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다는 것은 축복” <셜록홈즈> 박혜나
작성일2014.11.04
조회수16,767
<위키드>의 초록마녀로서 1년 가까이 활약해온 박혜나는 이제 다음 출연작 <셜록홈즈>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1년 초연 당시 수많은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뮤지컬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셜록의 추리를 돕는 의사 제인 왓슨. 개막을 3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그녀에게서는 묵직한 긴장감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꿈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 생각하기에, 그녀는 1년 전과 다름없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하는 중이다.
Q <위키드> 공연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다.
사실 <위키드>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에 <셜록홈즈>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말에는 <뮤직 오브 나잇>에 출연했고, 또 그 다음 주에는 <셜록홈즈> 콘서트를 해서 푹 쉬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 <위키드>는 정말 내가 다양한 경험을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기 전부터 어떻게 <위키드>를 떠나 보낼 수 있을지, 끝나면 어떻게 할지를 많이 걱정했다.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걱정했는데 그게 일로써 채워지더라. 공허함이나 우울함을 느낄 새 없이 바로 일을 이어서 하게 돼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Q <셜록홈즈>는 어떻게 하게 됐나.
<위키드>를 하고 있을 때 일찍 제안이 왔다. 사실 예전에 공연을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도 탄탄하고 음악적인 구성도 좋아서 잘 만든 작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까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공연 볼 때 놓친 부분도 있고. 나는 나한테 다가오는 작품이 내 작품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니까(웃음) <셜록홈즈>도 막연히 좋은 작품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돼서 같이 하게 되니 좋다.
Q 제인 왓슨을 연기하게 됐는데, 그녀는 어떤 인물인가.
기본적으로 군의관이고, 셜록의 조력자라고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 왓슨도 분명 다방면으로 천재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천재인지 아니면 비정상적인 천재인지가 셜록과 다른 것 같다. 셜록은 어떻게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천재이지 않나. 보통 사람들이 ‘왜 저래’하고 바라보게 되는. 그래서 생활 면에 있어서 셜록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왓슨이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관계다.
Q 왓슨도 정의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초록마녀와 닮은 점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또 둘 다 여성적이지 않고 중성적인 캐릭터라서 닮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작품의 장르가 다르고 시대나 상황이 달라서 차이도 있다. 언젠가 연출님께서 왓슨을 여자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 얘기하신 적이 있는데, 왓슨이 셜록에 비해 좀 더 감성적인데다가 사건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작가이자 해설자라서 여자로 설정했다고 하시더라. 셜록이 이성적이고 추리를 좋아하는 반면, 왓슨은 일단 사람을 치료하는 의술을 가진 사람이고 그 의술로 돈을 벌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군의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더 어려운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쓰는 사람이니까. 그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많은 사람인 거다. 물론 왓슨도 사건을 추리할 때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만, 작가이자 여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사건에 쉽게 다가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인 것 같다.
Q 요즘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서 바쁘다. 오늘은 10시까지 하는데 또 뭐가 나올지 기대된다. 배우들 중에 <셜록홈즈>에 이미 출연했던 분들이 많지만,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도해보는 것들이 많다. 드라마적인 부분 외에도 무대 장치 등 새롭게 도전하고 시도해보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하다. 기대도 되고. 일단은 연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이다(웃음).
Q 송용진·김도현과 함께 셜록 역을 맡은 안재모의 연기는 어떨지 궁금하다.
재모 오빠는 워낙 젠틀해서 영국 신사 같은 느낌이 난다. 원래 셜록이 영국 사람이지 않나. 신사 같은 느낌이 물씬해서 원래 잘 망가지던 사람이 망가지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반전의 재미가 클 것 같다. 재모 오빠가 그 동안 왕을 많이 하지 않았나. 셜록이 추리를 할 때는 남들 보기에 기괴해 보이는 행동들을 하는데, 그 동안 신사 같고 위엄 있는 모습만 보셨던 분들이 이번에 재모 오빠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 더 재미있게 보실 것 같다.
Q <위키드>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1년간 출연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작품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지는 않았나.
작품을 보는 눈이 월등히 뛰어나게 바뀐 것은 아니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주연이 아닌 조연일 때도 내가 이 큰 작품에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공연을 전반적으로 잘 살릴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위키드>를 통해서 달라진 것은 너무나 많은 기회가 생겨나고 다가오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일들이다. 감사하다’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월등히 성장했다기보다는 인간 박혜나가 많이 변한 것 같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너무나 좋은 작품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니까. 감사하는 마음도 더 깊어졌고, 겸손해지려는 마음도 더 깊어졌고. 여러 부분에 있어서 마음이 더 열리고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Q 뮤지컬토크콘서트 <후 엠 아이>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를 불렀더라. 혹시 남자 캐릭터의 넘버 중 앞으로 무대에서 불러보고 싶은 곡이 또 있다면.
솔직히 남자배우들의 노래는 다 멋있다. 근데 팬 분들이 내가 <프랑켄슈타인>의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 하시더라. 어디서 이건명 선배님 따라서 끝 소절만 같이 따라 부른 적이 있는데, 팬 분들이 그 노래를 듣고 싶어해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불러 드리고 싶다. ‘대성당들의 시대’는 원래 좋아하던 곡이어서 불렀고. 그랭구와르를 여자가 하면 안 되나?(웃음) 레게파마 하고 군화 신고(웃음).
Q 고등학교 때까지는 뮤지컬 지망생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을 하게 됐다고.
맞다. 일반 대학을 준비하다가 재수를 하게 됐는데, 그 무렵 TV에 나오는 뮤지컬 아카데미 광고를 보면서 지나가는 말로 ‘엄마, 나 저것 좀 배워보면 안 될까?’ 했는데 그러라고 하시는 거다. 그렇게 운 좋게 이 길에 발을 들여놨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노래나 연기, 춤을 좋아했다. 그런데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는 그런 것들을 필요 없는 것이라고 가르치지 않나. 부모님도 공무원이시다 보니 내가 선생님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바라셨고. 그래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부정하고 멀리 하면서 살다 보니까 삶이 즐겁지가 않았다. 내 자신의 삶인데, 그 삶의 기준을 다른 사람들이 세운 곳에 맞추고 있었으니까. 그러느라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길을 좀 돌아오게 됐지. 그런데 후회는 없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고, 멀리 돌아온 만큼 이 길을 찾았을 때 그만큼 더 즐겁고 소중했으니까.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다 배울 것이 있는 것 같다. 각자 시기와 흐름이 다를 뿐이지,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다 밑거름이 돼서 결과물을 가져다 준다. 나한테는 오히려 그 시간이 박혜나라는 사람에게 맞게 잘 흘러온 것 같다. 앞으로도 내 인생이 궁금하다. 어떻게 될지(웃음).
Q 대학(국민대 연극영화과)을 졸업하고 데뷔한 후에도 고민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런 고민이 어떻게 정리됐나.
데뷔하고 나서 꾸준히 작품은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직업의 안정성이 없다 보니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 배우들도 다들 뭔가 불안정 속에서 미래를 걱정하고 있고. 근데 그런 생각은 한 번에 끊겼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미치도록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니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지금 한 발을 빼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부끄럽고 후회가 됐다. 무대에 한 번 서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내가 이렇게 좋은 기회들에 감사하면서 제대로 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떻게 보면 운명론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길을 내가 정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하고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내 계획이나 의지에 의해서 온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 주어진 것에 더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Q 뮤지컬을 꿈꾸는 후배나 학생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어떤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누가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위키드>에 출연하고부터 그런 고민이 담긴 편지를 주는 분들이 많다. ‘뮤지컬을 하고 싶다, 언니의 공연을 보고 나서 접었던 꿈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는 편지를 많이 받았다. 근데 그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슨 조언을 해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일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일 수도 있고, 정말 뮤지컬이 꿈이었는데 참고 지내다가 인내심에 한계가 와서 도전해보려는 분일 수도 있으니까.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지 않나. 또 그분들이 내 공연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면 내가 그분들에게 하는 말 또한 영향이 클 텐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될 것 같고.
그래도 어쨌든 꿈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꿈을 꾸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꿈꾸지 않을 때야말로 정말 절망적일 때다. 자신에게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만큼 미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왜냐면 인생에는 끝이 있으니까. 또 해본 일보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크지 않나. 어떤 일을 하든 무언가를 미친 듯이 열심히 해보는 경험은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결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현재의 자신을 잘 돌보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도 중요하고.
Q 배우로서의 꿈 외에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랜드캐년도 가보고 싶고, 산티아고 같은 곳도 가보고 싶고. 그렇게 여행을 가려면 시간을 많이 내야 하는데 여유가 많지는 않다. 또 여유가 생길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슬프다(웃음). 만약 여유가 생긴다면 그런 여행을 통해서 내적으로 많이 채우고 성숙해지고 싶다. 일단 지금은 당장 하는 일들에 최선을 다 해야지.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 경우의 수를 더 줄이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내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께 좋은 기운과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고, 또 그게 내 삶의 낙이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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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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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y**님 2014.11.05
배우님 최고에요^^ 셜록홈즈도 보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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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young**님 2014.11.04
역시 배우님은 마음도, 얼굴도 너무 예쁘세요♥ 배우님덕에 힘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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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zoa**님 2014.11.04
위키드를 통해 박혜나 배우님을 알게되었고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과정에서 진정 저의 멘토가 생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고 꿈이 있는 사람으로써 열심히 해서 박혜나 배우처럼 멋지고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싶네요. 셜록홈즈도 기대하고 있어요!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