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은 사랑이 많은 사람들” <노트르담 드 파리> 원작자 리카르도 코치안테 & 질 마으
작성일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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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곡과 연출을 맡은 라카르도 코치안테와 질 마으는 9년 만에 재개된 월드투어 첫 출발인 한국 내한공연에 맞추어 방한했다. 인터뷰 내내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자유로운 영혼의 두 예술가는 “기자들은 항상 어려지는데, 우리는 더 나이만 먹는다”며 유쾌한 농담을 던진다. 그들은 인터뷰 중간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수다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그들이 서로 주고 받은 행복한 눈빛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음을 알 수 있었다.
Q 1998년 프랑스에서 첫 무대에 올랐고, 한국 초연 10년 만에 다시 오지지널 공연으로 돌아왔다. 소감이 궁금하다.
리카르도 코치안테(이하 코치안테) : 사실 10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15년이나 했다. 나이만 먹은 기분이다. (웃음) 이 작품이 현재에도 공연되고 미래에도 살아남는다는 것은 우리가 신에게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처음부터 상업적인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에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이 작업을 시작했다면 진실함에서 출발하자는 우리 의도가 퇴색됐을 것이다. 관객들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 담긴 사랑의 진실함 자체를 좋아해주신 것 같다.
질 마으(이하 마으) : 성공은 정말 미스터리한 것이다. 모두들 성공할거라고 하지만 실패할 때도 있고, 모두들 아니라고 하지만 대박이 날 때도 있다. 이 작품이 성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처음부터 강력하고 파워풀한 작품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댄서들, 배우들이 하나씩 모이면서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각자의 빛을 내 준 덕분에 전율이 있는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다.
리카르도 코치안테(위)
질 마으(아래)
Q 작사가 뤽 플라몽동과 처음 <노트르담 드 파리>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알려달라.
코치안테 : 나는 항상 작곡하는 그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작곡은 나에게는 일상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10-15곡을 만들었었다. 어느 날 플라몽동이 <노트르담 드 파리>의 러브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전에 만들어 둔 곡을 그에게 들려줬다. 그는 멜로디를 듣자마자 막 쓰기 시작했다. 그 노래가 바로 ‘아름답다(Belle)’이다. 음악이 작가의 마음을 건드렸겠지. 그 후 엄청난 불꽃이 일어났다. (웃음) 우리는 이 불꽃을 가지고 며칠 만에 수많은 곡을 썼다. 우리 음악에는 락, 클래식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있다. 어느 특정시대에 갇힌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섞고자 했다. 1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어떤 음악적인 부분, 편곡에 관한 부분은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마으 : 나는 캐나다 퀘백에서 댄스씨어터 컴퍼니를 열고 있었다. 플라몽동과 코치안테가 퀘백에서 열린 아티스트 기금 협의회에 왔는데 거기서 처음 만났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졌다. 처음 스토리를 듣고 음악을 들었을 때 마음에 쏙 들었다. 평소 내가 하던 작업이 아니어서 낯설었지만 그런 것이 전혀 걱정되지는 않았다. 나중에 들었는데 프로듀서가 나랑 진짜 작업할거냐고 원작자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내 작품이 아방가르드하고 전위적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웃음)
Q 이 작품은 한국어를 비롯한 영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졌다.
코치안테 : 원작의 언어로 작품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자국어를 사랑한다. 각 나라에서 번역가들이 작품을 번역할 때 나는 단순히 그들이 번역가가 아니고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단순히 번역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에 하나의 겹을 칠해서 사람들이 원작을 보다 아름답고, 듣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 좋은 작가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그런 느낌이 나도록 번역이 잘 된 것 같다. 배우들의 노래와 댄서들의 춤도 아주 훌륭하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과 장면은 어떤 건가?
코치안테 : 각 캐릭터마다 각자의 음악적 언어로 표현되었다. 물론 액팅이나 가사로 캐릭터마다 차이점을 주기도 하지만 그 전에 음악적으로 구분을 줬다. 개인적으로는 ‘거리의 방랑자들(Les Sans Papiers)’을 좋아한다. 락의 에너지와 발라드가 대조를 이루는 것이 좋다.
마으 : ‘괴로워’ 이 장면이 안무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기억이 남는다. 기존의 뮤지컬처럼 표현되지 않고 모던 댄스를 차용해서 현대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무대 뒤쪽에서 댄서들이 실오라기 하나만 걸치고 춤을 춘다. <팬텀> 같은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퍼포먼스다. (웃음)
아크로바틱 중에서 벽에서 벽으로 뛰어다니는 야마카시라는 기법이 있다. 야마카시는 원래 프랑스에서 교외나 외곽에서 거리의 사람들이 시작했고 스트리트 댄스도 뉴욕의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거다. 우리가 십오 년 전에 처음으로 무대 안으로 가져왔다. 지금이야 여기저기 많이 하지만 그때는 우리가 처음이었다. 우리가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실제로 하던 사람들을 무대로 데리고 왔다.
Q <노트르담 드 파리>는 배우와 댄서가 구분되어 있다.
마으 : 우리 공연은 다른 뮤지컬과 다르다. 노래와 춤이 구분되어 있다. 댄서면 가장 춤을 잘 추는 댄서를 원하고 노래면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작품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노래하는 사람을 뽑는 데 최우선을 둔다. 댄서들도 마찬가지로 최고로 캐스팅하다 보니 단체 안무를 할 때 힘들어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색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코치안테 : 배우들을 캐스팅하려고 뉴욕에 갔다. 클로팽 역을 찾고 있었다. 한 남자를 찾았는데 거리의 남자였다. 노래하는 모습이 락 스타처럼 멋지고 근사했다. 원래 좋아하는 노래도 락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노래를 불러보니 ‘나 뮤지컬 하고 있어요.’ 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실제로 찾는 사람은 짜여진 틀에서 뽐내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원래 잘하는 것을 표현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사람들은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표출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것이 예술이다.
Q <노트르담 드 파리>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치안테 :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른 공연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왜냐하면 때때로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해도 그 음악이 프랑스에서만 사랑받는 노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모든 것을 좋아해준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미스터리고 서프라이즈다. 문화가 다르고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데도 우리 작품을 좋아해주는 것은 “감사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Q 경주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마으 : 첫 번째는 우리 공연은 아주 멋지고 훌륭한 공연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모든 것이 최고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Q 마지막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한 단어로 표현해준다면?
마으 : 러브 어페어.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여러분들도 우리를 사랑하니까. (웃음) 한국 사람들은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작품은 러브스토리니까.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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