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의 '변신, 그 의미는 '노동력의 상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무대에 현대사회 속 노동에 대한 의미 예술가에 대한 고민 엔딩에 담아 6일~15일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변신’은 프란츠 카프카가 쓴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이 이야기를 노동력의 문제로 접근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창세가 6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변신’이다.

연출가 신동일의 작품으로 지난해 제28회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배우 안훈이 주인공 그레고르를 연기하고 황위재·정재은·변민지가 그레고르의 가족인 아버지·어머니·여동생 그레테로 출연한다.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연 시연회로 작품을 먼저 만났다.

먼저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공간으로 꾸민 무대가 눈길을 끈다. 온화한 느낌의 집 응접실과 건설현장 같은 그레고르의 방이 그레고르의 변신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유일하게 돈을 벌어오는 아들만 기다리는 부모, 매일 반복되는 일에 지친 그레고르, 그런 그레고르에게 힘을 주는 그레타의 이야기가 원작과 비슷한 전개로 펼쳐진다.

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
다른 점이 있다면 그레고르를 ‘노동자’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가족과 그레고르 사이의 갈등의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와 얽힌 점도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신동일 연출은 “워낙 유명한 고전을 연극으로 올리기 위해선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주의 시대에서 노동력 상실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작품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 없던 엔딩도 등장한다. 바이올린 연주자를 꿈꾸는 그레타에 대한 이야기로 예술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신 연출은 “현대 사회에서 예술가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며 “지금 시대에 예술이란 작업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안훈은 80분 남짓한 공연시간 동안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그레고르의 변신을 기괴하면서도 슬프게 보여준다. 그는 “그레고르는 삶에 대한 의지가 가족을 향해 있다 벌레로서의 본능과 충돌하면서 결국엔 ‘나’라는 실존을 깨닫는 캐릭터”라며 “심리 표현보다 무의식적인 행동을 찾아가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은 그레고르의 변신에 따른 리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 황위재는 “그레고르의 ‘변신’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같다. 그런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연기하고자 했다”고 털어놨다.

정재은은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 아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엄마다. 모성애가 있음에도 아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양면성을 보여주는 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변민지는 “작품에 등장하는 가족과 비슷한 마음을 실제로 느껴봤다. 준비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조금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 연출은 “카프카의 작품을 연극으로 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인만큼 일반 관객과 방학을 맞이한 청소년과 대학생도 많이 찾아와줬으면 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변신’은 오는 1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변신’의 한 장면(사진=극단 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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