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들> 전역산, 우찬, 송광일 - 무대 밖에서도 계속되는 왕자 3인방의 도발

동화 속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를 여전히 꿈꾸는 이들에게 "정신차려!"라며 호통하는 왕자이자 신데렐라 등장. 아무리 아리따운 여인이라도 공주 아니면 안 만난다는 왕자 등장. 백설공주에게 실망스런 밤을 안겨준 고개 숙인 또 다른 왕자도 등장. <난쟁이들>에 등장하는 이들 세 명은 웃음 견인차이자 이 작품의 특징을 고스란히 설명하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난 3인방의 '반전 매력'은 무대 밖에서도 살아 넘쳤다. <젊음의 행진>의 '고유 상남이'로 활약한 것을 비롯, 다수의 뮤지컬, 영화, 방송을 누비는 동시에 유기견 보호에도 열심인 '의외로 과묵하고 듬직한' 전역산, 189cm의 훤칠한 키에 매끈한 마스크를 바탕으로 <그리스> <판타스틱스> <리걸리 블론드> 등에서 활약해온 우찬, 그리고 진한 사투리로 솔직 발언을 멈추지 않던 송광일까지, 세 남자의 수다는 예상치 않은 곳으로 비켜 나갔고 그 말은 창작뮤지컬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배우들의 숨겨진 고군분투기를 그려보았던 기자의 예상과도 다르게 흘러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지금부터 성역 없이 펼쳐졌던 이들의 대화를 가감 없이 전해보려 한다. 그러니 배우들을 알고 있다면 그들의 목소리와 말투를 상상해 가며 읽으면 더욱 좋고, 문득 주어가 없어졌거나 생략된 단어의 빈자리에 큰 이해를 바라여 본다.

플레이디비
(이하 플디) : <난쟁이들> 흥행이 아주 잘 되고 있어요.
전역산(이하 역산) : 잘 되고 있나?
우찬 : 얘기는 많이 듣긴 하는데 저희가 체감을 하기는 좀. (인터파크 예매 랭킹에) 1위를 좀 찍었으면.
(홍보담당자: 오늘 2위까지 올랐어요.)
우찬 : 박수!

플디 : 개막 전부터 재미있는 관련 영상들이 인기를 모았어요. 캐릭터 인터뷰에서 나온 모습들이 진짜 성격과도 닮았나요?
송광일(이하 광일) : 세 가지 컨셉이 있었는데 서열 순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가. (나머지 두 명이 당황하자) 맞잖아요.
우찬 : 네, 그렇죠. 그런데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역산 : 난 전혀 (실제 나와 달라). 되게.


전역산 (왕자2, 난쟁이2, 신데렐라 역)

우찬
: 저는 좀 매사에 열심히 하려는 게 있어요. 하하하.
광일 : 전 피해의식 별로 없는데.
우찬 : (일동 웃음) 솔직해지자.
광일 :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우찬 : 그럼, 그럼.
광일 : 제가 철학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러고 나서부터 성욕이 없어졌어요. 공부한 지 한 세 달 됐나? 네 달째?
우찬 : 그 때부터 저희가 봤으니까요.
광일 : 아, 성, 성욕... 필요할 땐 쓰는데 남용하진 않아요.
우찬 : 20대 때 성욕이 왕성하다고 그러잖아요. 근데 전 오히려 지금이 그래요. 그동안 몰랐어요. 서른이 되고, 어후.
광일 : 이거 인터뷰 내용으로 다 올라와 있으면 웃기겠다.
(캐릭터 인터뷰 영상에 등장하는 송광일의 '10대 시절 여자친구에게 볼일 보다 들켰던 일'은 당사자의 실화라는 주변 증언이 있었다.)


뮤지컬 <난쟁이들> 캐릭터별 인터뷰 영상

플디 : '끼리끼리' 뮤직비디오 촬영도 무척 힘들었다고요.
우찬 : 힘들었는데, 전 다 웃겼어요.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더 기상천외한 거 찍어보고 싶었는데. 목욕탕에서도 찍어보자, 에스컬레이터 내려오면서도 찍자, 전 그랬거든요. 근데 상황이 상황이고 시간도 없다 보니까. 그 안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했어요. 
광일 : 그 때 (우찬) 형이 혼자 안 춥다고 코트 안 입다가 감기 걸려서. 으하하하.
역산 : 정말. 너네 내복 챙겼니? 그러니까 아니~ 날씨 너무 좋은데? 전 히트텍을 바지 두 개, 위에 두 개 껴 입었었거든요.
우찬 : 전 반팔 티 하나만 입고. 감기 진짜 심하게 앓았어요.
광일 : 근데 우찬이 형이 제일 열심히 찍었어요. 역산이 형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플디 : 송광일 배우는 이번이 대학로 데뷔작이라고 들었는데.
광일 :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작년 2월에. 이제 스물 일곱이에요.
역산 : 광일이가 학교에서 이 작품을 한 거에요.
우찬 : 완전 <난쟁이들> 조상님이지.
(<난쟁이들>은 2013년 11월 공연된 한국예술종합학교 겨울 워크숍 작품으로 출발했다.)

플디 : 형들 눈치 안 보고 할 말 다 하는 막내 같아요. (웃음)
광일 : 저요?
우찬 : 그래서 저희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근데 얘가 본성이 착해서.
역산 : 큰 작품을 해 봐야 (선배들 무서운 걸 알지).
우찬 : <명성황후> 이런 데 가서 해 봐야.
광일 : 오, 저 하고 싶어요. 시켜주세요. 아, 그리고 역산이 형이 저 <젊음의 행진> 넣어준다고 했어요.
역산 : 아하하하하.

플디 : 왕자 가발이나 의상이 마음에 드나요?
역산 : 맘에 들어요.
우찬 : 전 목이 되게 긴데, 이거 입으면 목이 굉장히 짧아 보이더라고요. 어깨 뽕도 솟구쳐 있고.
플디 : 키도 크시잖아요.
우찬 : 훤칠하죠. (웃음)
역산 : 키 때문에 (캐스팅 된 거에요). 오로지 키 때문에. 실력은 전혀 상관 없이. 제가 (이 작품에) 꽂아 준거에요.
우찬 : 한편으로는 좀 서운하기도 했어요. PMC에서 이걸 맡아서 한다는데.
광일 : 연락 안 왔어? 형 한테?
우찬 : 바로 (연락이) 오면 참 좋은데, (전역산) 형한테 거쳐서 와서. 아, 걔가 있었지! 하하하. 감사했죠. 나름 PMC에서 열심히 잘해왔는데 아직까진 제가 아닌가 봐요. <난쟁이들>을 통해서 저의 자존감 회복과 동시에 많은 뮤지컬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우찬이라는 배우가 있다는 걸 인식 되었으면 하는, 아주 자그마한 바람이 있어요.


우찬 (왕자1, 마법사, 난쟁이1, 문지기, 백설공주 남편 역)

플디 : 전역산 배우가 PMC 핵심 인물 같아요.
역산 : <형제는 용감했다>의 오로라 시켜달라고 송(승환) 회장님한테 말씀드렸는데. 재밌겠죠? 'PMC 여배우 시리즈 3탄'해서 <형제는 용감했다>의 오로라, <젊음의 행진> 상남, <난쟁이들>의 신데렐라를 다 하는 거지. 괜찮죠?
우찬 : 자기가 예쁘다고 해요.
역산 : (오로라가) 어차피 환상의 인물이잖아. 근데 장유정 연출님한테 시켜달라고 했다가 무슨 오로라냐며. 하하하.

플디 : 세 왕자들 중에 역산 배우가 유일하게 여자 역도 하고 있어요, 신데렐라.
광일 : 원래 학교에서 했을 때 제목이 <신데렐라 옴므> 였어요.
역산 : 근데 그걸 왜 이제 얘기해?
광일 : 저도 (인터뷰) 하면서 썰 풀게 있어야죠.
우찬 : 아하하하. 이 양파 같은 녀석.
광일 : 신데렐라 얘기는 아니었지만 신데렐라 중심이었어요. 마법도 부리고.
역산 : 근데 왜 날(신데렐라 분량) 많이 줄였지?
광일 : 아니야, 아니야. 다 (새롭게 이야기를) 만졌어요. 인어도 분량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많아졌고.
역산 : 처음 대본 봤을 때 저만 많이 (대사가) 없었어요. '남자한텐 주는 게 아니야, 가지고 오는 거지' 그게 끝이었는데 나중에 대사도 좀 추가하고 상황도 추가하고.

플디 : 처음 <난쟁이들> 대본 받아보고 어땠어요?
우찬 : 재밌을 것 같았어요. 좀 반신반의 하기도 했는데, 우리끼리만 재밌는 게 아닌가 해서요. 지금도 배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게, 더 가도 될 것 같다고.
플디 : 15세 이상 관람가 뮤지컬입니다.
역산 : 15세들 안 보러 오지 않아?
광일 : 고등학생 단관 있겠죠.
역산 : 15세 버전, 19세 버전 두 개로 하지. 15세 때는 단어나 상황들만 조금 바꾸면 되니까. 원래 신데렐라 대사에 좀 더 현실적인 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15세로 바뀌면서 다 잘렸지. 신데렐라가 "담배 있니?" 그러잖아. SNL 정도의 수위만 갔어도 더 좋았을 텐데.


송광일 (왕자3, 마녀, 난쟁이3 역)

플디
: 왕자 3인은 전혀 멋있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우찬 : 요즘 클럽 같은데 가면 자기네들끼리 노는 재벌 2세 느낌? 저희들은 그런 느낌으로 가려고 했어요.
플디 : '왕자 3'은 말을 잘 못하는 것 같던데.
광일 : 못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멋있게 하려는 거에요, 자기 나름대로.
우찬 : 실제로도 그런 사람 많잖아요. 자긴 되게 멋있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좀 웃긴.

플디 : <난쟁이들>은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로도 호응이 높아요.
역산 : 좀 더 현실적인, 정말 2015년도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남녀 이야기를 난쟁이 옷을 입고, 신데렐라 옷을 입고 동화 속 사람들이 나와서 하고 싶었는데 많이 커트 되었죠. 뻔한 뮤지컬 러브 스토리로 가면 어쩌지? 하고 고민도 했었어요. 중립적인 걸 잘 찾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어차피 뚜껑 깔 거 확 까서 질책 받고 전면 수정하든가 하면 좋은데. 이런 이야기 처음 하는 거에요.

플디 : 작품 속 하는 말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일단 정말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난다고 생각하나요?
일동 : 네.

플디 : 인어공주처럼 남자를 위해 모든 걸 내어주는 여자, 진짜 질리나요?
역산 : 나 여기서 처음 이야기하는 건데, 어허허허, 그런 여자들, 남자들이 싫어한다고. 순애보도 순애보 나름인데 인어공주는 너무, 너무 갔단 말이야.
우찬 : 뭐든 지 적당한 게 좋은 거 같아요.
광일 : 예쁘면 좋은 거 아닌가?

플디 : 그렇다면 이제는, 왕자는 공주들만 만나는 세상이에요. 그럼 무얼 하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을까요?
역산 : 그건 본인이 만들어야 하는데.
우찬 : 성공한 인물들을 보면, 다 자기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누군가가 봤을 땐 별거 아닌 꿈 같아도 그 사람이 그 꿈 하나만 바라보고 가면 충분히 인생역전하고 있다고 봐요. 돈, 명예는 나중에 오는 거 같고.
역산 : 한방을 위해 달려가진 않고, 내가 사랑하는 일 하면서 지내는 거죠. 그게 한방으로 가는 버팀목을 만들어 가는 거 같아요.


플디 : <난쟁이들>은 여러분들이 역전으로 가는 버팀목이 될까요?
우찬 : 저한테는 그거 같아요.
광일 : 인생역전이라는 말이 지금 인생은 실패했다는 뜻인데, 난 지금 내 인생 좋은데 굳이 인생역전 할 생각 안 해 봤어요.
역산 : 실패해서 역전이 아니라, 지금보다 뭔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거라는 거지.
우찬 : 저한테는 이번 작품 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있고. 그것만으로 저한테는 충분한 발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성공으로, 좀 더 제 꿈으로 향한 발판.

플디 : 팬들도 많아졌지요?
우찬 : 아니에요.
광일 : 저번에 팬들이 줄 서서 싸인 받았어요. 엄청 길었어.
우찬 : 아니야. 동화 형 나오기 전까지 나한테 먼저 받는 거야.
역산 : 그거 노리고 일부러 먼저 나가는 거 아니야? 나는 한 장도 해달라고 안 하던데. 전 쓸쓸히 갔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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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kkk777** 2015.03.24

    최근에 본 공연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연.. 내용도 있고 느낌도 충만한 공연인것 같아요..

  • arirang** 2015.03.19

    대박인듯합니다. 최근 몇년동안 본 뮤지컬 중에소 케릭터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