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은 언제나 우리곁에…'잠자는 숲속의 미녀'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3~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브라질 태생 거장 마르시아 하이데 안무 마녀 '카라보스' 발레리노가 연기해 눈길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마녀의 저주에 걸려 잠든 공주, 그런 공주와 사랑에 빠진 왕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둘의 로맨스 이전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로 이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마녀가 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은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올린다. 강수진 단장의 스승이자 브라질 태생의 거장 마르시아 하이데가 안무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호두까기인형’ ‘백조의 호수’와 함께 차이콥스키 3대 발레로 유명한 고전 중 고전이다. 익숙한 이야기와 화려한 무대로 발레가 생소한 관객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본 공연 하루 전인 2일 같은 장소에서 시연한 작품은 선과 악의 대결을 강조한 점이 신선했다. 신선함의 정체는 바로 마녀 카라보스다.

첫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프롤로그 말미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날카로운 표정과 검은 망토로 ‘절대악’의 무서움을 전한다. 공주가 잠들고 100년 뒤를 배경으로 한 2막에서 마녀는 3명의 발레리노에 의지해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라일락 요정과의 대결에서 패한 뒤 잠시 사라지지만 공연이 끝날 무렵 다시 만날 수 있다. 평화 속에서도 악은 늘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카라보스는 버전에 따라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모두가 연기하는 캐릭터다. 하이데는 이번 작품에서 카라보스 역을 발레리노에게 맡겼다. 이재우·이영철·김기완이 카라보스를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버전보다 카라보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라며 “발레 테크닉과 마임을 비롯한 연기가 공연에서 중요한 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 작품이 완전히 새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클래식 발레 특유의 매력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왕자가 잠자는 공주를 입맞춤으로 깨우는 2막의 마지막 장면은 고전 로맨스의 설렘을 잘 전한다. 하이라이트는 동화 속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 ‘디베르티스망’(‘기분전환’ ‘여흥’이라는 뜻. 극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춤)으로 구성한 3막이다. 알리바바와 네 보석들, 장화신은 고양이와 레이디 캣, 플로린 공주와 파랑새, 빨간모자와 늑대 등이 흥겨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선과 악의 대결로 새로움을 더했지만 그럼에도 작품의 본질은 왕자의 공주의 이야기다.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그랑 파드되’(남녀 무용수의 2인무)가 대미를 장식한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선보이는 아름답고 우아한 몸짓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고전임을 잘 보여준다.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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