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으로 펼치는 동화 속 세계 '미녀와 야수'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으로 11일 첫 선 한국적이면서도 아이 시선에 맞게 각색 무대 디자인·영상·음악 등 잘 어우러져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와!” 극장에 들어선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무대 위엔 각기 다른 모양의 사각 기둥이 불규칙하게 서있다. 기둥 위로는 아이가 그린 듯한 알록달록한 그림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객석에 앉은 아이들 얼굴에도 호기심이 가득하다. 동화 속 세상으로 변신한 국립극장 KB하늘극장, 이곳에서 국립창극단의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가 지난 11일부터 공연하고 있다.

국립창극단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창극으로 준비한 2017년 첫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잔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이 18세기에 발표한 동화가 원작으로 우리에겐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이 공연을 주로 제작해온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임도완 소장이 연출을 맡고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의 음악감독 이지수, 젊은 소리꾼 박인혜가 작곡과 작창을 담당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답게 공연 시간도 이르다. 평일엔 오전 11시, 주말엔 오후 2시에 막을 올린다. 18일 오전에 찾아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은 이른 시간임에도 엄마 손 잡고 온 아이들로 만석이었다. 분장과 의상을 미리 갖춘 창극단원들이 객석을 찾아와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장난도 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불이 꺼지자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부채를 든 이야기꾼이 등장했다. 떠들썩하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를 향했다.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작품은 원작을 한국적이면서도 아이들 시선에 맞게 각색했다. 동네 벼룩시장에서 장사꾼이 부르는 노래엔 판소리 특유의 해학을 담았다. 여자주인공 아리의 친구 공주는 “공부만 하라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공연 시간은 60분 남짓.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에겐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장면 전환 때마다 등장하는 이야기꾼이 호응을 이끌어내며 작품 이해를 돕는다. 꼬리없는 개 동경이의 귀여운 활약도 이번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아이들이 보는 공연이라 ‘유치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무대 디자인·영상·음악 등에서 일반 공연 못지않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무대 위의 사각 기둥은 시시각각으로 이동하며 시장, 산길, 야수의 성 등을 만들어낸다. 배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영상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판소리와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점도 인상적이다.

‘미녀와 야수’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작품이 담고 있는 ‘진정한 사랑’이란 테마 때문이다. 저주에 걸려 추악한 모습으로 변한 나머지 마음의 문을 닫은 야수, 그런 야수의 겉모습에 놀라지 않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미녀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창극도 마찬가지다. 야수와 아리가 부르는 ‘뜨끔따끔’이 이를 잘 보여준다. 손에 박힌 장미가시처럼 마음에 박히는 사랑의 아픔과 설렘을 표현한 노래다. 작품이 끝난 뒤에도 멜로디가 오래 귓가에 남는다. 아이들에겐 꿈과 환상을, 어른에겐 동심의 추억을 느끼게 한다. 국립창극단 간판 김준수와 수습 단원 장서윤이 야수와 아리를 연기하며 우지용·김유경·남해웅·최용석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까지 공연한다.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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