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곧 무대…로드씨어터 연극을 아십니까

이동참여형 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 6개 거점 돌며 극체험 구조 관객이 공동작업자로 변신 11~13일 네 차례 진행
거리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를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형태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우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를 경험하고 배우와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극장이 즐비한 대학로 한복판을 지나 좁은 골목길. 길을 따라 들어서자 개가 컹컹 짖어댄다. 낙산기슭 뒤편 어느 집 대문 앞. 삼선 슬리퍼에 초췌한 차림의 한 사내가 보인다. 폐지를 버리려고 자취방에서 막 나온 배우 ‘안병식’이다. “어? 선배님 여기서 뭐하세요?” 관객을 인솔하던 한 배우가 병식에게 말을 건넨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 대학로가 곧 무대인 관객참여형 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작품은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란 공간에서 가장 대학로스러운 공연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엿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공연형식 ‘이머시브 연극’(immersive theater) 개념을 차용했다.

이곤 총연출은 “관객은 단지 만들어진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통해 함께 연극을 완성한다. 관객 역시 공동작업자가 되는 셈”이라며 “관객과 소통하는 데 목적을 뒀다. 특별히 각본을 쓰기보다 배우들의 자전적 삶과 경험을 그대로 녹여냈다”고 말했다.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2막 중 자취방 장면에서 배우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객은 스마트폰을 통해 ‘로드씨어터 대학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연에 참여한다. 대학로예술극장-배우 자취방 앞-술집-학림다방 앞 횡단보도-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아트원시어터 등 6개 거점공간을 인솔배우나 헤드폰 속 녹음된 가이드 안내를 따라 이동하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극을 체험하는 구조다.

연극은 총 3막으로 구성했다. 1막 배역발표날, 연극이 무산된다. 2막에선 배우들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관객은 대학로 곳곳에 흩어진 이들 삶의 현장을 방문한다. 3막 아트원씨어터 공연장에서 다시 ‘햄릿’을 올리며 막을 내린다. 전 코스를 돌면 1시간 50분에서 2시간가량 소요된다.

예술위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뿐 아니라 홍대·창원 등 전국의 다른 지역도시를 기반으로 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극의 내용도 참여배우에 따라 바꿀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남은 공연은 네 차례(11일 오후 4시, 12일 오후 1·4시, 13일 오후 1시). 공연에 참여하려면 스마트폰을 소지해야 한다. 폭우가 아닌 이상 비가 내려도 진행한단다. 비가 오면 또 다른 느낌의 대학로를 경험할 수 있어서다.

극을 마칠 즈음이면 겉으로만 훑고 지나간 대학로란 공간이 새롭게 보인다. 익숙한 공간의 다른 온도 차, 이전과 다른 공기의 색감, 거리를 걷는 불특정사람조차 선명하게 다가오는 낯선 연극의 맛이 흥미롭다. 내 위치를 바꾸면 보는 풍경도 달라진다. 항상 처음이 힘든 것처럼 정통적 관람의 관습을 배반하는 데서 출발하는 극이다.

거리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를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형태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우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를 경험하고 배우와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2막 중 자취방 장면에서 배우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형태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우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를 경험하고 배우와 공연을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2막 중 술집 장면.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형태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우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를 경험하고 배우와 공연을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2막 중 자취방 장면에서 배우가 관객을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형태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우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를 경험하고 배우와 공연을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거리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를 관객이 체험하고 있다.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체험하는 이머시브 연극형태로 헤드폰을 착용하고 배우 목소리를 들으며 대학로를 경험하고 배우와 공연을 만들어가는 관객참여형 공연이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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