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 미>,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이유


<쓰릴 미>는 국내에서 가장 두터운 동시에 가장 열성적인 마니아층를 지닌 뮤지컬이다.   2007년 초연 이후 이 작품은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수십 번을 관람하는 마니아들이 생기고 지속되고 있는데다 페어별로도 열성 팬층이 생기고 있다. 단 두 명의 배우와 한 대의 피아노만이 극을 이끌어가는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번 리얼토크장에서는 열정적인 마니아 관객을 양산하는 뮤지컬,  <쓰릴 미>를 이야기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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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조아라(25)-
초연부터 매 시즌마다 관람
김윤미(29)-
초연부터 매 시즌 관람. 이번 시즌 김재범/조강현 공연은 낮 공연 이외 모두 관람.
안아름(26)-초연부터 매 시즌 다른 페어로 한 두 번씩 관람.
박다슬(23)-<쓰릴 미> 첫 공연
캐스트:  김재범, 조강현(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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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릴 미> 오늘 공연, 어땠어요?

박다슬(이하 박) 배우 두 명과 피아노만 있고 별 다른 장치가 없는데도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을 받았어요. 피아노 소리가 들어 가는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그것으로 극의 긴장감이 조절되는 것 같아서 좋았고요. 김재범씨는 로맨틱한 역할만 봐 와서 이번에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잘하셔서 놀랐고요.

조아라(이하 조) 항상 맑은 날에 보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 보니까 느낌이 싸하더라고요. 원래 몰입을 잘 하는데 좀 더 슬프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오늘 따라 네이슨 입장으로 더 몰입이 됐어요.

김윤미(김) 이번 페어는 낮 공연 빼고는 전관을 했거든요. 오늘 피아노는 기존에 계신 분이 아닌 새로 오신 분인데, 기존 피아니스트는 남성성이 강했다면 이번은 여성성으로 부드럽게 치시더라고요. 배우들 목소리가 커지면 피아노 소리를 줄여주고 목소리가 작으면 선율을 크게 해주시고. 오늘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잘 된 거 같아요. 무대가 예전과 조금 달라져서 동선이 어지럽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계속 보다 보니 나와 그의 동선이 나눠진 게 아니라 합쳐진 거라 보기 좋았고요. 오늘 네이슨 감정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안아름(이하 안)
  오늘 보면서 초연 당시 느낌을 생각해 봤거든요. 초연보다 지금은 팬 서비스가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키스 씬이 들어가고, 마지막 퇴장할 때 퍼포먼스로 관객들이 소리도 질러주고. 마니아층이 두터워져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엔 ‘어머어머’ 하던 분들도 마지막엔 함께 소리 지르는 분위기잖아요. 슬프고 우울할 수 있는 작품인데 이건 팬들의 힘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어두운 작품이 사랑 받기 힘든데, 그게 <쓰릴 미>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공연 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연출의 의도도 있겠지만 약간의 팬들의 영향도 없지 않아 들어간 게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유난히 초연과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재미있었어요.

“<쓰릴 미>의 인기 이유?”

<쓰릴 미>는 이슈가 많이 된 작품이잖아요. 주변에 본 친구들도 있었고 동성애, 유괴라는 소재를 잘 풀어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있는 키스씬이 보여주기 식인지, 필요한 장면인지도 궁금했어요. 실제 보니까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특히 네이슨이 중간에 ‘너무 멀리왔다’고 노래를 하고, 리처드가 등을 돌리는 부분에선 저도 모르게 그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어요. 굉장히 감정 이입이 되더군요.

 <쓰릴 미>를 볼 때 그의 입장에서도 많이 생각 하거든요. 니체의 초인론을 맹신하고 사랑을 받지 못해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에요. 게다가 동생이 모든 것을 가져가서 (무대를 보면) 방도 동생이 큰 걸 쓰나 봐요(웃음). 나에게도 그런 부분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네이슨이 갖고 있는 사랑, 집착이 나에게도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고요. 물론 많이 공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매료돼서 자꾸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먼저 끌렸어요. 공연 후엔 두 인물뿐 아니라 피아노도 한 몫을 하며 극을 끌어가는 면도 매력적이었고요. 음악도 중독성이 강했어요. 비슷비슷한 음들인데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에게 감정이입이 잘 돼더라고요.

초연 때는 리처드(그)를 맡은 배우들을 참 좋아했거든요. 김무열씨, 김우형씨를 좋아했는데 이번엔 바뀌어서 ‘그’보다는 ‘나’ 위주로 보게 됐거든요. 김재범씨가 예전엔 가벼운 역할을 주로 했다면 <날 보러와요> 이후로 연기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초연 때 류정한씨나 김무열씨 페어를 봤는데 너무 자극적이었어요. 류정한씨가 ‘나’ 역할을 한다는 것도 자극적이었고(웃음). 원래 캐스팅은 ‘그’ 였다고 하는데 본인이 ‘나’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고 들었어요. 전 친동생하고 아직 팜플렛도 나오지 않았을 때 공연을 봤거든요. 그땐 김무열이란 배우가 조명 받기 전이어서, 류정한씨를 보러 갔는데 류정한 배우의 여성적인 연기를 보고…

그때 유난히 여성적이지 않으셨어요?(웃음)

맞아요(웃음). 류정한씨의 새로운 연기를 봐서 좋았어요. 김무열씨는 몸짱 이미지였죠. 그때 OST 듣고 자료 찾고 하다 보니 다른 배우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참 빠져드는 뮤지컬 같아요. 기존의 밝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닌 어두운 이야기를 편안하게 펼쳐서 인기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여자배우가 없다는 게 여성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요인일수도 있고요. 여성 배우가 있으면 여성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여성이 없으니까 오히려 양쪽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2010년 <쓰릴 미> 4페어 비교

플디 이번에는 4페어가 번갈아 공연해요. 가장 화제가 됐던 페어는 최재웅, 김무열 페어였죠.

전 그 페어를 예매하려다 어쩐지 결제가 순조롭다 했더니 그 다음날 공연이었어요. 망했죠(웃음). 결국 못 구했어요.

아무래도 이들은 예전에 봐왔던 게 있으니까. 게다가 이번엔 횟수가 별로 없고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어 온 페어니까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최재웅, 김무열 페어는 초연 멤버인데다 <쓰릴 미>의 바이블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격렬하고 가장 섹시한 페어라고. 웅열 페어(최재웅, 김무열)를 보면 내내 긴장을 하며 봐요. 최재웅 배우는 자기 스스로 생각 하는 게 많은지 매번 디테일이 달라지거든요. 집에서 생각하면 섬뜩해요.

 

김재범, 조강현 페어는 초심자들이 볼 때 가장 무난하게 볼 수 있는 무대 같아요. 웅열 페어는 너무 강렬하고.

웅열은 연출자의 의도보다 배우 해석에 주력하는 것 같아요. 좀 더 능글맞고 좀 더 어린애 같고, 옴므파탈이 강한. 네이슨은 섬뜩하고 무서운 대마왕 같거든요. 저도 이 오늘 페어(김재범, 조강현)를 개인적으로 참 보고 싶었어요. 김재범씨에 대한 믿음이 있고.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마지막으로 본 게 <날 보러와요> 였어요. 그때도 섬뜩했는데 오늘도 눈빛이 너무 섬뜩하시더라고요. 더 날카로워지신 거 같아요.

배심원석에서 보면 더 섬뜩해요. 시선이 바뀌는 게 객석에선 안 보이거든요. 배심원석에서 보면 안보이던 장면이 보이니까 더 무섭더라고요.

정말 한 번 보고 나면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이 자리, 저 자리 위치가 보고 싶어지는 게. 이번 시즌 쉬엄쉬엄 볼까 했는데. 불 붙은 거 같아요(웃음).

최수형, 최지호 페어 보통 임원 페어라고 하잖아요. 부장 과장 페어라고도 하고 짐승 페어라고도 해요(웃음). 두 분은 둘 다 장신이라 무대가 꽉 차는 것 같아요. 최수형씨가 나오면 아 크다,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최지호씨가 나오면 더 커서 놀라거든요(웃음).
사실 최수형씨 같은 경우는 수동적이란 느낌이 들어요. 아직 베이비 페어(김하늘, 지창욱)가 올라가지 않았지만 세 페어를 봤을 때 가장 수동적인 캐릭터이면서 너무 인간적이라고 생각해요. 최재웅씨 같은 경우는 정말 섬뜩할 정도로 무섭거든요. 김재범씨는 딱 그 중간 섬뜩 할 땐 섬뜩하고 인간적일 땐 인간적이에요. 최지호씨도 굉장히 호평을 많이 받고 계세요.

솔직히 전 (최수형, 최지호 페어를)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한번 보고 싶네요.

굉장히 잔잔하게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아마 계속 더 나아지실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최지호씨와 김재범씨가 같이 하게 되잖아요.

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김재범씨가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을까(웃음)

요즘엔 강현씨가 몰입도가 높아지니까 (김재범씨가) 넘어지는 게 심해졌거든요. 예전엔 넘어지면 그 자리였는데 이젠 밀려나요. 지호씨와 하게 되면 키 차이도 많이 나고 상상이 안가요. 우리끼리는 객석으로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재범씨 공연에서는 종종 웃음이 나와요. <쓰릴 미>에선 흔치가 않은데 그렇더라고요.

전 오히려 긴장감을 풀었다 조이는 것 같아서 더 좋았더라고요.

한번 보고 나니까 다른 페어가 궁금해 지더라고요. 일단 김재범씨 공연을 다시 한번 더 보고 싶고.

이들 페어는 발전이 가장 많은 페어라고 하더라고요. 한번쯤은 꼭 봐야 하는 페어라고 느꼈어요.

플디 김하늘, 지창욱 페어는 어떤가요.

제일 나이가 어려서 베이비페어, 아이돌 페어란 말이 있죠.

김하늘씨는 <스프링어웨이크닝>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이어가는 것 같아요.

 

사실 <스프링…>에서 김하늘씨를 봤을 때도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스프링…>도 밝은 작품은 아닌데.
전 무대가 올라가면 인기가 많아질 페어가 이들 페어가 아닐까 생각돼요.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기대를 많이 받고 있어요. 사실 하늘씨 같은 경우는 작년에 <쓰릴 미>에서 리처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자기만의 네이슨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 해요. 믿음직하고요. 굉장히 기대가 돼요. 초반에 다져 놓으면 나중에 그 페어가 빛을 보지 않을까 해요.

<쓰릴 미>는 그게 있는 거 같아요. 활동하고 있는 남자 배우들을 대입시켜 보는 것. 왠지 누구랑 누구랑 하면 어울릴 것 같은데, 예측해 보는 거 있잖아요.

전 김무열씨의 리처드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나’ 역할을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리처드의 입장에서 봤던 네이슨의 모습이 있을 것이고, 네이슨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했을 것 같아요.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크로스 페어가 안정감이 없을 수도 있으나 이 사람이라면 어떨까 상상하잖아요. 그렇게 다양하게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아요.

“생각치 못한 반전에 섬뜩”


전 이 작품을 볼 때 ‘나’와 ‘그’가 집을 털고 온 뒤에 처음으로 재범씨가 눈빛이 바뀔 때, 배우들의 감정처리가 가장 인상 깊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가 ‘그’를 끌어 들여 유치장에서 같이 만나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전 라이터 키는 소리요. 쨍깡 소리가 소름이 돋아요(웃음). 리처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페어(김재범, 조강현)는 ‘멍청한 새나 보고’라고 하고, 웅열 페어는 ‘멍청하게 새나 보고’ 라고 하거든요. 첫 대사인데, 그 대사가 마지막에도 나와요. 이 장면은 참 눈물이 나요. 또 계약서 노래 부르고 한숨 소리가 좋아요. 굉장히 의도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걸 집중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요.

전 말리기엔 너무 늦었다며 부르는 노래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가 뒷모습을 보이며 가는데 ‘나’가 바라보는 그 장면부터 눈물이 났거든요. 말리고 싶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데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이번 시즌은 아무래도 피아노에 눈이 많이 가잖아요. 일부러 피아노를 위에 놓고 조명을 쏘고. 제스처도 드라마틱하게 하시더라고요.

리처드는 네이슨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요. 네이슨은 리처드의 모든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기회를 보는 거죠. 이게 무서운 것 같아요.

표면적으로 강자로 보이는 사람이 사실 강자가 아니었던 거죠.

마지막 불이 꺼지기 전에 네이슨이 웃거든요. 자신의 계획대로 했다, 나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의미겠죠. 솔직히 네이슨의 입장에서는 해피엔딩인 거죠. <쓰릴 미>는 보면 볼수록 더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래도 초연보다는 많이 친절해 지지 않았어요? 초연에는 설명 없이 끝나서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고민했다니까요. 어디서부터 배신을 한 건지도 모르겠고. 안경을 어떻게 한 건지. 이번엔 확실히 친절해진 것 같아요.

<쓰릴 미>를 처음 봤을 때 반전이 충격적이었거든요. 저도 그 때 물어보고 싶었어요.

전 공연 보기 전에 정보를 보지 않고 관람하기 때문에 이번 공연 보면서 이건 정말 대 반전이다 생각했어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쓰릴 미>에 바라는 점


계속 무대가 작아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때가 동선 등이 참 깔끔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나’와 ‘그’ 방이 따로 있었던 것, 피아노의 위치 등이 좋았거든요. 예술마당으로 가면서 혼잡한 느낌이 있었어요.

이번 배심원 석은 솔직히 만들 필요가 있었나 했어요. 그걸 만들어서 ‘나’와 ‘그’의 방이 없어졌죠. 그리고 ‘그’의 방은 있는데, ‘나’는 부유한 집 아이임에도 전화기와 신문지는 바닥에 있고(웃음) 그런 점은 아쉬워요.

전 한 번이라도 바꿔서 이벤트성으로 마니아들을 위해 공연 해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수십 번 관람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새로운 팬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전 끼려면 아직 멀었지만 <김종욱 찾기>는 이번에 팬들이 배우를 뽑았거든요. 그런 기회를 한번쯤은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크로스 페어는 좋지만 불안정해 보일 수 있거든요. 조금 위험하단 생각도 들고.
OST도 시즌마다 모든 페어 마다 녹음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오리지널밖에 없잖아요. 들을 수 있는 게.
아마 라이선스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 있지만 팬 입장에선 아쉽죠.
플디 <쓰릴 미> 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이에요. 보통 몇 번 정도 봐야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 까요.
시즌 당 모든 페어를 한번씩 보고 30번은 무난하게 봐줘야 <쓰릴 미> 마니아가 아닐까요.
초연 때는 50번 이상 보신 분들도 계셨어요. 10번 본 분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그래서 이 작품이 배우에게는 등용문 같은 무대라 생각해요. 강렬하게 마니아들의 눈에 들어올 수 있는 뮤지컬임은 틀림없어요. 


 


정리: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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