처음 봤을 때 직관적으로 우리 음악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디자인 같아요.
정지찬 : 중학교 때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가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곡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흐르는 별처럼'이라는 곡을 처음 썼어요.(웃음) 무작정 만들었는데 지금 들어보면 되게 풋풋해요. 그 곡을 듣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의 기억도 빨리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의 감정, 생각이 담긴 곡을 지금 다시 쓸 수 없듯이 지금의 감정도 더 나이가 들면 담아낼 수 없잖아요. 지금의 이 느낌들을 더 많이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지찬 : 박원씨가 노래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한 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근데 원이는 노래 부를 때 그 안에 들어가서 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 모습이 좋고 예뻐 보여서 같이 노래하면서 놀고 싶었어요. 마침 노래 잘 하는 친구랑 같이 듀엣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하게 됐죠. 지금도 원이가 노래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요.
정지찬 : 같이 작업하다 보면 서로 생각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경우도 있고, 잊고 있던 경험을 끄집어내서 그 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혼자일 때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나도 몰랐던 걸 상대는 보고 있고.
정지찬 : 되게 많아요. 처음 작업할 때도 원이에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패기랄까, 틀을 깨는 것들을 많이 보여달라고. 그런 게 되게 좋아요.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있다 보니 제가 느끼는 것과 원이가 느끼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잖아요. 말이 아닌 느낌으로 전해져 오는 게 많아요. 그런 것들을 작업할 때 참고하게 되죠. 원이가 쓴 곡들에서 그런 참신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박원 : 너무 많죠. 영향 받고 도움 받는 게 정말 많아요. 백지에 계속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고 있는 거죠. 그래서 하루하루가 진짜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정지찬 : (1집 앨범 자켓을 보여주며) 이게 그 동안 공연하면서 만난 팬들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을 받아 적은 거에요. 2년 전부터 받았는데, 이 중에 의사고시에 합격하게 해달라는 어느 분의 꿈이 적혀있어요. 그 분을 이번 공연에서 만났는데, (의사고시에) 합격하셨대요. 되게 기분 좋고 뿌듯하더라고요. 서로의 에너지를 더해서 각자 가진 꿈이 이뤄졌을 때 참 기분 좋은 것 같아요.
박원 : 이번 공연의 전체적인 컨셉은 버스 투어에요. 저희 노래 중에 '럭셔리 버스'가 있잖아요. 한해 동안 힘들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의 정거장을 하나씩 지나가면서 공연이 진행될 거에요. 연말공연이니까 각자 세워둔 내년 꿈을 다 같이 공유하는 시간도 있을 거에요. 기회가 되면 예전에 공연했던 것들을 잠깐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지찬 : 일단 한 가지는, 같이 쿠바 여행을 가서 거기서 앨범을 만드는 거에요. 거리의 뮤지션들과 같이 녹음도 하고. 아마 몇 년 안에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원 : 처음 밝히는 건데(웃음) 이번 앨범 자켓에서 세잎클로버의 꼭지 부분이 쿠바지도의 모양을 딴 거에요.
정지찬 : 원이랑 같이 음악을 하게 되면서 그런 것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내가 원이 나이였을 때 '누군가 내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들을 이뤄주고 싶다고. 그 중 하나가 쿠바여행이에요. 누군가를 기쁘게 해줬을 때 사실은 내가 더 기쁘잖아요. '원모어찬스'라는 이름에도 그런 뜻이 있어요. 제가 원이한테 원모어찬스였으면 좋겠고, 원이도 나한테 원모어찬스였으면 좋겠고, 우리의 음악을 듣는 분들께도 희망과 위안의 느낌을 전하고 싶어요. 더 꼽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싶고,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싶어요. 그리고 더 많은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박원 : 연말에 참 많은 공연이 있잖아요. 저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정지찬 : 저는 제가 재미있게 놀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스노우뮤직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