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이고 진실성있는 무대"<아마데우스>주역, 미켈란젤로 로콩테 & 로랑 방

파격의 무대가 한국을 찾는다. 2012년 <모차르트 오페라 락>으로 소개되었던 남다른 프랑스 뮤지컬이 이번엔 오리지널 무대 그대로 한국 관객들 앞에 선다. 강렬한 록 음악과 안무 속에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그 시대의 진정한 록커'로, 살리에리를 어쩔 수 없이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증오심을 키우나 그를 이해했던 매력적인 또 한 명의 천재 예술가로 등장시킨 뮤지컬 <아마데우스>가 그 주인공. 2009년 프랑스 초연 후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이 뮤지컬의 최초 내한에 앞서 작품의 주역, 모차르트 역의 미켈란젤로 로콩테와 살리에리 역의 로랑 방을 만났다. 무대 아래에서도 남다른 예술적 기질이 풍부했던 두 사람을 보노라니, 왜 이들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 적역인지 쉽게 이해가 된다.

Q 한국에 와서 첫 일정이 대구 기자간담회였다. (<아마데우스>는 용인, 대구, 서울 투어 예정)
미켈란젤로 로콩테(이하 미켈란젤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후 팬미팅도 했는데 우릴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고, 열면 안의 내용이 쫙 펼쳐지는 책도 받았다. 현장에서 기타가 있는지 물어보고 즉흥으로 <아마데우스> 넘버를 어쿠스틱하게 공연하기도 했다.

Q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라는 이름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2012년 국내 공연된 바 있다. 마니아 관객들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고 이후 꾸준히 이 작품의 재연을 원하는 목소리가 컸다.
미켈란젤로: 이전에 보신 공연은 오리지널과는 약간 다른 버전의 공연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많이 발달되어서 사람들이 원작을 많이 찾아서 알게 되었다는 게 우리에게 선물과도 같다.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 우리가 다가가는 것이니까.

로랑 방(이하 로랑): 라이선스 공연을 보신 팬들도 이번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을 정말 좋아할 것이다. 예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 페뷔스 역으로 한국에서 공연한 적 있는데, 그때 만났던 관객들을 이번에도 만났으면 좋겠다. '사람이 많이 모일수록 즐겁다'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는데,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웃음)

Q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실제로도 유명하지만, 다양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 두 인물은 어떻게 표현이 되는가.
미켈란젤로: 모차르트는 어찌 보면 아이 같다. 그러면서도 혁명적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기존 체제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도 있다. 다양한 인격이 한 사람 안에 모여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그의 모습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꿨다고 본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곡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했고, 음악의 진정한 힘을 이해하고 있었다. 음악은 물리적인 것이 아닌데, 우리 모두가 죽을 때 물리적이지 않은 것만 가지고 떠난다는 것을 모차르트는 알고 있었다. 다른 작곡가들의 곡에는 '지적 거리감'이 느껴진다면, 모차르트의 음악은 아이의 웃음 소리와 같이 아주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음악의 구조나 기술면에서는 마치 과학자처럼 아주 뛰어났다.


미켈란젤로 로콩테

살리에리는 반대로 '실망을 많이 한 아이'와 같다. 모차르트를 만났을 때 살리에리는 그가 아이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동시에 모차르트는 오페라를 들으면서 바로 악보에 음들을 적을 수 있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큰 산을 마주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둘은 서로를 경외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친구가 될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파괴했다. 살리에리의 치명적인 약점은 성공을 추구했다는 것이고, 모차르트의 치명적 약점은 '미'를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로랑: 살리에리는 사랑과 증오가 얽혀 있는 아주 복합적인 인물이다. 모차르트를 존경하면서도 그를 없애고 싶어하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나 <로미오 앤 줄리엣> 등 다른 프랑스 뮤지컬처럼 <아마데우스> 역시 사랑과 죽음, 두 주제를 다루고 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솔직하지만 살리에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어쩌면 '이미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그래서 한 편으로는 더 멋있고 섹시한 것 같다.

Q 미켈란젤로는 <아마데우스>의 초연부터 출연했고, 직접 불러 싱글 앨범으로 발표한 넘버 '따뚜 모이(Tatoue-moi)'가 큰 히트를 치기도 했다.
미켈란젤로: 당시 프랑스 차트에서 5주간 1위를 했다. (웃음) 그동안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 주겠다. (웃음) 이 곡은 프랑스에서 아주 유명한 작곡가 장 피에르가 만들었는데 화장실에서 소변 보는 동안, 그것도 문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썼다. '반(anti) 멜로디'를 추구해서 음들이 왔다 갔다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친구들이 '왜 이리 이상하게 만들었냐'고 했고, 그는 더 듣기 안 좋은 곡으로 만들고 싶다고 해서 윌리엄 루소(또 다른 작곡가)가 연달아 이어지는 음들을 넣었다. 그렇게 해서 곡의 멜로디가 나왔다. 왜 그렇게 했을까? 모차르트는 초기 엄청나게 좋은 곡들을 가지고 파리에 갔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어머니가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렇게 파리를 떠나면서 '언젠가 파리를 정복할거야'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래서 작곡가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없었고, 대신 '엿 먹어라!'(웃음) 하는 음악을 만들었던 거다. 마치 모차르트가 파리를 향해 '엿 먹어!'라고 하는 것 같은 곡이다.


로랑 방

Q 로랑은 이번이 첫 <아마데우스> 합류다.
로랑: <아마데우스>가 구상 중이었을 때 <조로>에 출연하고 있었고, 공연을 시작했을 때 우리 팀이 다 그 작품을 보러 가기도 해서 두 팀이 서로 친하게 알고 있었다. 나 역시 배우라 일반 관객들처럼 공연을 볼 수 없는데, 그때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굉장히 좋았던 첫 번째는 노래였고, 두 번째는 배우들이 아주 뛰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정말 그 역에 어울리는 배우였다. 공연을 보고 나서 'l'assasymphonie'(악의 교향곡)이 너무 좋았는데 몇 주 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웃음) 이번에도 악역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Q 두 사람은 배우 뿐 아니라 뮤지션, 프로듀서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데 '음악'을 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미켈란젤로: 나는 '심포니 록'을 추구한다. 표현을 많이 해야 하는 음악이다. 때론 그래서 내가 다른 이들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마 모차르트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처음 이 작품에 캐스팅되었을 당시 난 약간 동물 같은, 야생의 삶을 살고 있었다. 좀 엉망이었는데 언제나 무대 위에 있었다. 당시 공연 프로듀서들은 약간 비정상적인(웃음)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내가 모차르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너는 너 그대로를 보여줘. 그러면 주변에서 우리가 공연을 만들게."라고 했고, 난 별다른 분장 없이 평소 내 모습 그대로 무대에 섰다.

무대 위나 무대 아래에서나 난 같은 모습이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 사는 방법은 모르고 무대 위에서 사는 방법만 안다. 그래서 사회 생활이 서툴러서 종종 어렵다. 현실이 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추한 것인데, 사람들은 늘 현실을 평범하게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다. 예를 들어 연인 관계에서도 왜 서로의 일부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진정한 소통이 없기 때문에 진심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로랑: 난 책 읽기나 영화 보기,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향해가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에 많은 것을 접하고 싶다. 음악을 하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였고, 그 전엔 미술을 했다. 미술은 늘 스스로에 대해 사색하고 깊이 들여다보지만, 결과물은 아주 개인적이다. 하지만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게 되었을 때는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느꼈다. 아주 개인적인 부분이 밖으로 표출되는, 많은 이들 앞에서 발가벗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 변화들이 내겐 특히 중요하다.


Q 같은 무대에 서는 동료로서 서로를 바라본다면?
로랑: 미켈란젤로를 굉장히 존경한다. 광기가 있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세상의 룰을 모두 무시하고 막 미치는 사람이 있는데 미켈란젤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무척 존경스럽다.

미켈란젤로: 로랑은 일단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다. 뮤지컬계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데 진짜 열심히 한다. <조로>에서 로랑을 처음 봤을 때 정말 기계처럼 완벽했다. 그래서 한 편으론 그런 모습을 전혀 이해할 수 없기도 했다. 어떤 사람인지 되게 궁금했고, 모두에게 자신의 실제 성격을 숨기고 다른 조각상을 세워, 사람들이 그걸 보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쇠를 찾아서 이 사람을 열어 알게 되면 끝이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어떤 최대치의 능력을 가진 사람 같다. 다른 뮤지컬 배우들을 비행장의 비행기라고 한다면, 로랑은 전투기와 같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Q <아마데우스>는 어떤 관객들이 보면 더욱 좋을까?
미켈란젤로: TV에 많이 나오는, 잘생기고 완벽한 사람들에게 질린 사람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 현재 콘서트를 보면 매우 인공적인 것이 많은데, 우리는 폭발적이고 진실성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래서 모든 것을 좋아하는 관객 보다는 특정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얼마 전 데이비드 보위가 사망해서 매우 슬펐는데 음악적으로도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대중들이 TV를 보며 더욱 세뇌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로랑: 오픈 마인드의 관객들이 많이 찾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전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한 관객들이면 좋겠다. 그런데 지난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의 열정을 정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관객들은 충분히 마음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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