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일 즐겁다” <달빛요정과 소녀> <데스노트> 강홍석

성북동 집에서 인터뷰 장소인 대학로까지 걸어 왔다는 그는 크게 소리 내 웃는 얼굴에서도, 성큼성큼 옮기는 걸음걸이에서도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뮤지컬 데뷔작 <스트릿 라이프>와 이후 <전국노래자랑> <하이스쿨 뮤지컬>은 이러한 그의 에너지를 십분 발산하는 무대였다. 하지만 올 2월 막을 내린 <킹키부츠>는 강홍석 스스로에게도, 그를 지켜보던 다른 이들에게도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었음이 분명하다. 여장 남자 '롤라' 역을 통해 그는 유쾌한 에너지, 힘있는 가창력을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많은 끼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강홍석의 다음 스텝은 "초연에 출연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달빛요정과 소녀>와 "인간이 아닌 캐릭터는 처음"이라는 <데스노트>이다. 안타깝게 요절한 인디뮤지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의 노래로 만든 따뜻한 쥬크박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는 이미 올 초 초연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아 재연으로 이어진 참이고, <데스노트>는 화제의 애니매이션, 화려한 캐스팅 등으로 올 상반기 이슈몰이의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홍석은 과거 출연작에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이들 작품 앞에도 "재미있었고, 재미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며 설렘과 즐거움을 가장 먼저 두는 모습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자리, 좋은 밥자리'를 무엇보다 좋아한다는 그에게 무대는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자신의 삶을 즐겁고 뜻 깊게 채워가는 과정임이 분명하다.

Q. <킹키부츠> 때보다 더 살이 빠진 것 같다.

<달빛요정과 소녀>에서 달빛요정은 좀 덩치가 있어야 해서 상관 없는데 <데스노트> 때는 더 말라야 할 것 같아서 좀 더 뺄 것 같다. 그 전에 워낙 뚱뚱했다. 130kg였으니까. 어떻게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교본이 다 있다. (웃음) 누구나 할 수 있고 되게 쉽다. 평소 양의 30%만 먹고, 하루에 2시간 씩 걷기만 하면 된다. (웃음)

Q. <달빛요정과 소녀>는 2014년 창작뮤지컬 시범 공연에 참여했었다.
이진원 형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제작사 측에서 말씀하셨다. 처음 들었을 땐 노래를 굉장히 1차원적으로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어, 한 단어를 굉장히 힘있게 내지르는 느낌이랄까? 나중에는 그 음악에서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되게 좋았다. 음악이 귀에 많이 남았고 그러면서 참여하게 되었다.

Q.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가사들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곡에 많다.
작년에 시기적으로 나 역시 좀 안 좋았을 때 이 형의 음악을 만난 것 같다. 1월에 <런투유> 일본 공연을 다녀 온 후 <킹키부츠>를 기다리는 동안 10월까지 아무 일도 안 했는데 그러면서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좀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이 형 음악을 들으니 되게 좋았다.지금도 리딩 계속하면서 요즘에 더욱 필요한 이야기,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 연습장면(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Q. 극단 차이무는 탄탄하고 재치 있는 연극을 선보여 온 곳이다. <달빛요정과 소녀>는 차이무의 첫 뮤지컬로도 화제가 되었다.
차이무에 계신 선배님들이나 연출님을 만났을 때, 첫째로 인간미가 너무나 좋더라. <달빛요정과 소녀>를 하게 된 첫 번째 이유가 그거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얘기 나누고 좋은 술자리, 좋은 밥자리 하면서 내가 조금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민복기 연출님이 혼은 안 내신다. 그런데 뭔가 '위플래쉬' 같은 게 있다. (웃음) 끊임없이 뭔가, 순간적인 교감을 우리가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신다. 그런 말씀들에 우리가 '위플래쉬'의 드러머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웃음)

Q. 함께 출연하는 우찬 배우와는 대학 동기라고.
1학년 때 동기 셋이 같이 살았는데 우찬이가 그 중 하나였다. 사실 지금 많이 어른이 됐구나, 싶다. 차마 입에 못 담을 일화들이 많다, 너무 부끄러워서. (웃음) 진짜 웃기는 친구다. 서울예대 개그클럽이 되게 유명한데, 우찬이가 회장이었다. 아주 많은 걸 타고난 친구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악기도 다룰 줄 알고. 또 축복 받은 몸매라고 할 수 있지 않나. 팔, 다리가 길고, 얼굴도 길고. (웃음) <난쟁이들> 특별공연 하는 거 봤는데 우찬이가 어렸을 때 놀았던 게 그대로 나오더라. 참 보기 좋았다. 주위 친구들이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다.

Q. <스트릿 라이프> <하이스쿨 뮤지컬> 등에선 노래 뿐 아니라 춤 추는 것에도 능숙한 모습이었다.
대학생 때 봉산탈춤을 좋아해서 했는데 그거 말고 춤이라는 건 <스트릿 라이프>에서 처음 춰 봤다. 공연하고 나서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 싶더라. 춤을 잘 춰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맞춰야 되는구나, 싶어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인 중에 동방신기 백댄서 하는 형이 계셔서 직접 찾아가서 6개월 정도 레슨을 받았다. 그때 조금 춤을 알게 된 것 같다. 재밌더라. 그래서 요즘에도 춤 많이 추고 있다. 춤 추는 작품도 좋아하고.

Q. 강홍석, 하면 일단 "노래 힘있게 잘한다." 아닌가.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되게 많이 들려주셨다. 내 끼는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거다. 평범한 가정주부신데, 엄청나신 분이다. 어렸을 때 가수 하고 싶으셨는데 외할아버지가 교감선생님이셨고 너무 엄하셔서 못했다고 하시더라. 지금 경기도 광주 사시는데 동네에선 가수시다. (웃음) 옛날에는 노래방도 하셔서 동네 휘어잡으셨다. (웃음)

어머니와 내 목소리도 똑같다. <킹키부츠> 오디션 볼 때 여장한 사진을 어머니께 보냈는데, 어머니가 자기 젊었을 때랑 똑같다고. (웃음) 갑자기 우리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지더라. 왜 우리 어머니랑 결혼했을까. (웃음) 아버지는 정말 조용하시고 선비 중에 최고 선비시다.

Q. <스트릿 라이프>로 뮤지컬 데뷔한 이후 큰 우여곡절은 없는 듯 하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고생을 거의 안 했다고 봐야 한다. 정말 감사하게 (정)원영 형 소개로 성재준 연출님이 안산 학교까지 직접 찾아오셔서 뮤지컬의 '뮤'자도 모르는 날 밥도 먹이고 오디션도 보게 해서 캐스팅해 가셨다. 이후에 <광해, 왕이 된 남자>도 즐겁게 했고. 남들 눈치 보면서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해 왔던 것 같다. 또 팝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까지 잘 진행된 것 같기도 하고. 감사하다.


Q. 뮤지컬 데뷔 전 오랜 가수 준비기간이 있었고, 그때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그때가 정말 나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세 본 적은 없지만 기획사 오디션을 50번도 넘게 본 것 같다. 뽑히기도 했는데, 활동을 안 시켜주니까 그냥 묶여 있을 때도 많았다. 스물 한 살부터 4년 동안 정말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뭘 해보려고 노력했었다. 무대에 서는 게 고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서는 기회조차 그때는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진짜 안되겠다 싶어서 스물 다섯에 군대를 갔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런 시기가 되게 중요했던 것 같고 굉장한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Q. 왜 가수가 되고 싶었나?
계원예고 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을 참 좋아했다. 소리 내는 걸 좋아해서 마당극을 공부했고, 마당극을 통해서 민요를 1년간 배우기도 했다. 소리 내는 게 참 재밌더라. 대학교에서도 뮤지컬 수업이 재미있었고.

Q. <킹키부츠>가 배우 강홍석에게 굉장히 중요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이후 달라진 점도 많을 것 같고.
변화라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는 거고, 변하지 않은 것은 한 작품을 했다는 것.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도 <킹키부츠> 만큼 최선을 안 한 것이 없다. 다 뜨겁게 하려고 노력했고 <킹키부츠>도 그랬는데 우연찮게 내 얼굴에 여장을 하니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 하신 것 같다.(웃음)

그런데 <킹키부츠>는 뭔가 마법이 있다. 장면, 장면이 넘어가는 마법이 있는데 정말 천재들이 작업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또 제리 미첼이나 음악 감독님 등이 오셔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는데 '정말 생각이 다르시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뭘 해도 되고, 정말 생각이 열려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이것 저것 많이 시도를 해 봤던 것 같고, 그래서 되게 재미있었다.

Q. <킹키부츠> 끝나고 브로드웨이도 다녀왔다.
작품 기다리는 동안 가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못 가고. (웃음) <킹키부츠> 하면서 돈을 모아서 그걸로 갔다 왔다. 빌리 포터(브로드웨이 <킹키부츠> 롤라 역)를 만나고 싶었는데 휴가 중이었다. 자기 고향에서 <킹키부츠> 투어를 하는 동안 본인이 그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해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안 하고 고향에 가신 거다. 내 음악적 영웅인데 못 만나서 아쉬웠다.

그런데 너무나 좋은 배우가 거기(브로드웨이)에 있더라.(롤라 역의 카일 테일러 파커) 웃음 밖에 안 나왔다. (웃음) 특이하게 그 사람도 내가 가니까 막 웃더라. 막 서로 껴안고 웃었다. 연기하는 거 봤을 때 진짜 좋은 형이다, 그랬는데 스물 일곱 살이라고 해서 충격을 좀 받았다. 스물 일곱 살인데 브로드웨이에 너무나 좋은 공연장에서 <킹키부츠> 롤라를 하고, 그 친구한테 자극도 많이 받았다.

또 <알라딘> 보러 가서 지니(제임스 몬로 이글하트)도 만났는데, 와, 진짜 흑인은 못 따라가겠더라. "바바밥~"하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직이고, 정말 엄청 나더라.(웃음) 흑인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분들 필(feel)은 정말 못 따라가겠다. 많이 느꼈다.

Q. 6월부터 <데스노트>에 사신 '류크' 역으로 출연한다.
지금까지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았을 때 그간 내가 유명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기대를 안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류크는,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는데 (웃음) 많이 닮았다고 하시더라. 내가 하나 인정하는 건 턱, 그 친구도 턱이. (웃음)

기대를 엄청 하시니까 본격적으로 연습 들어가기 전인데도 미치겠다. 와, 이런 부담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재미있게, 같이 하는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좋은 작품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류크, 류크' 하니까 그 부담감이. (웃음) 걱정이 많이 되긴 한다. <킹키부츠>는 오만석이라는 좋은 선생님 같은 형이 계셔서 내가 연기할 때 많이 알려주셨는데, 물론 연출님이 계시지만 한 배역으로만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니까 벌써부터 외롭다. 큰일났다. 그런데 재미있을 것 같다.


뮤지컬 <데스노트> (씨제스 컬쳐 제공)

Q. <데스노트>는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히 재미만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한 사람을 통해서 누군가가 죽지 않나. 사회 악을 죽인다고 표현하지만 과연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게 맞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 같다. <달빛요정과 소녀>도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작품이고, <데스노트>도 형태로만 보면 애니메이션이니 많은 분들이 어떤 선입견을 가지실 수도 있는데, 주제 면에서 어떤 사회성을 띌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작품을 통해서 공부가 많이 될 것 같다. 원 캐스트라 혼자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워낙 좋은 선배님들이나 좋은 배우들이 계시니까. 그 안에서 내가 같이 호흡하면서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좀 되고.

Q. 류크는 인간이 아닌 캐릭터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기대가 된다. 그런 캐릭터를 한 번도 안 해봐서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습실에서 뭘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얼굴에 빨간 칠도 해 보고 어깨도 이상하게 해 보고 걷는 것도 이상하게 해보고, 막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Q. 앞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은가.
부모님들이나 그 세대 분들에겐 뮤지컬이 굉장히 생소한 장르이다. 어떤 젊은 분들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것이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 친구들도 내가 한다니 보러 오는 거지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형들과 이런 이야기 많이 한다. 이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면 좋은데 어떻게 해야 될까. 많이 대중적이어도 문제가 되겠지만 너무 예술적이어도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지 않을 것 같고. 참 어려운 건데, 그 사이를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티켓가도 좀 내려가야 더 편안하게 보실 수 있겠고.

같이 술 먹는 친구들 중에 제작하는 친구가 있다. 무슨 소스를 가지고 제작을 하면 좋을까, 이런 이야기 서로 많이 한다. 참 재미있다. 2, 3년 전만 해도 여자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웃음) 이젠 친구들끼리 모여도 어떤 주제로 작품을 만들면 좋을까, 이런 이야기 많이 하는 것 같다.

Q. 최근엔 배우들이 장르 구분 없이 다른 매체에서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또 가수의 꿈도 여전히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내 음악, 내 이야기를 가지고 내후년 쯤 힙합 스타일의 앨범을 내고 싶다. 그래도 가수로 노래하는 것과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정말 다르더라. (뮤지컬은) 가사 하나하나에 다 이야기가 입혀져 있어서 대화 안에 음악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관객들과 대화를 해야 하고, 그래서 뮤지컬이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고도 하시는데 (웃음) 그것보다 어차피 70살까지, 늙어서까지 할 일인데 천천히 세상도 보고, 무엇이 중요한지 조금씩 알면서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신구 선생님처럼 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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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hwani0** 2015.05.03

    좋은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 류크도 부담 갖지 말고, 잘 해낼거예요~ 달빛요정도 데스노트도 화이팅~!!! ^^

  • man6** 2015.05.01

    인터뷰도 정말 재치있고 멋지게 하셨네요! 빛이나는 배우!힘내세요!강홍석배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