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롱런 뮤지컬의 이유를 묻다.

한 여름날, 풋풋한 고교생들의 젊음과 사랑을 담은 뮤지컬 <그리스>. ‘나의 첫 뮤지컬’로 불리며 2003년 국내 초연 이후 60만 관객 동원, 중대형 뮤지컬 최초 1700회를 돌파한 <그리스>의 롱런 이유가 궁금하다.

캐스트
대니: 김산호, 샌디: 장혜민, 케니키: 안현식, 리조 : 최수연 등

참가자
1. 옥채라(24) 대학생 / <그리스> 50번 봤다!
2. 도경은(31) 회사원 / <쓰릴미>로 공연 홀릭계 입문, <그리스>는 처음.
3. 박정미(18) 고등학생 / 초등학생 때 <그리스> 음악 듣고 뮤지컬이라는 신세계 발견.
4. 이창현(25) 대학생 / 새로운 극장에서 또 한번 <그리스>
5. 김지현(31) 회사원 / 공연은 일상 속 오아시스, 이번이 세 번째 <그리스>


에너지 업! 파워 업!

박정미
(이하 정미) : 초등학생 때 음악선생님이 ‘서머 나잇’을 틀어주셨었거든요. 그 때 ‘와,이런 것도 있구나’ 했죠. 그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첫 관람인데 무척 생동감 있고 컬러풀하고, 재밌었어요.

도경은(이하 경은) : TV나 다른 매체에서 많이 접해 와서 익숙했어요. 우선 노래가 많이 알던 거라 처음인데도 흥얼거리면서 보고.


김지현(이하 지현) : 처음 뮤지컬 접하는 친구들한테 <그리스> 권하거든요.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공연이란 생각이 들어요. 지루한 면도 거의 없고. 과거 두 번 다 제일 앞줄에서 봤는데, 배우들이 막 달려나오는 그 생동감이 좋거든요.

뮤지컬 관객이라면 꼭 거쳐야 한다?!


이창현
(이하 창현) : 처음 본 <그리스>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였어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또 왜 이렇게 오래 하고 인기가 있다고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도대체 어떤 공연이길래’ 한 거죠.

경은 : <그리스> 하면 우선 드는 생각이 ‘젊다, 신난다’, 그리고 ‘뮤지컬을 좀 본다 하는 사람들은 꼭 거쳐가야 하는 관문’ 이에요. 물론 공연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저도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디서 공연 얘기를 좀 하려면 이거는 꼭 봐야 되는 거다, 하는 생각이 딱 들어요.

옥채라(이하 채라) : 70년대 나온 영화가 원작이잖아요. 그래서 어른들은 추억을 되살리며 공감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역동적인 댄스 & 익숙한 노래

창현
: 2막 시작에 나오는 댄스파티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장 역동적이고요. 군무가 딱딱 맞아 떨어질 때 정말 멋지거든요.

정미 : 개인적으로 안무가 많은 작품을 좋아해요. <그리스>, 하면 안무가 상징적으로 생각나기도 하고요.

채라 : 객석 앞줄에서 보면 배우들과 눈이 마주치니까 여자 관객들은 낚이죠.(웃음)

경은 : 계단 장면이 CF에 나오기도 해서 더 각인이 되는 것 같은데. ‘서머 나잇’을 비롯해서 노래가 더 기억에 남는데요.

창현 : ‘서머나잇’은 워낙 대중적이고 유명하죠. 가창력이 폭발하는 소름끼치는 솔로곡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넘버가 없다는 건 좀 아쉬워요. 단체곡이 많죠.

지현 : 오히려 귀에 익은 노래를 들으니 부담감도 없고 친근했어요. 솔로 보단 단체곡이 훨씬 더 신나고요.

급 변하는 샌디? 앙상블 절대 주목!

창현
: 스토리적인 부분은 아쉬워요. 샌디가 변해가는 과정 없이 너무 급하게 끝나잖아요.


채라 : 많은 분들이 ‘결국 착한 아이가 나쁘게 변하는 게 맞는거야’라고들 하시던데,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봤던 한 <그리스>에서는 대니가 교복을 입고 나와서 “내가 널 위해 바뀔 수도 있어”하면서 끝났거든요. 서로에게 맞춰간다는. 그런 결말도 괜찮더라고요.

정미 : 내성적이던 샌디가 좀 더 활달하고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한다는 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경은 : 시선이 주인공에게만 가진 않아요. 다른 커플들, 다른 배역들이 보이더라고요. 댄스 파티 장면에서도 주인공들 보다 다른 곳을 보면 또 다른 배역들이 뭘 하고 있고.

채라 : 그게 바로 <그리스>를 계속 다시 보게 되는 이유 같아요. 댄스 파티 장면에서도 앞에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동안 대니는 무대 뒤쪽에서 화난 샌디를 달래주려고 애교를 부리고 있고. 한 사람만 보고 있으면 절대 볼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도 대니는 대니지만(웃음). 앵콜 때 함성 소리부터 다르잖아요.

지현 : 나쁜 남자니까.

창현 : 그런데 자기 여자친구한테는 상냥하고.(웃음)

경은 : 전 엉덩이 까는 로저가 안 잊혀지네요.(웃음)

정미 : 저는 리조가 멋있었어요. 파워풀하면서도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채라 : 여자들은 샌디 보다 리조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창현 : 리조, 케니키 커플은 빠질 수 없죠.

채라 : 앙상블을 계속 보게 되는 게, 예전 공연에서 앙상블 하셨던 배우들이 다음 공연에선 배역을 맡으신 분이 많아요. 현재 소니, 두디, 케니키도 그렇고요. 지금은 미비해 보여도 미래의 스타들을 점 찍고, 스타로 자랄 수 있는 걸 볼 수 있는 작품 같아요.


공연 편식, <그리스>엔 없더라

경은
: 볼거리가 화려하고, 즐겁고 신나잖아요.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죠. 노래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만약 뮤지컬을 처음 본다면 어느 정도 익숙한 걸 봐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요.

채라 : 힘들 때 어두운 작품 보기 싫잖아요. 무대 앞에서 배우들이 바라봐주면 은총 받은 것 같고(웃음). 50번이나 본 이유는 매번 무대 구석구석에서 캐릭터 마다 다르게 일어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 배우들을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또 반갑고요.

지현 : 다른 작품에서 만난 배우들을 찾아보다 ‘어, <그리스> 출신이네!’하는 쫄깃쫄깃함이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좋은 건 <그리스> 출신 배우들이 지금 잘 나가고 있다는 거. 한편으로는 오래 하고 있어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공연이란 생각이 들어서, 티켓 오픈을 기다리고 예매 페이지 로그인을 계속하고,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창현 : 너무 슬프거나 웅장한 작품은 감동은 크지만 종종 맘이 무겁고 너무 울어서 객석에 불 켜지는 게 창피하기도 하고.(웃음) 그런 거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가면 되는 작품이 <그리스>니까, 즐거운 에너지를 몸이 요구할 때 이 작품이 떠올라요.

정미 : 가장 중요한 게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스토리가 진부할 수 있지만, 그게 오히려 사람들이 쉽게 찾게 만드는 강점인 것 같아요.



정리: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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