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인 본공연으로 찾아오는 <트레이스 유> 김달중 연출 & 최재웅 배우

작고 어두운 락클럽, 무대 위에 선 가수는 첫눈에 반한 한 여인을 기다린다. 언젠가부터 매일 클럽을 찾아오던 그녀는 그러나 좀처럼 모습을 비추지 않고, 클럽 주인은 '그녀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여인의 행방에 대해 묘한 암시를 던진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 네 시. 여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편의 락콘서트처럼 펼쳐지는 뮤지컬 <트레이스유(Trace U)>는 락클럽 '드바이'에서 일어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거칠고 반항적인 락커 구본하와 차분히 그 곁을 지키는 클럽주인 이우빈은 클럽에 드나들던 한 여인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 이야기는 배우도, 연출도 '불친절하다'고 표현할 만큼 다소 어렵지만, 그 어려움이 바로 이 작품의 개성이자 매력이 되었다. 지난 겨울 3주간의 프리뷰공연에서 관객들의 분분한 해석을 낳으며 많은 관심을 받은 데 이어, 오는 2월 5일 본공연을 앞둔 <트레이스유>의 김달중 연출과 최재웅 배우를 만났다.

 프리뷰 공연을 본 관객들의 해석이 다양했어요. 배우 분들은 대본을 처음 보고 결말을 이해하셨어요?
최재웅
 : 몰랐죠. 다른 대본에 비해서 어려운 편이니까. 다들 어리둥절했어요.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을 많이 했죠.

 그만큼 연기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최재웅
: 어렵긴 해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다른 작품보다는 덜 친절하니까. 그렇다고 그 캐릭터를 친절하게 연기하면 이상하고. 또 이 작품의 경우에는 노래를 통해서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해서 노래를 잘 해야 되는데 제가 잘 못해요.(웃음)

3주 동안의 긴 프리뷰공연도 이례적이었어요.
김달중
: 사실은 일정을 (길게) 잡을 수가 없었고, 여러 가지 사정상 첫 공연은 프리뷰로 가기로 했어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검증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프리뷰 공연도 그 안에서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긴 했지만, 그 때의 완성도가 70%였다면 지금은 90%정도로 연습하고 있어요.

최재웅 : 보통은 프리뷰를 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본공연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에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프리뷰 때 '이렇게도 해보고 싶은데'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냥 짧게 끝났으면 아쉬웠을 텐데, 본공연에서 하면 되니까.

 본공연에서는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요?
김달중
: 의상, 무대, 조명, 음악 전부 다 바뀌어요. 곡이 한 곡정도 추가되고, 기존의 음악도 편곡을 해서 일부분 느낌이 달라질 거에요. 클럽은 좀 더 클럽답게 바꾸고, 드라마가 펼쳐지는 내실도 좀 더 내실답게 바꾸고. 드라마에 있어서도 조금은 친절해졌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다른 공연보다는 불친절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바꾼 것들이지만, 평가는 보시는 분들이 해주시겠죠.

최재웅 : 대사도 많이 추가됐어요. 약간씩 바뀐 부분이 많은데, 약간씩 바뀌니까 더 헷갈리더라고요.(웃음)

프리뷰 공연 때 관객들의 후기를 찾아보셨나요?
김달중
: 관객분들이 보내시는 (트위터) 멘션에 거의 100% 답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보셨는지,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죠.

 공연을 보신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게 많더라고요. 뒤에 그려진 여자의 얼굴에 왜 입이 없는지 등이요.
김달중
: 다분히 의도한 부분이에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배우들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읽어내는 소극장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이 의문을 안 가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관객들이 극장에 오는 건 소통하기 위해서잖아요.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배우들과 뭔가를 나눴는데, 아무런 의문 없이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공연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보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그 의미를 분석하고 찾아내고 느끼고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여자의 입도 마찬가지에요. 의문스럽죠. 왜 입이 없을까. 아마 공연 뒷부분으로 가면 이해를 하시게 될 텐데, (이우빈과 구본하 중) 누구에게든 입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불편한 일이었을 거에요. 입은 우리가 뭔가를 말하는 곳, 생각을 드러내는 곳이잖아요. 여자가 생각을 드러냈다면 과연 어떤 말이 가장 먼저 나왔을까요. 왜 그 입이 없었고, 왜 입이 그려져야 하는지를 쫓아가는 것이 이 작품의 이야기에요. 물음표에서 시작해서 느낌표로 가는 거죠.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걸 다 하면 며칠 걸릴 것 같아요.

 락 클럽 '드바이'의 뜻은 뭔가요?
최재웅
: 이건 스포인데(웃음) 드바이는 지명이에요. 오이디푸스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요.

김달중 : 원래는 '테바이(Thebes)'죠. 근데 그걸 그대로 쓰면 결말이 노출될 수 있으니까 'the'를 'de'로 조금 바꿨어요. 또 한 가지는 프랑스어로 'de'가 'from'이거든요. '과연 이들은 어디에서 왔는가'의 느낌이 좋아서 바꾸기도 했어요. '두 번째' 라는 독어 단어(zwei)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냐 등등 관객분들의 다양한 해석이 있었는데, '와, 이렇게까지 해석을?' 하면서 깜짝 놀랐죠.


 프리뷰 때 최재웅-윤소호, 이율-이창용 페어가 참여했고, 이번엔 김대현-손승원 페어가 합류했어요. 페어별로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김달중
: 중요한 것은 작품에 대한 세 페어의 해석이 같다는 거에요. 이 작품이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한다는 해석은 동일해요. 그런데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각 배우들이 잘 하는 방식이 있고, 서로 호흡이 잘 맞는 방식이 있거든요. 어떤 연기적 프레임과 호흡으로 이 지점까지 끌고 갈 것인가 하는 전략이 조금씩 다르죠. 그걸 존중하는 게 저도 편하고 배우들도 편해요. 해석도 표현도 다 똑같으면 여러 번 볼 필요가 없잖아요. 재웅이의 우빈과 창용이의 우빈, 새로 올라오는 대현이의 우빈이 가진 매력이 다 다르고, 그런 걸 본공연에서 정확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교차 없이 고정 페어로 가는 이유가 있나요?
김달중
: 일단 프리뷰 때 크로스를 안 한 이유는, 배우들의 연습기간과 공연기간이 짧았기 때문이에요. 매회 공연에서 90% 이상의 완성도가 보장되고 안정감이 생길 때 크로스를 하는 것이 작품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덜 손해 보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개막 후 첫 달에는 크로스가 없어요. 그 다음은 어떻게 할지 다시 판단을 해야겠죠. 저도 재웅 우빈과 율 본하가 부딪히면 어떤 에너지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관객분들이 보고 싶어하시는 것처럼 저도 똑같이 보고 싶어요.

 최재웅씨는 어떠세요?
최재웅
: 제가 등장인물이 둘만 나오는 작품을 많이 한편이라, 바꿔서 해보면 재미있죠. 호흡만 잘 맞고, 연습만 잘 하면.

 새로운 페어를 캐스팅할 때 어떤 점을 가장 많이 고려하셨어요?
김달중
: 마음에 들어서?(웃음) 사실 대현 배우가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됐어요. 작년 쇼케이스에서 대현 배우가 우빈 역할을 했는데, 그 때 서로 본공연까지 가기로 했죠. 근데 대현 배우가 <나쁜 자석> 스케쥴이 잡혀서 프리뷰에 참여하지 못한 거에요.
또 한가지 캐스팅에 얽힌 비화가 있는데, 원래 재웅이랑 율이는 같은 배역(구본하)이었어요. 만약 이 공연이 계속 생명력을 갖고 간다면 율 배우의 구본하 연기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것 같아요. 사실 우빈은 드라마에 안정감을 줘야 하는 캐릭터고, 본하는 상대적으로 어린 호흡을 요구하는 역할이에요. 대현 배우가 캐스팅된 상태에서 더 어린 호흡의 연기를 구사할 수 있는 배우를 알아보다가 어렵게 찾은 배우가 승원 배우에요. 아직 형들이랑 발란스를 맞추기엔 좀 부족하지만, 지금까지는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작품 준비할 때 서로 대화 많이 하시는 편이세요?
최재웅
: 많이 안 해요.(읏음) 기본적으로 작품 해석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시죠.

김달중 : 재웅 배우나 율 배우나 저랑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대화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대현, 승원 배우처럼 이전에 교류가 많지 않았던 경우에는 대화를 많이 할 수밖에 없죠.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하니까.
재웅이랑은 서로 알아온 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니까, 제가 말머리만 꺼내도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대충 알아요. 저도 재웅이가 연기하는 걸 보면 뭘 하려고 하는지 대충 알고. 그러다 보니 좀 수월하죠.

 두 분은 계원예고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나셨잖아요. 그 때는 어떤 선생님, 어떤 학생이었나요?
최재웅
: 그 때는 굉장히 젊은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작업도 많이 하고 시간을 많이 같이 보냈어요. 놀기도 많이 놀고, 술도 많이 먹고, 축구도 하고.
김달중 : 제가 20대 후반이었으니까.

최재웅
: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 젊으셨으니까. 학교 자체가 워낙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술을 마셔도 조금씩만 혼내고, 머리를 짧게 자르면 오히려 멋있게 기르라고 하는 선생님도 있었어요. 학교 다니는 게 즐거웠어요. 사고를 많이 쳐서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김달중 : 재웅 배우는 변함이 없어요. 재웅이가 17살일 때 만났는데, 물론 호흡은 달라졌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한 게 없어요.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떤 것을 선택해서 가는지를 보면 늘 한결같아요.
중요한 건 18~19년 전 그 시간에도 같이 극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지금도 같은 공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거죠. 내 20대의 젊음과 그들의 10대의 꿈이 있던 곳에 같이 있었고, 지금도 똑같은 마음으로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행복한 거죠. 물론 고통스러운 삶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습실에 와 있으면 행복해요. 다른 배우보다 재웅 배우나 율 배우를 더 찾는 이유는 함께 가졌던 시간이 행복했기 때문이겠죠.

 최재웅씨가 출연하는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미리 함께 상의하시나요?
최재웅
: 네. 했었죠.
김달중 : 결정은 본인이 하고, 상의는 했죠. 근데 지금은 안 해요. 제가 물어보지 말라고 해요. 이제 알아서 해야죠.(웃음) 그리고 답이 명쾌할 때는 할 필요가 없죠. 서로 돌아올 말이 뭔지 뻔히 아니까. 근데 정말 고민될 때는 얘기해요. 또 저도 정말 아니다 싶으면 가서 얘기해요. 이런 건 조심해야 하지 않겠니, 하고. 애초에 배우와 연출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잖아요. 선생님보다는…선배랄까?(웃음)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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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playdb** 2013.01.31

    hyunyggo** 님,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hyunyggo** 2013.01.30

    계원외고 아니고 계원예고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