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히 '배우'가 되고 싶다” <마마 돈 크라이> 이동하
작성일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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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쁜 자석> 이후 1년 만의 공연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그동안 드라마를 주로 찍었다. <나쁜 자석>이 끝난 지 한 달도 안돼서 단역으로 드라마를 찍었고, 그 다음에는 <왔다! 장보리>와 <괜찮아, 사랑이야>에 출연하고, 또 바로 이어서 영화도 한 편 찍었다. 그리고 나서 <마마 돈 크라이>를 하게 된 거다. 공연 관객 분들이 보기에는 많이 쉬다 온 것 같을 텐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웃음). 처음 매체 촬영을 하다 보니 적응하기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운동도 해야 해서 정말 바쁘게 지냈다.
Q 드라마와 영화 촬영은 어땠나.
(공연과)너무 달랐다.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다 보고 있으니까 동작이나 행동을 열어놓고 하게 되는데, 카메라는 어느 부분만 집중해서 찍으니까 연기 스타일이 달라진다. 촬영순서도 뒷부분을 먼저 찍고 그 다음에 앞부분을 찍는 식이기 때문에 내 안에서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쌓이기가 힘들고, 그만큼 많이 집중해야 한다. 촬영시간도 그때그때 다르고 기다리는 시간도 많아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또 연기를 할 때 상대방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앞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대사를 하다 보니 모니터를 했을 때 스스로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어려웠다. 그래도 나중에는 좀 적응이 되더라.
Q 오랜만에 연습실에 오니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너무 너무 행복하다. 데뷔하고 나서 5~6년 동안 쉬지 않고 공연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고, 매체 촬영을 하면서도 무대를 그리워했다. 무대는 살아있지 않나. 그 느낌을 받고 싶어서 매일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생각했다.
Q 복귀작으로 <마마 돈 크라이>를 선택했는데.
영화를 찍던 중 마침 회사에서 제의가 왔다. (고)영빈 형, (장)현덕 형 등 아는 형들이 많이 출연했던 작품이고, 작품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소재가 특이하지 않나. 흥미가 생겨서 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페서V와 뱀파이어 중 어떤 역할이 끌리냐고 하셨는데, 내가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의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뱀파이어를 하고 싶다고 했다.
대본을 보니 되게 재미있더라. 소재도 특이하고 내용도 특별하고, 매력이 굉장히 많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도 병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B급 코드의 유머들이 있더라. 그런 걸 좋아해서 재미있었다.
Q 뱀파이어라는 인물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일단 대본에 ‘중세 시대에 달의 기운을 받아서 어미 배를 찢고 나온 아이’라는 가사가 있다. 영생이라는, 축복 아닌 저주를 받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 느낌이 어떨까를 매일 생각했다. 처음엔 즐기기도 하겠지만 죽고 싶을 수도 있지 않나.
뱀파이어가 나온 영화도 많이 찾아봤다. 최근에 나온 것 중에서는 <트와일라잇>이나 <브레이킹 던> 시리즈, 에단 호크가 나오는 <데이브레이커스>라는 영화도 봤고. 탐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도 봤다. 그 중에서 어떤 느낌이 나와 어울릴지, 어떤 느낌이 매력적일지 많이 생각했다. 지금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다 상상할 수밖에 없다. 내가 뱀파이어가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불 같은 존재일 수도 있고 차가울 수도 있고, 아니면 또라이 같을 수도 있고. 그걸 지금 만들고 다듬어가는 중이다.
Q 영원히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 것 같나.
저주일 것 같다. 늙지 않고 평생 산다는 것이 축복일 수도 있지만, 그게 몇 백 몇 천 년이 된다면 괴롭지 않을까. 모든 걸 다 즐기고 누리면서 살아보기도 하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의 즐거움이나 희열도 없고 결국에는 보통의 인간들처럼 죽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 것 같다. 몇 천 년을 산다면.
Q 캐릭터 소개글에 따르면 뱀파이어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다. 어떻게 표현할 생각인가(웃음).
보통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러려면 나만의 특별한 느낌이 있어야 되는데, 죽음에 대한 갈망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하면 보는 이에게도 와 닿지 않을지 등을 생각 중이다. 중간에 여장하고 나와서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색다른 장면이 될 것 같다. 내가 또 그런 걸 좋아한다(웃음). 춤을 잘 추지는 않지만, 춤 추는 걸 좋아한다. 힐을 처음 신어봤는데 발이 막 꺾이고 발등과 발목이 다 아파서 못할 짓이더라(웃음). 근데 또 거기서 선이 예쁘게 나와야 하지 않나. 그래서 여자 스텝들의 이야기를 듣고 골반으로 걷는 걸 연습했다. 그런 모습도 반전 매력이 될 것 같고, 뱀파이어의 일반적이지 않은 눈빛이나 표정도 매력이 될 것 같다.
Q <트루웨스트><쓰릴 미>에 이어서 또다시 2인극을 하게 됐다. 2인극의 장점이 있다면.
<마마 돈 크라이>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가 2인극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둘이서 무대를 이끌어나가야 하다 보니 엄청 집중을 해야 해서 연기적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밀도가 극에 달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성장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그만큼 긴장이 되기는 하지만, 그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다. <트루웨스트>나 <쓰릴 미>도 그렇고 <올모스트 메인>에서도 2인극을 했는데, 그렇게 둘이서만 극을 쌓아나가는 작품을 했을 때 얻는 게 많다.
Q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니 이탈리아 출생이라고 나오더라.
맞다. 회사에서 올린 것 같은데 나중에 알고서 왜 올렸냐고 했다(웃음). 부모님께서 대학교 캠퍼스 커플이셨는데, 대학원까지 같이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나를 낳으셨다. 다섯 살까지 이탈리아에 있었는데, 어렸을 때라 기억은 거의 안 난다.
Q 원래는 배우가 될 줄 몰랐다고. 그런데 어떻게 연극영화를 전공하게 됐나.
부모님께서 미술을 하셔서 음악도 많이 듣고 그림을 많이 보다 보니 예체능 쪽에 관심이 계속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진짜 좋아해서 매일 비디오를 봤고, 공연 보는 것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도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 참여했고, 음악시간에도 앞에 나가서 노래하면 뭔가 희열 같은 게 있더라.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뭘 하든 예술, 창작, 영화, 공연 쪽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막연히 그 쪽을 동경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는데, 일찍부터 연기를 시작한 동기들도 있고 예고를 나온 친구들도 많아서 나는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했다. 대신 기획이나 홍보, 마케팅을 주로 했다. 뭔가 꼼꼼하고 세심하게 창작하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추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 때도 새로운 공연을 해보고 싶어서 학교 주변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했는데,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공연이 나중에는 엄청 큰 규모의 공연이 됐다. 대기업을 찾아가서 스폰을 받아오는 것도 잘 했고.
Q 그럼 배우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쭉 그렇게 기획, 홍보를 하다가 군대를 다녀왔는데, 한 선배가 <그리스>라는 작품이 있으니 오디션을 한 번 보라고 하더라. ‘전 연기 안 하는데요’ 했더니 나중에 기획을 하게 되더라도 연기했던 경험이 도움될 수 있으니 지원이라도 한 번 해보라는 거다. 그래서 오디션에 지원했더니 덜컥 합격했다. 앙상블로 무대에 올라갔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몸에 짜릿짜릿 전기가 오더라. 그 다음 해에는 연출님이 나를 좋게 봐주셨는지 로저 역을 맡으라고 해서 또 무대에 올랐고.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지금은 이제 이게 내 직업이지 않나. TV 에 나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참 신기하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걱정은 없었나. 생계라든지 계속 배우로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했다.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이걸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되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보다는 하고 싶다, 재미있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가 맡은 걸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하기로 했다.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오늘을 후회 없이 보내기로. 먹고 사는 걱정보다는 내가 지금 이걸 즐기면서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고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20대 중후반부터 정말 즐겁게 후회 없이 살았고, 그게 지금도 내 모토다.
Q 작품 선택 기준은.
일단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게 첫 번째이기 때문에 배역이나 그 외의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작은 역할이라도 좋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좋지 않겠지만(웃음). 대본을 읽어봤을 때 얼마나 끌리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확 오는 작품이 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내가 특별히 골랐다기보다 시기에 맞게 작품이 딱딱 왔던 것 같다.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었고, 캐릭터에도 애착이 갔다.
Q 아까 말했듯 꼼꼼하고 체계적인 면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감성적인 면도 있을 텐데 연기를 할 때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는 편인가.
두 가지 면을 다 쓰는 것 같다. 근데 정말 많은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들을 보며 많이 배우는데, 상상 이상으로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다. 또 대본을 보고 마음으로 느껴서 바로 바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신기하다. 나는 나름대로 분석도 많이 하고 캐릭터의 전사도 많이 생각하지만, 가슴으로 느껴서 상대방과 교감하고 내 감정이 쏟아질 때 더 좋은 공연이 나오는 것 같다. 관객 분들도 그걸 아시는 것 같고. 어느 게 중요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공부에는 끝이 없지만, 결국에는 감정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사람을 울리는 것 아닐까.
Q 이제 30대 초반인데, 40대엔 어떤 모습이 되어있을 것 같나.
막연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살다 보면 40대쯤엔 정말 좋은 배우, 좋은 남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Q 좋은 배우, 좋은 남자란 어떤 사람일까.
좋은 배우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캐릭터를 자기만의 느낌으로 특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좋은 남자는 열심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남자가 성장해서 자기 여자를 감싸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는 게 꿈이다. 그때쯤이면 내 여자를 안아주고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좋은 남자가 제일 멋있는 것 같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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