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돈 크라이> 장현덕 "연기 욕심 많아, 연기 칭찬 듣고 싶다"

장현덕이란 배우 이름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2011년 <쓰릴 미>부터였다.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소극장 무대를 장악한 그를 보면서 전작인 <늑대의 유혹>이 비로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블랙메리포핀스> <셜록홈즈> <나쁜자석>을 거쳐 현재 <마마, 돈 크라이>까지 이 배우,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다. 2007년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서 주인공 ‘토니’ 역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가, 이제 두 번째 비상을 시작한 것이다.

<마마, 돈 크라이>에서 한번만 봐도 빠져드는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했다.
처음 접했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다. 인간이 아닌 판타지적인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나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보거나 자료를 찾아보면서 어떤 인물인지 조사해갔다. 영화에서 탐 크루즈 브래드 피트는 샘이 날 정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까 싶게. 난 대본에서 답을 찾았다. 이미 작가님이 대본에 모든 걸 녹여 놓으셨다.

캐릭터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드라큘라 역할은 분장 들어가면서 네일케어를 받고 싶다고 제안 드렸다. 아름다운 남자고 안무에 손을 쓰는 동작이 많아서 손으로 정서를 표현하고 말을 하기 때문이다. 네일케어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안 그래도 손톱을 붙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 지금은 손톱을 여러 개 붙이고 한다.



진하게 화장한 모습은 어떤가.
영빈 형과 분장 컨셉트가 다르다. 영빈 형은 내추럴하지만 난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하얗다. 분장 선생님에게 물어봤더니 이미지에 맞게 한다고 했다. 분장을 하면 많이 (외모가) 달라지니까 캐릭터에 임하기 더 수월한 것 같아서 좋다.

무대에서 장현덕의 드라큘라는 요염했다. 어떤 이미지를 생각했나.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했다. 여성적이라기 보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이고 싶었고, 무엇보다 특별했으면 했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뱀 같다고 생각했다. 꽈리를 틀다가 어느 순간 물어버리는. 장면 곳곳에 그렇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어떻게 보여질지는 모르겠다.

드라큘라 연기를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지 않나.
인간 장현덕은 괜찮지만 드라큘라는 뚱뚱하면 안 된다(웃음). 연습 때 만날 도시락만 먹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치찌개가 어떤 맛인지…가물가물 하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일동 웃음). 내가 운동하기엔 정말 좋은 몸인데 배우 하기엔 좋지 않은 몸이다. 요즘 배우들이 다들 말라서…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랬다. 넌 무대에서 참 안 예쁜 허벅지구나…(일동 폭소). 그런데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다. 다시 태어나야지. 사실 <마마, 돈 크라이>를 하기로 마음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주변 분들에게 다이어트 할 거라고 말하고 노력도 해서 효과는 본 것 같다.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극중 여장을 하는 장면이 있던데. 코믹한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하하하. 그 장면의 원래 목표는 ‘와~ ‘라는 감탄을 자아 내야 한다. 그렇지만 몇 회 하다 포기했다. 치마 입은 종아리 뒤에 하트 생기는데 어떻게 그러겠나(일동 웃음). 지금도 의상이 계속 바뀐다. 게다가 테크니컬 리허설을 할 때 트라우마가 생겼다. 분장 다 하고 하이힐을 신었는데, 힐을 처음 신어봐서 무대 뒤에서 추하게 넘어졌다. 조금씩 자신이 없어졌다. 영빈 형은 굉장히 섹시하다. 길고 요염하고. 지금 영빈 형과 내 반응은 극과 극이다. 거기서 오는 어떤…자괴감? 지금은 즐겁게 하고 있다. 비록 처음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웃음).

상대 배우가 세 명이다. 이런 질문 좀 그렇지만, 누구랑 제일 잘 맞나.
좀 그런 질문 맞다(웃음). 많이들 물어보는데, 셋 다 다르다. 규 형과 할 때는 내 키가 조금 높아진다. 용진 형과는 세 작품을 같이 해서 ‘형, 그냥 해요’ ‘어, 그래’ 그냥 한다. 그래도 잘 맞는다. 병근이는 키와 몸에서 오는 것들이 있어서 거기에 또 맞춰진다. 연습 때 안무 선생님이 ‘넌 병근이와 할 때 좀 더 여성스러워진다’고 했다. 의도한 게 전혀 아니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상대에 따라 연기가 조금씩 달라지니까 마음을 열고 보셨으면 좋겠다.

남자 배우들만 나오는 극에 최근 출연이 많았다. 장단점이 있다면.
우선 편하고 더 재미있다. 남자들만 있으면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 들어가서 같이 생활하다 보니 말이 많았다. 그게 너무 웃겼다. 그냥 툭하면 툭툭 넘어갈 줄 알았는데(웃음). 그걸 <나쁜자석> 하면서 느꼈다. 나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고 그 안에서 배운 것도 많다.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나쁜자석> 할 때였는데, 배우들이 단체 문자방에 영상을 찍어 올렸다. 걸 그룹 멤버 한 명이 공연을 보러 와서 난리가 난 거였다. (걸 그룹에 관심 없나) 별로 없다. 그런데 모두들 난리가 난 게 재미있었다(웃음). 다들 술을 많이 먹진 않아서 틈 나면 게임을 같이 하고 편하고 즐겁다. 물론 배우나 스태프 중에 여성이 있으면 분위기가 다르긴 다르다(웃음).

 

2007년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서 주목을 받은 이후 한동안 뜸했다. 무엇을 했나.
놀았다.

아무리 스케줄이 많아도 늦잠도 잘 안자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쉴 때도 규칙적으로? (웃음)
성실하게 놀았다(웃음). 2007년에 처음 주인공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매체에서도 사진 찍고 인터뷰 하고, 좋았다. 그런데 그게 독이었다. 지금 후배들에게 말한다. 빨리 되는 게 좋은 게 아니다. 나를 봐(웃음). 지금까지 오면서 나란 사람이 참 많이 바뀌었다. 누가 드리블을 하듯, 누가 내 모서리를 정으로 치듯이 깎여 나갔다. 그 과정이 정말 아팠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약했던 부분은 단단해 지고, 단단했던 부분은 물러지고. 그런 시기였다.

<늑대의 유혹>이 전환점이 됐다. 그 사이 마음 고생을 했겠다.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 지면서 아버지는 당신의 일을 하시길 바라셨다. 언제부터인가 이 놈이 밖에 나가기는 하는데 벌어오는 돈은 없고, 뭘 해먹고 사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그 당시엔 나갔다가도 밥은 집에 들어와서 먹었다. 돈이 없어서. 밥 먹고 또 나가고(웃음). 부모님이 보시기엔 마음이 아프셨을 거다. 아버지가 한 달의 기한을 주셨다. 안 되면 그만 두라고. 그 한 달 동안 오디션이란 오디션은 다 봤다. 대부분 최종에서 떨어졌다. 사실 나도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교회공연을 하는데 그게 너무 행복한 거다. 이 길이 맞다, 확신했다. 그랬더니 기회가 왔다. <늑대의 유혹> 오디션에 붙었다.

그 시기 배우로서 준비가 됐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잡은 거 아닌가.
쉴 때 나를 바꾸기 위해 여러 경험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 때 나가서 한 게 운동이었다. 당시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로미오와줄리엣> 같이 왕자 역할 같은 것만 했었고 서른 넘은 남자 배우에겐 다른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거칠게 바꾸고 싶어서 액션 무술, 복싱, 승마 등을 배웠다. 특히 복싱은 긴장감이 엄청나다. 싸울 때 보다 나와 싸울 상대를 확인하고 몇 시간 동안 기다릴 때 긴장감이 대단하다. 무대에서의 긴장감보다 훨씬 크다(웃음). <늑대의 유혹>에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몸을 만들어서 무대에 섰다. 그런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 작품에선 놀아야 하는데, 난 드라마로 간 거다. 혹평도 많이 들었다.

 


이후 작품 <쓰릴 미>에서도 인상 깊었다.
<쓰릴 미> 때 “쟤 뭐야?” 이런 소리 많이 들었다.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다. 보는 사람들이 더 잘 아는 공연이라 그런 것 같다. 나는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를 살짝 비튼다. 그러니 “왜 저러지?” 이런 평가가 나온 거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가장 보편적인 길도 있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보다 살짝 비트는 걸 더 선호한다. 그러니 더 좋지 않은 말을 들었다. 그러다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싫어하는 분은 영원히 싫어하시더라.

올해 스케줄 어떤가.
연극 하나, 뮤지컬 하나가 예정돼 있다. 사실 마음이 편안하다. 배우들은 공연을 하면 다른 공연 오디션을 보거나 연습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 작품 들어가면 다음 작품 고민하고. 난 사실 한번에 두 개를 못한다. 집중이 안 돼서. 공연 끝나면 그냥 집에 가고, 연습 끝나면 집에가고 이런 스타일이다. 요즘 환경에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 미리 스케줄이 잡히니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장현덕 연기 참 잘한다, 이런 이야기가 정말 듣고 싶다. 그래서 연극 욕심도 많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셔서 같이 즐기셨으면 좋겠다. 투자한 시간들이 힐링을 줄 수 있는 공연을 하도록 최선을 다 할 거다. 영화처럼 예매해서 ‘오빠, 가자!’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내가 영화과를 나왔는데, 그때도 공연 한편 보는 건 큰 일이었다. 오신 분들이 최대한 즐길 수 있고, 그만큼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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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nna10** 2013.04.12

    내 얘기 하네..ㅋㅋ 그때 싫어 하던 분..진짜 영원히 싫어 하려다가...여기 돌아왔습니다!! 현덕씨의 진실성이 무대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명한명 돌려 놓으면 되죠! 장현덕 화이팅입니다!!

  • maako** 2013.04.06

    현덕씨 연기 잘 합니다.. 연기와 노래가 출중하다고 생각되는 몇 안되는 배우에요. 특히 연기가 항상 인상 깊어요. 앞으로 더 훌륭한 배우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