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극·로맨스 동시에 뚝딱…이 남자, 야누스네
작성일2017.04.20
조회수1,827
뮤지컬 두 편 동시에 선보인 연출가 김태형
즉흥극 시도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출연배우 6명 매일 다른 이색 연기 펼쳐
대극장 스타일 벗어난 '매디슨 카운티…'
앙상블 비중 낮고 미니멀한 무대 구성
"더 많은 관객 모으기 위한 시도 고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번 다른 뇌를 사용하는 기분이었다.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가며 쓰다 보니 정신도 없더라.”
연출가 김태형(39)은 지난 2개월간 진행해온 두 편의 뮤지컬 작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5월14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6월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가 그 작품들이다. 하나는 대본 없는 즉흥극을 내세운 소극장 뮤지컬, 또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1000석 이상 규모의 대극장 뮤지컬이다.
연출가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가끔 있다. 하지만 김태형 연출에게는 특별했다. 형식·분위기·대상 관객 모두 다른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했기 때문이다. 김 연출을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즉흥 뮤지컬에 인생 담아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대본이 없다. 무대에 칠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출연 배우는 작품 속 연출가를 포함해 단 6명. 이들은 매 공연 소장르와 주인공의 이름, 성격, 심지어 간접광고(PPL) 상품까지 현장에서 만들어낸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말 그대로 ‘즉흥 뮤지컬’이다.
김 연출은 3~4년 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여러 편의 즉흥극을 본 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즉발적인 아이디어를 공연에 접목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다고 작품의 뼈대까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김 연출은 “내용은 코믹하게 갈 게 뻔했다. 대신 음악에서 완성도를 갖추고자 했다”며 “브로드웨이 상업 뮤지컬의 음악 구성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연습 과정에서 준비한 노래는 20곡 이상. 이 중에서 매 공연마다 작품 성격에 맞춘 10~12곡을 선보인다.
매회 공통된 테마는 있다. 관객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이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김 연출은 “흔히 ‘라이브’를 공연의 기본 속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공연을 올릴 때마다 우리 인생도 무대 위의 공연 처럼 생생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를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극장에 선보이는 서정적 감성
“기존 대극장 뮤지컬과는 스타일이 다른 작품이다.” 김 연출이 소개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다. “디테일하고 섬세한 작품”이란 뜻에서다. 김 연출이 대극장 뮤지컬을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운명처럼 만났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다. 그만큼 주인공의 감정 표현이 중요했다. 로맨스이면서 불륜이다. 그래서 남녀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 연출은 “유부녀와의 사랑을 미화해서 관객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사랑을 마냥 응원하지도 질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이 관객에게 더 아련하게 다가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김 연출은 “소설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굉장히 관능적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소설처럼 애정 신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품은 대본과 음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새로 창작하는 ‘논 레플리카’(non-replica·복제 안 함) 형식의 라이선스뮤지컬이다.
김 연출은 “창작의 여지가 많아서 끌렸다”고 했다. 김 연출은 동명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무대 구성을 다르게 꾸몄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무대 세트로 두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앙상블 배우도 8명 정도다. 대극장 뮤지컬에 비하면 단촐하다. 김 연출은 “오리지널 뮤지컬에서도 앙상블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는 연출가의 본분
김 연출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한 연극 연출가다.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연극에서 색다른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베헤모스’에서는 인물의 갈등을 천막 스크린과 삼각형의 무대 세트로 표현했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에서 관객을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시켰다. 그는 “‘서사’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서사에서 새로움을 찾는 데 한계를 느꼈다. 결국 연출가는 서사를 어떻게 보다 신선하고 훨씬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출의 최근 고민은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을까다. 연출가로서 관객층의 확대가 중요한 과제다. 김 연출은 “도시 인구의 1%가 연극·뮤지컬을 관람하면 공연계에 선순환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 있다”며 “마니아 관객을 넘어 일반 관객까지, 적어도 수도권 인구의 1%가 함께 즐길 공연을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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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번 다른 뇌를 사용하는 기분이었다.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가며 쓰다 보니 정신도 없더라.”
연출가 김태형(39)은 지난 2개월간 진행해온 두 편의 뮤지컬 작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5월14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6월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가 그 작품들이다. 하나는 대본 없는 즉흥극을 내세운 소극장 뮤지컬, 또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1000석 이상 규모의 대극장 뮤지컬이다.
연출가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가끔 있다. 하지만 김태형 연출에게는 특별했다. 형식·분위기·대상 관객 모두 다른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했기 때문이다. 김 연출을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즉흥 뮤지컬에 인생 담아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대본이 없다. 무대에 칠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출연 배우는 작품 속 연출가를 포함해 단 6명. 이들은 매 공연 소장르와 주인공의 이름, 성격, 심지어 간접광고(PPL) 상품까지 현장에서 만들어낸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말 그대로 ‘즉흥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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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공통된 테마는 있다. 관객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이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김 연출은 “흔히 ‘라이브’를 공연의 기본 속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공연을 올릴 때마다 우리 인생도 무대 위의 공연 처럼 생생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를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극장에 선보이는 서정적 감성
“기존 대극장 뮤지컬과는 스타일이 다른 작품이다.” 김 연출이 소개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다. “디테일하고 섬세한 작품”이란 뜻에서다. 김 연출이 대극장 뮤지컬을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운명처럼 만났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다. 그만큼 주인공의 감정 표현이 중요했다. 로맨스이면서 불륜이다. 그래서 남녀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 연출은 “유부녀와의 사랑을 미화해서 관객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사랑을 마냥 응원하지도 질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이 관객에게 더 아련하게 다가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김 연출은 “소설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굉장히 관능적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소설처럼 애정 신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품은 대본과 음악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새로 창작하는 ‘논 레플리카’(non-replica·복제 안 함) 형식의 라이선스뮤지컬이다.
김 연출은 “창작의 여지가 많아서 끌렸다”고 했다. 김 연출은 동명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무대 구성을 다르게 꾸몄다.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무대 세트로 두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앙상블 배우도 8명 정도다. 대극장 뮤지컬에 비하면 단촐하다. 김 연출은 “오리지널 뮤지컬에서도 앙상블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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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는 연출가의 본분
김 연출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한 연극 연출가다.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연극에서 색다른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벙커 트릴로지’에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었다. ‘베헤모스’에서는 인물의 갈등을 천막 스크린과 삼각형의 무대 세트로 표현했다.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에서 관객을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시켰다. 그는 “‘서사’는 이미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서사에서 새로움을 찾는 데 한계를 느꼈다. 결국 연출가는 서사를 어떻게 보다 신선하고 훨씬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출의 최근 고민은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을 어떻게 아우를 수 있을까다. 연출가로서 관객층의 확대가 중요한 과제다. 김 연출은 “도시 인구의 1%가 연극·뮤지컬을 관람하면 공연계에 선순환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 있다”며 “마니아 관객을 넘어 일반 관객까지, 적어도 수도권 인구의 1%가 함께 즐길 공연을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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