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다” <꽃의 비밀> 오소연

어느 무대이든 자신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오소연을 실제로 만나고 놀랐다. 작고 여린 체구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그녀의 실제 모습이 그동안 무대에서 봤었던 모습과는 달라 낯설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미 이민자로 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 더 하이츠> 미용실 처녀 바네사로 무대를 누볐고, 지금은 겁 많고 소심한 아줌마지만 실행력 하나는 끝내주는 <꽃의 비밀> 어린 신부 지나로의 변신을 마쳤다. 앞으로는 <넥스트 투 노멀>의 음악천재 나탈리의 더욱 성숙해진 모습도 준비 중이다. 오소연은 여전히 무대에 대한 목마름으로 "늘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여전히 자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녀만의 무대가 기다려진다.

Q <꽃의 비밀>이 첫 연극이다.

언제나 연극은 하고 싶었다. 뮤지컬을 해오면서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뮤지컬은 어떻게 보면 쇼에 더 가까울 수 있고, 음악에 좀 더 중점을 두게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기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었다. <디셈버>때 함께 작업한 장진 연출님이 오래 전에 <꽃의 비밀> 대본을 주시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넥스트 투 노멀>이 이번 겨울에 확정된 스케줄이었다. 무리한 일정이어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많이 배려해주셨다.

Q 직접 연극을 해보니 어떤가.

창작극인데 연출님이 번역극처럼 쓰셨다. 배경도 이탈리아고 캐릭터들도 그 동네 사람들이고, 설정 자체도 슬랩스틱 코미디적인 부분이 많다. 뮤지컬에도 그런 설정들이 많이 있어서 처음 연극을 하더라도 뮤지컬과 크게 차이를 못 느끼면서 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도 그렇고, 장진 감독님 본인도 “배우들의 진을 다 빼게 해서 힘들다”고 한다. 직접 연습에 참여해보니 정말 그렇더라. 함께 무대에 서는 네 명 중에서도 제가 가장 분량이 적은데도, 40분 동안 내내 무대 위에 있어야 된다는 긴장감만으로도 힘이 든다.

Q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이다.
뮤지컬은 보통 남자 배우가 주인공이고 탑인 경우가 많아서 여자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극을 거의 못해본 것 같다. 항상 누구의 친구, 누구의 연인. 그런 관계 속에만 있었는데 여배우들끼리 다같이 작품을 만들어가 가는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Q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기대하는 점이 있는가.
‘노래에 의지하지 않고, 어떤 장치나 숨는 공간 없이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뮤지컬과 연극을 비교해보면 집중의 정도가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뮤지컬은 서로 간의 약속들이 많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집중하면 공연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연극은 집중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왜냐하면 집중하지 않으면 그 역할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모조리 실패다. 굉장히 창피해지고, 민망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면서 그냥 극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면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Q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운이 좋게도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왔다. 옛날부터 그런 생각은 있었다. 여자 캐릭터가 굉장히 한정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지킬앤하이드>의 엠마와 루시로 대표되는 캐릭터들. 딱 이 두 이미지로 선을 긋고 싶지 않았다. 내 안에 보여줄게 너무 많기 때문에 이미지가 하나로 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Q 초등학교 때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데뷔했다고 들었다.
오리지널 팀 공연이었는데, 코제트 역을 맡았다. 친구들과 길을 가는데 빵집 문에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디션 공고가 붙어 있었다. 그때까지 뮤지컬을 본 적도 없고,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친구들이 그걸 읽어보더니, “너 해봐”라고 권했다. 그때 나는 연말이면 학예회를 주름잡는 끼 많은 아이였다. 가수들 춤을 따라 추는 건 기본이고 어디에 그런 무대가 있으면 빠지기 싫어했던 것 같다. 심지어 “소풍 가서 할 게임들을 미리 준비하고 상품까지 포장해서 갔다”고 엄마가 말씀하신 적도 있다. 그래서 오디션도 그런 무대라 생각하고 아주 용감하게 지원을 한 것 같다. (웃음)

그때 아역으로 데뷔하고 나서, 다른 작품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해야 하는데, 당시 천안에 살고 있었고, 부모님도 일을 하셔야 하니까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번 뿐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어린 나이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 결정할 때, 이쪽 분야로 오고 싶었는데 예술 계통도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등 여러 가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단번에 뮤지컬을 선택했다.

Q 어린 마음에 뮤지컬이 어떻게 다가왔나.
되게 신기했다. 무대 뒤 어둠 속에서 대극장의 막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무대가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객석의 관객들은 전혀 모르는 비밀스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은밀한 기분이 들었다.

Q 진로를 뮤지컬로 정한 후, 계속 한 길을 계속 파고 있다.
이제 데뷔한지 10년이다.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가끔씩 들기도 하지만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만날까”라는 더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평소에 호기심도 많고, 지루한 것을 잘 못 참는 편인데, 배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 소중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계속해서 하고 싶다. 신인 때는 무대가 너무나 간절했으니 시켜주면 감사하고, 점점 경력이 생기면서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또 감사한 일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쉼 없이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Q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있다면.
<넥스트 투 노멀> 하면서 많이 배웠다. 이 작품으로 연기적으로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감사하게도 여우조연상도 받게 됐다. 사실 이전까지는 무대에서 잘 모르고 한 것 같다. 연출님, 선배님들이 가르쳐 주신대로 열심히는 했는데, 정확히 이해하면서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수학 공식을 배우고 그 원리를 깨달으면 여러 문제에 접목해서 풀 수 있는 것처럼 작품에,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방법을 깨우쳤던 것 같다. 단 한 장면도 대사를 허투로 내뱉은 적이 없다. 이번에 다시 연습하는데 대사를 다 기억하고 있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웃음)


Q 배우라면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인 것 같다.
아주 심하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들면 힘들어 하는 타입이다.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요즘에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내려놓은 편이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많이 배우고 얻어가기도 했던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못 미더워 하고,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를 계속하는 한 그럴 것 같다. 반면에 또 “잘하고 있다”라고 체면을 많이 건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씩 타협하면서 하고 있다.

Q 소연 씨처럼 이 길을 가려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무슨 말을 해도 그때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웃음) 다른 것 다 떠나서 단 하나만 이야기하고 싶다. 무대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말자는 것. 요즘은 예전에 비해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아지고 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많고, 또 교육 환경이 전과는 많이 달라서,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편해지고 있는데 그래서 간혹 가다 긴장을 놓는 후배들이 있다. 자유로운 건 좋지만 무대에 대한 존경심. 이건 꼭 항상 기억하고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Q 2016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올해는 ‘나’를 잃었다. 여유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바쁠 때는 도피하고 싶고, 쉴 때는 일하고 싶고. 하지만 인생에서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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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 redne** 2015.12.16

    오소연 배우님 연극 무대에서 보니 더 반가웠어요. 바로 코앞에 계셔서 ㅎㅎ.. 그런데 쓰루더도어 이후로 퇴근길 계속 못뵈었네요.. 담에는 꼭 뵈요 .. 화이팅~

  • beal** 2015.12.12

    오소연 배우님의 첫 연극인지라 몇 일 전에 보고 왔는데요. (아마도) 맨 앞줄에 남자는 저 혼자였던 것 같은데, 공연 중에 변태로 취급받는 기분좋은 봉변(?)을 당했네요 ㅎㅎ 암튼 오소연 배우님 완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첫 연극 축하드립니다. 넥스트 투 노멀도 이미 예매해 두었습니다 ㅎ

  • clutch** 2015.12.11

    오소연 배우님 ㅎㅎㅎ 뮤지컬 디셈버 이후로 팬이 되어서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뮤지컬 레베카까지 챙겨보게 되었네요 인더하이츠랑 쓰루더도어는 수능 준비로 미처 보지 못했지만 이번 1월에 넥스트 투 노멀 재연 보러 갑니다 ㅎㅎㅎㅎ 늘 열정적이신 모습 보여주셔서 공연을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항상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