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다” <꽃의 비밀> 오소연
작성일2015.12.09
조회수14,545
Q <꽃의 비밀>이 첫 연극이다.
언제나 연극은 하고 싶었다. 뮤지컬을 해오면서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뮤지컬은 어떻게 보면 쇼에 더 가까울 수 있고, 음악에 좀 더 중점을 두게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기가 진짜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었다. <디셈버>때 함께 작업한 장진 연출님이 오래 전에 <꽃의 비밀> 대본을 주시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넥스트 투 노멀>이 이번 겨울에 확정된 스케줄이었다. 무리한 일정이어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많이 배려해주셨다.
Q 직접 연극을 해보니 어떤가.
창작극인데 연출님이 번역극처럼 쓰셨다. 배경도 이탈리아고 캐릭터들도 그 동네 사람들이고, 설정 자체도 슬랩스틱 코미디적인 부분이 많다. 뮤지컬에도 그런 설정들이 많이 있어서 처음 연극을 하더라도 뮤지컬과 크게 차이를 못 느끼면서 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에서도 그렇고, 장진 감독님 본인도 “배우들의 진을 다 빼게 해서 힘들다”고 한다. 직접 연습에 참여해보니 정말 그렇더라. 함께 무대에 서는 네 명 중에서도 제가 가장 분량이 적은데도, 40분 동안 내내 무대 위에 있어야 된다는 긴장감만으로도 힘이 든다.
Q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이다.
뮤지컬은 보통 남자 배우가 주인공이고 탑인 경우가 많아서 여자 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극을 거의 못해본 것 같다. 항상 누구의 친구, 누구의 연인. 그런 관계 속에만 있었는데 여배우들끼리 다같이 작품을 만들어가 가는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Q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기대하는 점이 있는가.
‘노래에 의지하지 않고, 어떤 장치나 숨는 공간 없이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뮤지컬과 연극을 비교해보면 집중의 정도가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뮤지컬은 서로 간의 약속들이 많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집중하면 공연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연극은 집중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에 하나이다. 왜냐하면 집중하지 않으면 그 역할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모조리 실패다. 굉장히 창피해지고, 민망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면서 그냥 극이 끝나버린다. 그래서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면서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Q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운이 좋게도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왔다. 옛날부터 그런 생각은 있었다. 여자 캐릭터가 굉장히 한정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지킬앤하이드>의 엠마와 루시로 대표되는 캐릭터들. 딱 이 두 이미지로 선을 긋고 싶지 않았다. 내 안에 보여줄게 너무 많기 때문에 이미지가 하나로 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Q 초등학교 때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데뷔했다고 들었다.
오리지널 팀 공연이었는데, 코제트 역을 맡았다. 친구들과 길을 가는데 빵집 문에 뮤지컬 <레미제라블> 오디션 공고가 붙어 있었다. 그때까지 뮤지컬을 본 적도 없고,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친구들이 그걸 읽어보더니, “너 해봐”라고 권했다. 그때 나는 연말이면 학예회를 주름잡는 끼 많은 아이였다. 가수들 춤을 따라 추는 건 기본이고 어디에 그런 무대가 있으면 빠지기 싫어했던 것 같다. 심지어 “소풍 가서 할 게임들을 미리 준비하고 상품까지 포장해서 갔다”고 엄마가 말씀하신 적도 있다. 그래서 오디션도 그런 무대라 생각하고 아주 용감하게 지원을 한 것 같다. (웃음)
그때 아역으로 데뷔하고 나서, 다른 작품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해야 하는데, 당시 천안에 살고 있었고, 부모님도 일을 하셔야 하니까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번 뿐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어린 나이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 결정할 때, 이쪽 분야로 오고 싶었는데 예술 계통도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등 여러 가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단번에 뮤지컬을 선택했다.
Q 어린 마음에 뮤지컬이 어떻게 다가왔나.
되게 신기했다. 무대 뒤 어둠 속에서 대극장의 막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무대가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객석의 관객들은 전혀 모르는 비밀스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은밀한 기분이 들었다.
Q 진로를 뮤지컬로 정한 후, 계속 한 길을 계속 파고 있다.
이제 데뷔한지 10년이다.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가끔씩 들기도 하지만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만날까”라는 더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평소에 호기심도 많고, 지루한 것을 잘 못 참는 편인데, 배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 소중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계속해서 하고 싶다. 신인 때는 무대가 너무나 간절했으니 시켜주면 감사하고, 점점 경력이 생기면서는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또 감사한 일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쉼 없이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Q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 있다면.
<넥스트 투 노멀> 하면서 많이 배웠다. 이 작품으로 연기적으로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감사하게도 여우조연상도 받게 됐다. 사실 이전까지는 무대에서 잘 모르고 한 것 같다. 연출님, 선배님들이 가르쳐 주신대로 열심히는 했는데, 정확히 이해하면서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수학 공식을 배우고 그 원리를 깨달으면 여러 문제에 접목해서 풀 수 있는 것처럼 작품에,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 이 작품을 통해서 방법을 깨우쳤던 것 같다. 단 한 장면도 대사를 허투로 내뱉은 적이 없다. 이번에 다시 연습하는데 대사를 다 기억하고 있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웃음)
Q 배우라면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인 것 같다.
아주 심하다. 스스로 마음에 안 들면 힘들어 하는 타입이다.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요즘에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내려놓은 편이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많이 배우고 얻어가기도 했던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못 미더워 하고,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를 계속하는 한 그럴 것 같다. 반면에 또 “잘하고 있다”라고 체면을 많이 건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씩 타협하면서 하고 있다.
Q 소연 씨처럼 이 길을 가려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무슨 말을 해도 그때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웃음) 다른 것 다 떠나서 단 하나만 이야기하고 싶다. 무대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말자는 것. 요즘은 예전에 비해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아지고 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많고, 또 교육 환경이 전과는 많이 달라서,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편해지고 있는데 그래서 간혹 가다 긴장을 놓는 후배들이 있다. 자유로운 건 좋지만 무대에 대한 존경심. 이건 꼭 항상 기억하고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Q 2016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올해는 ‘나’를 잃었다. 여유를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바쁠 때는 도피하고 싶고, 쉴 때는 일하고 싶고. 하지만 인생에서 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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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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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ne**님 2015.12.16
오소연 배우님 연극 무대에서 보니 더 반가웠어요. 바로 코앞에 계셔서 ㅎㅎ.. 그런데 쓰루더도어 이후로 퇴근길 계속 못뵈었네요.. 담에는 꼭 뵈요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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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l**님 2015.12.12
오소연 배우님의 첫 연극인지라 몇 일 전에 보고 왔는데요. (아마도) 맨 앞줄에 남자는 저 혼자였던 것 같은데, 공연 중에 변태로 취급받는 기분좋은 봉변(?)을 당했네요 ㅎㅎ 암튼 오소연 배우님 완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첫 연극 축하드립니다. 넥스트 투 노멀도 이미 예매해 두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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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tch**님 2015.12.11
오소연 배우님 ㅎㅎㅎ 뮤지컬 디셈버 이후로 팬이 되어서 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 뮤지컬 레베카까지 챙겨보게 되었네요 인더하이츠랑 쓰루더도어는 수능 준비로 미처 보지 못했지만 이번 1월에 넥스트 투 노멀 재연 보러 갑니다 ㅎㅎㅎㅎ 늘 열정적이신 모습 보여주셔서 공연을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항상 감사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