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염은초 "리코더가 초등생 악기라구요?"

열살 때 마법의 소리에 푹…리코더로 박사학위 받았죠 숨결 따라 음색…'리코더의 재발견' 터닝메카드·TT 연주로 '초통령' 불리기도 15개국 달인들 찾아 '열공' 25일 예술의전당서 콘서트
리코디스트 염은초는 바로크시대 명기를 복사한 크기별 리코더 4대를 비롯해 20여대를 번갈아 쓴다. 소장한 리코더만 30여개. 염은초는 “크기가 클수록 낮은 소리가 나는데 일반 리코더에 비해 7배 이상 커서 문화소외지역에 콘서트를 다닐 때면 초등학생들이 제일 좋아한다”며 웃었다(ⓒYoo Chang Ho).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인기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주제가 한 곡이면 초등학생 팬들이 마구 몰려요. 손들고 신청곡을 요청하기도 하고. 관객 반응이 정말 놀라워요. 클래식음악계에선 상상도 못할 일인데 리코더라서 가능한 거 같아요. 하하.”

가격은 대략 3400원부터. 대부분 교육용 음악교구로만 알고 있는 조악한 플라스틱 리코더에 홀딱 반했다는 리코디스트 염은초(25)다. “초등학교 3학년 음악수업 때 리코더에 숨을 불어넣는 순간 바로 그 소리에 빠졌다”는 염은초를 최근 서울 태평로 한 호텔서 만났다.

리코디스트 염은초(사진=봄아트프로젝트).
가장 먼저 배운 곡은 ‘학교종이 땡땡땡’.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음색이 신기했다. 자연적이고 순수한 면도 있고. 어릴 때 반에서도 제일 빨리 익히고 좋아하니까. 담임선생님이 리코더 아카데미를 추천해줘 배운 게 15년째다.”

염은초는 한국에 몇 안 되는 전문 리코더연주자다. 스물다섯 살에 불과하지만 리코더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솔리스트 1세대다. “해외에서는 피아노처럼 대학마다 전문과정이 있는 주요 악기인데 한국에선 교육용 악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무도 전공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거 같다.”

클래식 엘리트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리코더연주자로는 최초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했고, 1년 만인 2004년 리코디스트로는 유일하게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데뷔했다. 영국 런던 길드홀음악학교 박사과정에 관악기 최초로 입학해 최연소로 졸업한 그는 오로지 ‘리코더’만 보고 달려왔다. “방학 때마다 리코더를 들고 저명한 리코더 교수를 만나 레슨을 받고 청강도 했다. 15개국에서 20여명의 교수를 만났다.”

그런 노력 끝에 염은초는 2012년 3월 독일서 열린 니더작센 국제리코더콩쿠르에서 심사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우승했다. 심사위원장 콘라드 슈타인만은 “말이 필요 없이 반드시 무대에 서야만 하는 ‘스테이지 몬스터’(무대 위 괴물)”라고 평했다.

그러나 ‘리코더연주자’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학비도 많이 들고, 다른 악기들보다 연주기회도 많지 않아 중도 포기자가 많단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염은초를 붙든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었다. 유학 중에도 국내 각지를 돌며 작은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리코더를 알리는 인물로 거듭났다. 4월에는 리코더 교본도 낸다. “어릴 때 교본 없이 CD로 듣고 익혔다. 유학을 가서야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다시 호흡과 자세 등을 고쳤다. 이 교본이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오는 25일에는 일본 하프시코드의 대가 나오미 기타야와 협연으로 정통 바로크시대의 리코더 연주를 들려준다. “바로크시대에 가장 히트했던 리코더곡을 선곡했다. 거장과의 콜래보레이션은 처음이다. 앞으로 신선한 콘텐츠를 많이 기획하려 한다. ‘팬텀싱어’ 같은 클래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장일범 씨랑 공동 MC를 맡고 싶다. 하하.”

리코디스트 염은초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사진은 출연 당시 캡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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