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지는 자막'…이 맛에 뮤지컬 본다
작성일2017.04.11
조회수3,014
해외 뮤지컬팀 내한공연 풍년
'드림걸즈' 등 이색 자막으로 눈길
작품 의도 효과적 전달에 초점 맞춰
의역·압축 기본…디자인 변화로 재미
"관객 이해 돕는 도구로 다가가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새 노래는 어때?” “네가 쓴 노래? 디져. 졸려 디져”(It’s fierce and boring).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드림걸즈’의 내한공연. 작곡가 씨씨의 질문에 가수 지미가 심통난 듯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지미의 장난기 넘치는 대사는 무대 양 옆 모니터를 통해 자막으로 전달된다. 독특한 폰트가 한층 더 재미를 더한다.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해외 뮤지컬팀의 내한공연이 풍년이다.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를 시작으로 ‘드림걸즈’ ‘시카고’ ‘캣츠’ ‘리걸리 블론드’ 등이 오리지널투어나 국내 프로덕션에 해외배우가 출연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열거나 앞두고 있다.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자막’이다. 라이선스뮤지컬이 번역한 한국어 대사·가사를 배우의 말맛으로 전달한다면 내한공연은 이를 자막의 글맛으로 전달한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작업이란 점에서 자막은 외국 뮤지컬팀이 공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폰트 변화부터 이미지 삽입까지 ‘예능감’ 가미
보통 자막기는 공연장 무대와 2·3층 객석 양옆에 설치한다. 자막기에 등장하는 최대 길이는 20~25자다. 대사와 가사 모두를 전달해야 하는 만큼 분량도 상당하다.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드림걸즈’의 자막은 총 1859번 자막 모니터에 뜬다.
사실 관객 입장에선 무대와 자막을 동시에 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자막은 최대한 짧으면서도 충실해야 한다. ‘드림걸즈’의 자막을 담당한 작가 김수빈은 이를 “잡고 푼다”고 표현한다.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잡아낸 뒤 다양한 수단을 써서 적절하게 자막으로 풀어낸다는 뜻이다. 김 작가는 “한 컷마다 읽을 수 있는 자막분량에 한계가 있다. 넘어가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최대한 압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가 파악한 ‘드림걸즈’의 핵심은 인물 간의 드라마와 캐릭터. 이를 강조하기 위해 자막에 다양한 폰트와 이미지를 입혔다.
대표적인 것이 지미의 대사와 가사다. 극 중 톱가수로 나오는 지미는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을 하는 캐릭터다. 지미가 “칵테일도 홀짝여주고”라고 말할 때 자막은 ‘칵’만 다른 폰트를 써 포인트를 준다. 김 작가는 “‘칵’(cock)은 남성의 성기를 뜻하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배우가 독특한 제스처를 보여 자막도 ‘칵’에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지미가 “너희 모두 다 왜 그래?”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왜들 이러신디야?”라는 자막이 나온다. 흑인 특유의 억양을 전하기 위해서다.
김 작가가 자막 작업에서 중시하는 또 하나는 배우와의 조화다. 김 작가는 “두세 버전으로 자막을 준비한 다음 드레스리허설 때 최종버전을 배우에게 붙여본다. 만약 자막과 배우의 연기가 어울리지 않으면 교체한다”고 말했다. 대사와 가사 모두 배우의 예술이란 생각에서다. 실제 공연에선 자막을 띄우고 없애는 오퍼레이터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작가는 “개막 후 2~3회차는 공연을 보며 오퍼레이터와 합을 맞춘다”고 했다.
△자막도 작품의 일부…불편함을 재미로 바꿔야
2006년부터 조연출·통역 등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해온 김 작가는 2013년 뮤지컬 ‘애비뉴Q’로 자막작업을 시작했다. 자막에 폰트·이미지 등의 변화를 준 것도 이때부터다. ‘B급 코드’의 ‘애비뉴Q’를 작업하며 생긴 노하우다. 김 작가는 “당시 자막작업을 하면서 TV 예능프로그램처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자막에 재밋거리를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작가는 ‘원스’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 등의 자막을 담당해왔다.
김 작가는 “사실 자막은 공연관람에서 귀찮고 불편한 요소다. 자막을 안 보고 작품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작품이해를 위해 볼 수밖에 없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자막도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작업한다”며 “튀기 위한 것이 아닌 이해를 위한 도구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러 번 내한공연한 작품이라면 기존 자막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오는 7월 공연을 앞둔 ‘캣츠’가 그렇다. ‘캣츠’의 홍보를 맡은 기획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시적인 대사가 많아 이를 좀더 현대적으로 다듬는 정도로 수정할 계획”이라며 “초연 때 제작한 자막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오리지널투어로 찾아오는 ‘시카고’는 자막 작업을 다시 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김 작가가 맡는다. 그는 “‘시카고’는 시크하고 세련된 작품이라 폰트 등에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오는 6월 영국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 ‘리걸리 블론드’는 영국식 언어의 묘미를 살릴 자막을 준비 중이다. 기획사 에이콤 관계자는 “영국식 유머나 영미권에서 통용하는 문화적 표현과 언어유희를 한국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극장의 자막기 위치와 사이즈 등을 고려해 뮤지컬 재미를 배가할 자막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영국 프로덕션 측과 공연장 상황에 대한 조건을 조율하고 있으며 5월 중 자막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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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새 노래는 어때?” “네가 쓴 노래? 디져. 졸려 디져”(It’s fierce and boring).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드림걸즈’의 내한공연. 작곡가 씨씨의 질문에 가수 지미가 심통난 듯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지미의 장난기 넘치는 대사는 무대 양 옆 모니터를 통해 자막으로 전달된다. 독특한 폰트가 한층 더 재미를 더한다.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해외 뮤지컬팀의 내한공연이 풍년이다.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를 시작으로 ‘드림걸즈’ ‘시카고’ ‘캣츠’ ‘리걸리 블론드’ 등이 오리지널투어나 국내 프로덕션에 해외배우가 출연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열거나 앞두고 있다. 이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자막’이다. 라이선스뮤지컬이 번역한 한국어 대사·가사를 배우의 말맛으로 전달한다면 내한공연은 이를 자막의 글맛으로 전달한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작업이란 점에서 자막은 외국 뮤지컬팀이 공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폰트 변화부터 이미지 삽입까지 ‘예능감’ 가미
보통 자막기는 공연장 무대와 2·3층 객석 양옆에 설치한다. 자막기에 등장하는 최대 길이는 20~25자다. 대사와 가사 모두를 전달해야 하는 만큼 분량도 상당하다.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드림걸즈’의 자막은 총 1859번 자막 모니터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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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지미의 대사와 가사다. 극 중 톱가수로 나오는 지미는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을 하는 캐릭터다. 지미가 “칵테일도 홀짝여주고”라고 말할 때 자막은 ‘칵’만 다른 폰트를 써 포인트를 준다. 김 작가는 “‘칵’(cock)은 남성의 성기를 뜻하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 배우가 독특한 제스처를 보여 자막도 ‘칵’에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지미가 “너희 모두 다 왜 그래?”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왜들 이러신디야?”라는 자막이 나온다. 흑인 특유의 억양을 전하기 위해서다.
김 작가가 자막 작업에서 중시하는 또 하나는 배우와의 조화다. 김 작가는 “두세 버전으로 자막을 준비한 다음 드레스리허설 때 최종버전을 배우에게 붙여본다. 만약 자막과 배우의 연기가 어울리지 않으면 교체한다”고 말했다. 대사와 가사 모두 배우의 예술이란 생각에서다. 실제 공연에선 자막을 띄우고 없애는 오퍼레이터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작가는 “개막 후 2~3회차는 공연을 보며 오퍼레이터와 합을 맞춘다”고 했다.
△자막도 작품의 일부…불편함을 재미로 바꿔야
2006년부터 조연출·통역 등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해온 김 작가는 2013년 뮤지컬 ‘애비뉴Q’로 자막작업을 시작했다. 자막에 폰트·이미지 등의 변화를 준 것도 이때부터다. ‘B급 코드’의 ‘애비뉴Q’를 작업하며 생긴 노하우다. 김 작가는 “당시 자막작업을 하면서 TV 예능프로그램처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자막에 재밋거리를 넣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작가는 ‘원스’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 등의 자막을 담당해왔다.
김 작가는 “사실 자막은 공연관람에서 귀찮고 불편한 요소다. 자막을 안 보고 작품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작품이해를 위해 볼 수밖에 없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자막도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작업한다”며 “튀기 위한 것이 아닌 이해를 위한 도구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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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내한공연한 작품이라면 기존 자막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오는 7월 공연을 앞둔 ‘캣츠’가 그렇다. ‘캣츠’의 홍보를 맡은 기획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시적인 대사가 많아 이를 좀더 현대적으로 다듬는 정도로 수정할 계획”이라며 “초연 때 제작한 자막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오리지널투어로 찾아오는 ‘시카고’는 자막 작업을 다시 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김 작가가 맡는다. 그는 “‘시카고’는 시크하고 세련된 작품이라 폰트 등에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오는 6월 영국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 ‘리걸리 블론드’는 영국식 언어의 묘미를 살릴 자막을 준비 중이다. 기획사 에이콤 관계자는 “영국식 유머나 영미권에서 통용하는 문화적 표현과 언어유희를 한국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극장의 자막기 위치와 사이즈 등을 고려해 뮤지컬 재미를 배가할 자막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영국 프로덕션 측과 공연장 상황에 대한 조건을 조율하고 있으며 5월 중 자막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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