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부터 뮤지컬까지, 하고 싶은 게 많아” <악뮤캠프> 떠나는 악동뮤지션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악동뮤지션은 촬영장에 놓인 물건을 선뜻 집어 만져보며 장난을 쳤다.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매 순간 각별한 기분으로 낯선 세상과 조우하는 아기들 같았다. ‘다리 꼬지마’ ‘라면인 건가’ 등 처음 TV에 나와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기발한 노래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그런데 인터뷰가 시작되고 나서 찬혁·수현 남매에게서 받은 인상은 또 달랐다. 음악에 대해 말하는 그들의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했고, 곧 펼쳐질 첫 번째 단독콘서트 <악뮤캠프>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어른스러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아이다운 순수함과 그 순수함을 잃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을 함께 지녔으니, 듣는 이에게 따스한 웃음을 전하는 악동뮤지션만의 특별한 음악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Q 악동뮤지션은 <케이팝스타2>에 출연해서 스타가 되기 전부터 홍대 같은 곳에서 길거리공연을 했잖아요. 그 때를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이찬혁(이하 찬혁):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조금 그립고 또 아쉽기도 해요. 지금도 물론 많은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나름대로 행복하긴 하지만, 그 때는 지금과 좀 달랐거든요. 버스킹만의 묘미가 있는데, 저희가 만약 지금 버스킹을 하면 그때의 분위기는 안 나올 테니까요. 그때는 노래를 해도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적도 있어요. 의무감 같은 것은 다 내려놓고 그냥 랄랄라 자유롭게 노래했던 것이 조금 그리워요.

Q 버스킹을 하면 앞에 인형이나 과자 같은 걸 두고 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특별한 물건을 받은 기억은 없나요.
찬혁:
저희는 공연할 때 돈을 받는 통을 아예 두지 않았어요. 기름유출사건을 알리거나, 그런 캠페인성 공연을 많이 했거든요.
이수현(이하 수현): 버스킹을 하다가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어요. 가끔씩 경찰들도 오고, 그러면 자리를 옆으로 옮겨서 공연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지금은 악동뮤지션이라는 이름도 있고 회사도 있으니까 그렇게 민원이 들어오면 일이 복잡해지겠죠. 그래서 쉽게 버스킹을 못하는 게 조금 아쉬워요.
찬혁: 그래서 외국에서 한번 버스킹을 해보고 싶어요.

Q 어느 나라에서요?
찬혁: 몽골에서는 공연을 해봤으니까, 다음엔 유럽에 가보고 싶어요. 유럽 사람들은 우리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 음악이 거기서도 통할지 궁금해요.
수현: 저도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 해보고 싶어요. 서양은 우리나라와는 또 문화가 다르니까, 버스킹을 하면 좀 더 멋있게 자유롭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번 콘서트의 제목이 <악뮤캠프>인데, 찬혁 군이 직접 지었다고요.
찬혁: 그냥 콘서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리감이 있어 보였어요. 관객들과 형 누나처럼, 혹은 엄마 아빠처럼 같이 캠핑가서 고기 구워먹고 이야기하다 오는 느낌으로 공연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제목을 ‘악뮤캠프’라고 하고 싶다고 했어요. 무대도 캠프 분위기로 꾸밀 예정이에요.

Q 공연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도 직접 내고 있나요.
수현: 거의 모든 회의에 같이 참석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근데 아무래도 콘서트는 처음이다 보니 저희가 아이디어를 생각나는 대로 막 던져요. 이것도 했으면 좋겠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고. 그러면 YG 공연팀 분들이 예산 같은 걸 고려해서(웃음)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맞춰주시죠. 저희의 생각을 절제시키기보다는 극대화시켜 주셔서 굉장히 만족스럽게 준비를 하고 있어요.

찬혁: 저희가 이제 데뷔 1년 차잖아요. 아직 관객들이 저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으니까, 이번 공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수현: 그냥 가수의 콘서트에 간다기보다는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Q 수현 양은 뮤지컬을 좋아하나 봐요.
수현:
되게 좋아해요. 볼 때마다 ‘와 저거 해보고 싶다’ 생각해요. 회사에도 나중에 크면 뮤지컬 하고 싶다고 말해놨어요. 뮤지컬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어했던 춤, 노래, 연기 세 가지를 모두 다 잡을 수 있는 분야거든요.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더 커서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 <위키드>를 봤는데 글린다 같은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하이스쿨뮤지컬>에서처럼 교복 입은 발랄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사장님도 아직은 저희가 우울한 걸 하는 것을 안 좋아하세요. 그래서 뮤지컬을 하더라도 진지한 작품보다는 귀엽고 유쾌한 걸 해보고 싶어요.

Q 악동뮤지션 노래 중에서 공연 때 관객들과 같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꼽는다면.
찬혁:
‘안녕’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왕따에 대한 노래거든요. 그 노래 중에 ‘나나나~’하는 후렴부분이 있어요. 처음 그 노래를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왕따들이 한 명씩 ‘나!’ ‘나!’하고 손을 들면서 일어서는 거에요. 사실 나는 왕따였다고 고백을 하는 거죠. 그래서 녹음을 할 때도 이어폰 양쪽에서 번갈아 들리도록 작업을 했어요. 공연에서도 관객 분들이랑 같이 그걸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 ‘나’ ‘나’ 하고 한 명씩 손을 들다가 나중엔 다 같이 흔드는 거죠.
수현: 근데 난 노래하다가 웃음이 터져서 안 될 것 같아(웃음).
찬혁: ‘외국인의 고백’도 축가로 많이 쓰시더라고요. 어떤 합창단에서 부르는 영상을 봤는데 멋졌어요. 그 곡을 함께 불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Q 사람들이 악동뮤지션한테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작곡할 때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일 것 같아요.
찬혁: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한번은 ‘머릿속에 할머니를 모셔두면 영감님이 오신다'는 우스갯소리도 했어요(웃음). 근데 정말 잘 모르겠거든요. 전 책도 되게 안 읽고 공부도 못해요. 영감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에요. 근데 저희는 호기심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아직도 일고여덟 살 아이들 같은 순수한 면이 있거든요. 아마도 그런 면 때문에 소재를 찾는 것 같아요.

수현: 전 작곡을 안 해봤으니까 오빠가 영감을 어디서 받건 그러든지 말든지 했어요. 근데 직접 해보니까 너무 안 되는 거에요. 생각나는 걸 적어봤더니 손발이 오글거려서 다 지우고(웃음). 그러면서 오빠한테 물어봤더니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래요. 솔직히 오빠를 보면 그냥 타고나는 것 같아요. 오빠가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것 자체도 평범하지 않고, 그걸 또 한번 살짝살짝 비틀어서 창작을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타고난 것 같아요.

찬혁: 얼마 전에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고 공감이 많이 됐어요. 한 여자가 연주를 하는데, 편곡자가 그 모습을 보고 상상만으로 여자의 음악에 세션을 입히거든요. 저 뿐만이 아니라 아마 작곡이나 편곡을 하는 분들은 다 그렇게 상상을 하실 거에요. 머릿속에서 ‘베이스 연주가 이렇게 들어가고, 드럼은 여기서 땅땅땅 하고…’하는 식으로 음악을 완성하거든요.

수현: 우리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았어요.
찬혁: 근데 요즘엔 악상이 잘 안 나와요.

Q 악동뮤지션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어린 동생들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찬혁: 즐기세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저희도 <케이팝스타2>를 하는 동안 즐기는 것이 가장 힘들었거든요. 정해진 과제도 있었고, 작곡하고 싶지 않을 때도 해야 하니까 그게 힘들었어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작곡이 안 되는 시점에는 그 때가 자꾸 생각나요. 지금 또 성장할 수 있을까?
수현: 서바이벌을 또 해야 하나? ‘누가 더 먼저 솔로로 나올 것인가’ 어때? 근데 내가 질 것 같아(웃음). 요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곧 <케이팝스타4>도 시작하고, YG 안에도 <믹스앤매치>가 있고.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엔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눈물이 나요. 그분들이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 안타깝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더라고요.
찬혁: ‘즐기세요. 그리고 하고 싶은 거 하세요’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저희 음악도 다 그런 내용이에요. 그냥 즐기고 하고 싶은 걸 해라, 인공 잔디처럼 살지 말고 진짜 잔디처럼 살아라, 라는. 앞으로도 계속 그런 음악을 만들 거고, 듣는 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Q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잖아요. 악동뮤지션만의 순수함을 잘 지켜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는 않나요.
수현:
저는 아직 중학생이니까 주위에서 ‘아직 애기잖아~’하면서 잘 챙겨주세요. 근데 오빠는 열 아홉 살이잖아요. 불과 몇 달 후면 성인인데 그러면 여러 권유도 들어올 테고, 그런 것에 대해서 걱정이 있긴 해요. 그래도 저희만의 색깔을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는 것 같고, 저희도 그걸 지키려고 엄청 노력하고 있어요.
찬혁: 전 제가 변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안 바뀔 것 같아요 저는.
수현: 나도 오빠는 안 바뀔 것 같아. 나도 안 바뀔 거야.


Q 일정이 없는 날엔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수현: 영어도 배우고, 춤 레슨도 해요. 악기도 배우고 싶은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이)하이 언니랑 하는 유닛 활동 끝나면 기타도 배워서 치려고요. 주로 할 일 없을 땐 먹고 쉬고 그래요. 살찌고(웃음).
찬혁: 전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밖에 잘 안 나가요.
수현: 오빠랑 저랑 완전 달라요. 오빠는 정말 집돌이고, 저는 완전 외향적이라서 집에 있으면 못 배기거든요.
찬혁: 친구는 좋아하는데 친구랑 집에서 놀아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아하는데, 친해지기가 좀 힘들어요. 마음은 친해지고 싶어도 제가 표정도 많이 없고 목소리 톤도 낮아서...아, 맞다! 나중에 라디오도 해보고 싶어요.
수현: 남매가 라디오를 한 적은 없잖아요. 직장인이나 학생 분들이 들을 수 있는 시간에 같이 라디오를 해보고 싶어요. 리얼리티도 해보고 싶고요.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아요.

Q 만약 대학에 간다면 어떤 걸 공부해보고 싶어요?
수현: 보컬이나 실용음악 전공은 안 할 것 같아요. 몇 번 보컬트레이닝을 받아봤는데 그걸 정석대로 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점점 변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제 걸 다시 찾았어요. 만약 대학에 가게 된다면 뭘 하지? 꿈이 많아요. 연기도 하고 싶고, 악기도 하고 싶고, 뮤지컬도 해보고 싶고. 어쨌든 예술 쪽으로 갈 것 같아요.
찬혁: 저도 예체능 쪽으로 갈 것 같아요. 사실 대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도 대학을 중요하게 생각하시지 않거든요. 저도 작곡 전공은 안 할 것 같고, 작곡을 도와줄 수 있는 무언가를 배울 것 같아요.

Q 악동뮤지션의 이후 활동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수현:
제가 이제 유닛으로 나오잖아요. 언젠가 하이 언니랑 하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어요. 처음으로 오빠를 떠나서 하게 됐는데 두려움도 있고 설렘도 있어서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악동뮤지션도 있지만 여러 모습을 기대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또 다른 유닛이 나올 수도 있고, 언젠가는 오빠도 솔로활동을 할 수도 있겠죠. 제가 아는 오빠 솔로곡 중에 제가 욕심내는 정말 좋은 곡이 있어요.
찬혁: 사람들이 모두 수현이 솔로만 생각하고, 제 솔로활동은 생각 안 하셨을 거에요. 근데 저도 나름대로 좋은 곡을 만들었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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