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 브로드웨이에서 온, <금발이 너무해>
작성일20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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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금발이 너무해’(2001년 작)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아시아 최초 무대가 지난 2009년 11월, 한국에서 시작됐다. <지킬 앤 하이드><오페라의 유령>등 브로드웨이 전통 뮤지컬의 공식을 깬 신작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라는 점, 같은 시기에 공연되고 있는 <헤어 스프레이><웨딩싱어>과 무비컬 이라는 교집합을 가졌다는 점, 스타 캐스팅 등 다양한 이유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금발이 너무해>. 그 초연 무대를 향한 관객들의 솔직하고, 뒤끝 없는 성적표가 공개된다.
관람일 : 2010년 1월 9일(일) 오후 2시 공연
캐스트 : 김지우, 김동욱, 김형묵, 이영미, 전수경 외
참석자
최주영(28.학생)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은 처음입니다”
정영주(24.대학생) “스타 캐스팅 때문에 볼까 말까 망설였어요”
이성재(18.고등학생) “제시카 공연을 봤습니다. 김지우씨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심규현(31. 대학원 졸업) “리즈위더스푼의 매력이 최고인 영화였죠”
양봉채(31.회사원) “개막 초기에 봤습니다. 두 달 후, 어떤 모습일까요?”
* 대담 내용 중, 작품의 일부 내용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금발이 너무해>, 보자마자 한 마디!
최: 정말 현장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옆에 앉은 사람들과 같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그랬는지,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봤어요. 라이브 음악도 좋았고, 공연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어요. 마지막에 범인을 잡아내는 순간에 극적인 게 부족했다는 건 살짝 아쉬웠어요.
이: 전 뮤지컬을 보고 영화를 봤거든요. 뮤지컬을 보면서 크게 웃었던 장면이 오히려 영화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뮤지컬에는 장면마다 웃을 수 있는 요소를 배치했잖아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크게 한 번 웃을 수 있고. 이런 게 많았어요. 두 번째 보는거라, 지루하면 어쩌나하고 고민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빨리간 것 같아요. 고민을 다 잊고 빠질 수 있는 정말 유쾌한 2시간 30분 이었어요.
정: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가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꼭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주인공이 다들 연예인이잖아요. 선뜻 예매할 생각이 안 들어서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오늘 본 김지우씨 공연은 만족스러워요. 다만, 엘 우즈의 친동생 같은 존재인 브루저 분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안타까웠어요(웃음). 등장만 해도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지던데.
양: 개막 초기였던 11월에 김지우씨 무대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보다 확실히 안정된 것 같아요. 배우 분들도 두 달 가까이 하셔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워지셨고. 지난번에 무대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이야기 때문인지 세트전환 때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긴 하던데요.
심: 춤이 정말 잘나온 것 같아요. 줄넘기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는 원작영화와는 거의 비슷했지만, 뮤지컬에서는 러브라인에 힘을 많이 실었던데요.
정: 그래서 좋았어요. 영화에서는 엘 우즈가 에밋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왜 갑자기 좋아하게 된 거야?’ 하면서 이해를 못했거든요. 뮤지컬에서는 에밋과 엘 우즈 두 사람의 장면도 많았잖아요. ‘아, 저런 일들이 있어서 엘 우즈가 에밋에게 마음이 갔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양: 원작에서 뺄 건 빼고,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은 강조하면서 몰아간 게 자연스러운 이야기 구조로 연결된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버전은 어떤 흐름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와 같은 흐름이었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없었을 거에요. 장유정 연출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알겠던데요.
최: ‘게이나 발레리노’ 장면은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브로드웨이에서는 ‘게이나 유럽인’ 이었다고 하는데. 만약에 브로드웨이 버전 그대로 들어왔다면, ‘저게 무슨 소리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심: 맞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인을 보면서 게이를 떠올리진 않잖아요. 관객들을 이해 시키면서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는 걸 찾기 힘들었을 텐데, 그 장면은 정말 괜찮았어요.
양: 대사도 요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들이 담겨있어서 좋았어요. ‘킹왕짱’ 이런 것도 그렇고, 미용실의 이름 'hairgigima'(헤어지지마)도 센스 있었어요.
심: 그런데 우리나라 관람등급이 만 7세 이상이던데. 성적인 요소가 많이 내심 걱정했어요. 택배원 등장도 그렇고, ‘섹파’라는 단어 사용도 하고. 일곱살 꼬마가 와서 ‘섹파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난감하잖아요(웃음).
양: 영화는 12세 관람등급이었던 것 같아요.
정: 게이를 판명하는 부분도 영화에서는 ‘프라다 구두’를 통해서 판별해내잖아요. 영화와 같은 단서로 풀어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었을텐데. ‘굽히고 튕겨’를 통해서 유쾌하게 찾아내는 방식도 재미있었죠.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대본과 음악만 활용했다고 하는데. 무대는 좀 아쉬웠어요. 무대전환이 많았던 것에 비해서, 굉장히 휑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썰렁함을 앙상블들로 채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 앙상블 분들이 하나같이 노래를 잘하시고, 특히 조연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좋았어요. <젊음의 행진>때도 가장 눈에 띄는 분이었는데, 아랍왕자, 아버지 역할 등 멀티로 활약한 임기홍씨! 정말 최고였어요.
양: 개인적으로는 비비안 역의 이영미씨 비중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성량도 좋으시고, 정말 잘하셔서 노래를 더 듣고 싶었는데(웃음).
최: 마지막 장면에서 비비안 솔로곡을 들을 때는 정말 눈물 나올 뻔 했다니까요. 워너 역의 고영빈씨도 그렇고, 켈러헨 교수 김형묵씨도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급으로 출연하실 수 있는 분들인데, 비중은 적었지만 각 역할에 맞게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심: 배우들 동선이 가운데로만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세트가 줄 두 개로 쭉 내려오잖아요. 사고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불안해 보이던데요.
양: 다른 뮤지컬들은 몇 개의 세트만 돌려서 전환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금발이 너무해>는 여러 조각들로 된 전환을 이용해서, 더 불안해 보이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엿보이지만, 그래서 좀 더 위험해 보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무대 중앙에 구멍이 뚫려서 하나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프로 분들이 하시는 거니까, 다 준비가 되어 있겠지 하면서도 ‘지금 저게 열려 있어야 하나’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 그래도 무대전환 아이디어는 좋았어요. 보통 밖으로 나간다고 하면 세트 밖으로 지나가고 마는데, 여기서는 문을 통과하기도 하고. 세심한 장면들은 좋았어요.
정: 앗, 저도 ‘저거 언제 올라오지?’ 내심 걱정하면서 봤어요. 1막에서 엘 우즈가 수업을 받다가 쫓겨나잖아요. 엘 우즈는 가만히 서 있는데, 무대가 안에서 밖으로 전환되면서 홀로 남겨지는 장면은 정말 좋았어요.
정: 스타 캐스팅에 대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여주인공 비중이 95%가 넘는 뮤지컬이잖아요. 여주인공 세 명 모두 연예인이었다는 점에서, 뮤지컬을 즐겨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어요. 물론, 이 만한 극장을 채울 수 있는 티켓파워를 가진, 엘 우즈 역할에 맞는 뮤지컬배우가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양: 작품의 작품성을 생각해서라도 뮤지컬 전문배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티켓을 팔려고 스타를 캐스팅을 했냐는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뮤지컬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장르잖아요. 한 번 보면 빠져들 수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내가 아는 배우, 스타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제가 <금발이 너무해>를 봤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제시카 어때?”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제시카도 잘하는데, 공연이 재미있어” 하면서 공연에 대해서 말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 친구들도 “우리도 뮤지컬 보러 가볼까” 하면서 뮤지컬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됐어요.
최: 김지우씨 같은 경우는, 벌써 꽤 여러 작품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 분들도 출발이 연예인이어서 그렇지, 정말 열정을 다해서 무대에 오르는 분들이잖아요.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될 것 같아요. 점점 발전하는 모습도 봐야 하니까요.
정: 엇, 저 무조건 나쁘다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웃음). <모차르트!> 시아준수씨 가 나오는 공연도 예매했어요. 오늘 김지우씨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잘하면 칭찬하고 싶지만, 못하면 바로 말해요(웃음). 뮤지컬을 보는 주요 관객들이 2~30대 여자 관객들이 대다수인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남자배우들 위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잖아요. 이런 구조에서 여자가 주인공인 <금발이 너무해>가 한국에서 공연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세 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돌파구가 되어 준거라고 생각해요.
연예인 캐스팅이 대중들이 뮤지컬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도 맞지만, 연예인 누구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뮤지컬이 이런 거였어?”하고 실망하는 경우도 봤거든요. 전체적인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심: <금발이 너무해> 관객후기에서 ‘제시카 얼굴만 봤다’는 식의 댓글을 많이 봤어요. 그런 후기들을 보면서 ‘정말 뮤지컬을 즐기는 건가, 팬미팅을 하는 건가’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제시카씨 공연은 어땠어요? 솔직히 이미지로는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 좋았어요(웃음). 오늘 보니까 객석 반응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제시카씨 공연 때에는 십대 관객들이 대다수였고, 환호하는 부분도 다른 것 같아요. 제시카씨는 확실히 더 귀여운 엘 우즈였고, 김지우씨는 공연을 끌고 힘이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그런 걸 느꼈어요.
정: 제시카씨 공연을 본 언니가 하는 말이 "나는 죽어야 하니? 제시카가 뮤지컬도 잘한다는데" 이런 말을 하던걸요. 김도현씨가 정말 멋있었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심: 이하늬씨는 성숙한 엘 우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각기 다른 엘 우즈의 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 스타 여배우들로 구성된 캐스트 외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 것 같아요.
정리: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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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0년 1월 9일(일) 오후 2시 공연
캐스트 : 김지우, 김동욱, 김형묵, 이영미, 전수경 외
참석자
최주영(28.학생)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은 처음입니다”
정영주(24.대학생) “스타 캐스팅 때문에 볼까 말까 망설였어요”
이성재(18.고등학생) “제시카 공연을 봤습니다. 김지우씨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심규현(31. 대학원 졸업) “리즈위더스푼의 매력이 최고인 영화였죠”
양봉채(31.회사원) “개막 초기에 봤습니다. 두 달 후, 어떤 모습일까요?”
* 대담 내용 중, 작품의 일부 내용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금발이 너무해>, 보자마자 한 마디!
최: 정말 현장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옆에 앉은 사람들과 같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그랬는지, 영화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봤어요. 라이브 음악도 좋았고, 공연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어요. 마지막에 범인을 잡아내는 순간에 극적인 게 부족했다는 건 살짝 아쉬웠어요.
이: 전 뮤지컬을 보고 영화를 봤거든요. 뮤지컬을 보면서 크게 웃었던 장면이 오히려 영화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뮤지컬에는 장면마다 웃을 수 있는 요소를 배치했잖아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다가 크게 한 번 웃을 수 있고. 이런 게 많았어요. 두 번째 보는거라, 지루하면 어쩌나하고 고민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빨리간 것 같아요. 고민을 다 잊고 빠질 수 있는 정말 유쾌한 2시간 30분 이었어요.
정: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가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꼭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주인공이 다들 연예인이잖아요. 선뜻 예매할 생각이 안 들어서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오늘 본 김지우씨 공연은 만족스러워요. 다만, 엘 우즈의 친동생 같은 존재인 브루저 분량이 생각보다 적어서 안타까웠어요(웃음). 등장만 해도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지던데.
양: 개막 초기였던 11월에 김지우씨 무대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보다 확실히 안정된 것 같아요. 배우 분들도 두 달 가까이 하셔서 그런지 더 자연스러워지셨고. 지난번에 무대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이야기 때문인지 세트전환 때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긴 하던데요.
심: 춤이 정말 잘나온 것 같아요. 줄넘기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는 원작영화와는 거의 비슷했지만, 뮤지컬에서는 러브라인에 힘을 많이 실었던데요.
정: 그래서 좋았어요. 영화에서는 엘 우즈가 에밋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왜 갑자기 좋아하게 된 거야?’ 하면서 이해를 못했거든요. 뮤지컬에서는 에밋과 엘 우즈 두 사람의 장면도 많았잖아요. ‘아, 저런 일들이 있어서 엘 우즈가 에밋에게 마음이 갔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양: 원작에서 뺄 건 빼고,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은 강조하면서 몰아간 게 자연스러운 이야기 구조로 연결된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 버전은 어떤 흐름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와 같은 흐름이었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없었을 거에요. 장유정 연출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알겠던데요.
최: ‘게이나 발레리노’ 장면은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브로드웨이에서는 ‘게이나 유럽인’ 이었다고 하는데. 만약에 브로드웨이 버전 그대로 들어왔다면, ‘저게 무슨 소리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심: 맞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인을 보면서 게이를 떠올리진 않잖아요. 관객들을 이해 시키면서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는 걸 찾기 힘들었을 텐데, 그 장면은 정말 괜찮았어요.
양: 대사도 요즘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단어들이 담겨있어서 좋았어요. ‘킹왕짱’ 이런 것도 그렇고, 미용실의 이름 'hairgigima'(헤어지지마)도 센스 있었어요.
심: 그런데 우리나라 관람등급이 만 7세 이상이던데. 성적인 요소가 많이 내심 걱정했어요. 택배원 등장도 그렇고, ‘섹파’라는 단어 사용도 하고. 일곱살 꼬마가 와서 ‘섹파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난감하잖아요(웃음).
양: 영화는 12세 관람등급이었던 것 같아요.
정: 게이를 판명하는 부분도 영화에서는 ‘프라다 구두’를 통해서 판별해내잖아요. 영화와 같은 단서로 풀어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었을텐데. ‘굽히고 튕겨’를 통해서 유쾌하게 찾아내는 방식도 재미있었죠.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대본과 음악만 활용했다고 하는데. 무대는 좀 아쉬웠어요. 무대전환이 많았던 것에 비해서, 굉장히 휑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썰렁함을 앙상블들로 채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 앙상블 분들이 하나같이 노래를 잘하시고, 특히 조연 캐릭터가 살아있어서 좋았어요. <젊음의 행진>때도 가장 눈에 띄는 분이었는데, 아랍왕자, 아버지 역할 등 멀티로 활약한 임기홍씨! 정말 최고였어요.
양: 개인적으로는 비비안 역의 이영미씨 비중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성량도 좋으시고, 정말 잘하셔서 노래를 더 듣고 싶었는데(웃음).
최: 마지막 장면에서 비비안 솔로곡을 들을 때는 정말 눈물 나올 뻔 했다니까요. 워너 역의 고영빈씨도 그렇고, 켈러헨 교수 김형묵씨도 다른 작품에서는 주연급으로 출연하실 수 있는 분들인데, 비중은 적었지만 각 역할에 맞게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심: 배우들 동선이 가운데로만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세트가 줄 두 개로 쭉 내려오잖아요. 사고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불안해 보이던데요.
양: 다른 뮤지컬들은 몇 개의 세트만 돌려서 전환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금발이 너무해>는 여러 조각들로 된 전환을 이용해서, 더 불안해 보이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엿보이지만, 그래서 좀 더 위험해 보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무대 중앙에 구멍이 뚫려서 하나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프로 분들이 하시는 거니까, 다 준비가 되어 있겠지 하면서도 ‘지금 저게 열려 있어야 하나’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이: 그래도 무대전환 아이디어는 좋았어요. 보통 밖으로 나간다고 하면 세트 밖으로 지나가고 마는데, 여기서는 문을 통과하기도 하고. 세심한 장면들은 좋았어요.
정: 앗, 저도 ‘저거 언제 올라오지?’ 내심 걱정하면서 봤어요. 1막에서 엘 우즈가 수업을 받다가 쫓겨나잖아요. 엘 우즈는 가만히 서 있는데, 무대가 안에서 밖으로 전환되면서 홀로 남겨지는 장면은 정말 좋았어요.
정: 스타 캐스팅에 대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여주인공 비중이 95%가 넘는 뮤지컬이잖아요. 여주인공 세 명 모두 연예인이었다는 점에서, 뮤지컬을 즐겨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좀 아쉬웠어요. 물론, 이 만한 극장을 채울 수 있는 티켓파워를 가진, 엘 우즈 역할에 맞는 뮤지컬배우가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텐데.
양: 작품의 작품성을 생각해서라도 뮤지컬 전문배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티켓을 팔려고 스타를 캐스팅을 했냐는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뮤지컬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장르잖아요. 한 번 보면 빠져들 수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내가 아는 배우, 스타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제가 <금발이 너무해>를 봤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제시카 어때?”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제가 “제시카도 잘하는데, 공연이 재미있어” 하면서 공연에 대해서 말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제 친구들도 “우리도 뮤지컬 보러 가볼까” 하면서 뮤지컬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됐어요.
최: 김지우씨 같은 경우는, 벌써 꽤 여러 작품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 분들도 출발이 연예인이어서 그렇지, 정말 열정을 다해서 무대에 오르는 분들이잖아요.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될 것 같아요. 점점 발전하는 모습도 봐야 하니까요.
정: 엇, 저 무조건 나쁘다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웃음). <모차르트!> 시아준수씨 가 나오는 공연도 예매했어요. 오늘 김지우씨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잘하면 칭찬하고 싶지만, 못하면 바로 말해요(웃음). 뮤지컬을 보는 주요 관객들이 2~30대 여자 관객들이 대다수인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남자배우들 위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잖아요. 이런 구조에서 여자가 주인공인 <금발이 너무해>가 한국에서 공연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세 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돌파구가 되어 준거라고 생각해요.
연예인 캐스팅이 대중들이 뮤지컬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도 맞지만, 연예인 누구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뮤지컬이 이런 거였어?”하고 실망하는 경우도 봤거든요. 전체적인 질적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심: <금발이 너무해> 관객후기에서 ‘제시카 얼굴만 봤다’는 식의 댓글을 많이 봤어요. 그런 후기들을 보면서 ‘정말 뮤지컬을 즐기는 건가, 팬미팅을 하는 건가’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제시카씨 공연은 어땠어요? 솔직히 이미지로는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 좋았어요(웃음). 오늘 보니까 객석 반응이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제시카씨 공연 때에는 십대 관객들이 대다수였고, 환호하는 부분도 다른 것 같아요. 제시카씨는 확실히 더 귀여운 엘 우즈였고, 김지우씨는 공연을 끌고 힘이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그런 걸 느꼈어요.
정: 제시카씨 공연을 본 언니가 하는 말이 "나는 죽어야 하니? 제시카가 뮤지컬도 잘한다는데" 이런 말을 하던걸요. 김도현씨가 정말 멋있었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심: 이하늬씨는 성숙한 엘 우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각기 다른 엘 우즈의 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 스타 여배우들로 구성된 캐스트 외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 것 같아요.
정리: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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