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내공 교향악축제…악단 재량권·깜깜이 매출 아쉽네
작성일2017.04.25
조회수1,810
30돌 앞둔 교향악축제 성과와 과제
53개 악단, 489회 음악회 선봬
지자체 교향악단 창단 붐 주도
국내 악단 연주력 가늠 바로미터
협연할 연주자 악단이 선택 못해
매출액 투명한 공개 정산도 필요
"관행 없애고 재점검 검토할 때"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최대 음악축제인 ‘2017 교향악축제’가 4월 1일부터 20일 동안 음악여정을 끝내고 23일 막을 내렸다. 1989년 예술의전당 개관 1년 이래 지난 29년간 총 53개 교향악단이 489회의 음악회를 선보이며 대표 기획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교향악단 창단 붐 주도, 협연자 발굴, 레퍼토리 확장 등 클래식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매해 객석 점유율도 상승하며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넘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의 권한 비중이 높은 점, 클래식 저변 확대를 이유로 턱 없이 적은 출연료 등의 관행은 시기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교향악단의 공연기획자는 “교향악축제는 전국 각지 악단 연주력의 현 위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며 “내년이면 30돌을 맞는 만큼 초창기에 굳어진 관행들은 없애고 다시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오케스트라 전국체전…매해 객석점유율↑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교향악축제를 찾은 관람객 수는 역대 ‘최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 현재 올해 축제 총 집계 내용은 산출되지 않았지만 작년 평균 객석점유율인 79%대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당 측은 내다봤다.
최근 5년간 축제 기간 동안 자체 평균 객석점유율도 상승 추세다. 2006년(집계 시작 시기) 59%를 시작으로 2012년 67%, 2013년 74%, 2014년 75%, 2015·2016년 79%로 매해 오르고 있다. 그만큼 관객 관심이 높아지는 방증이라는 게 예술의전당 측의 설명이다.
교향악축제는 전국 각지의 국공립·민간 악단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오케스트라의 전국체전이라 할만하다. 일단 참가 수치상으로 압도적이다. 1회부터 현재까지 489개 오케스트라(중복 포함)가 참여했다. 가장 많은 참여 횟수를 기록한 오케스트라는 현재 김대진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가해 총 29회를 기록했다. 코리안심포니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각각 28회로 그 뒤를 잇는다. 이어 KBS교향악단이 26회, 부산시립교향악단이 25회,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대전시립교향악단이 각각 24회째 무대에 올랐다.
청중의 입장에서도 ‘낯선 오케스트라’와 처음 대면하는 호기심을 품게 했다. 3만~12만원 대에 달하는 인기 오케스트라 연주를 비교적 저렴한 1만~4만원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교향악축제의 매력이다.
박은성 지휘자는 교향악축제가 이뤄낸 가장 큰 성과로 국내 악단들의 질적 개선을 꼽는다. 박 지휘자는 “최근 지방 오케스트라가 괄목할만한 기량을 보여줘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또한 우리 작곡가들의 음악을 국내 연주자가 이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내년 30돌 과제는…재점검 필요성 대두
해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았다. 턱없이 적은 출연료 등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온 문제들이다. 클래식계에 따르면 참가 악단별 출연료는 1000만원 수준.
클래식의 한 관계자는 “29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출연료는 큰 변화가 없었다. 동결 수준”이라며 “지방 악단의 경우라면 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100여명의 단원들이 서울을 오고 가려면 숙박료만 700만~800만원이 든다. 인원당 출장비도 안된다”며 “여기에 객원 단원까지 초청할 경우 악단 자체의 손해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교향악축제의 총 매출은 티켓 판매 대금과 후원금이다. 1990년대 만성적 적자로 폐지론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2000년 한화그룹이 공식 후원자로 나서는 등 현재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교향악축제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투명한 매출액 공개와 이에 따른 정산도 필요한 시점이고, 앞으로 검토하고 넘어갈 시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각 악단은 자신의 특색에 맞는 연주를 할 수 있는 재량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협연 연주자를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에서 악단별로 조합하고, 축제의 꽃인 개·폐막 연주도 몇몇 악단에 치우친 점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연 관계자는 “협연할 연주자를 고르거나 일정 등은 협의한다고 하지만 악단이 선택할 여지는 아예 없다”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자문위원들의 결정 사항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악단의 공연기획자는 이와 함께 교향악단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일반 청중들이 많이 알고 선호하는 곡을 우선순위로 고르다보니 악단 간 프로그램이 겹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실험적 작품을 키워내는 마켓의 기능도 가져가도록 악단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예술의전당 측은 “올해부터 참가 교향악단의 범위를 넘어 홍콩필을 초청하는 등 범아시아적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주요 악단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매해 참가하는 교향악단 선정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며 “외부인력 8~10명의 자문위원을 구성해 심의를 거친다. 지역 여러 악단이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분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음악평론가는 “지난 29년간 매해 초청 악단과 프로그램, 협연자를 달리하면서 한국 교향악의 부흥을 선두에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악단은 연주력 향상을 이뤘고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했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다양한 연주단체의 음악을 비교하며 맛보는 즐거움과 음악적 뒷담화를 넘어 담론의 재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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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최대 음악축제인 ‘2017 교향악축제’가 4월 1일부터 20일 동안 음악여정을 끝내고 23일 막을 내렸다. 1989년 예술의전당 개관 1년 이래 지난 29년간 총 53개 교향악단이 489회의 음악회를 선보이며 대표 기획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교향악단 창단 붐 주도, 협연자 발굴, 레퍼토리 확장 등 클래식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다. 매해 객석 점유율도 상승하며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넘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의 권한 비중이 높은 점, 클래식 저변 확대를 이유로 턱 없이 적은 출연료 등의 관행은 시기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교향악단의 공연기획자는 “교향악축제는 전국 각지 악단 연주력의 현 위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며 “내년이면 30돌을 맞는 만큼 초창기에 굳어진 관행들은 없애고 다시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예술의전당에 따르면 교향악축제를 찾은 관람객 수는 역대 ‘최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 현재 올해 축제 총 집계 내용은 산출되지 않았지만 작년 평균 객석점유율인 79%대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당 측은 내다봤다.
최근 5년간 축제 기간 동안 자체 평균 객석점유율도 상승 추세다. 2006년(집계 시작 시기) 59%를 시작으로 2012년 67%, 2013년 74%, 2014년 75%, 2015·2016년 79%로 매해 오르고 있다. 그만큼 관객 관심이 높아지는 방증이라는 게 예술의전당 측의 설명이다.
교향악축제는 전국 각지의 국공립·민간 악단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오케스트라의 전국체전이라 할만하다. 일단 참가 수치상으로 압도적이다. 1회부터 현재까지 489개 오케스트라(중복 포함)가 참여했다. 가장 많은 참여 횟수를 기록한 오케스트라는 현재 김대진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이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참가해 총 29회를 기록했다. 코리안심포니와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각각 28회로 그 뒤를 잇는다. 이어 KBS교향악단이 26회, 부산시립교향악단이 25회,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대전시립교향악단이 각각 24회째 무대에 올랐다.
청중의 입장에서도 ‘낯선 오케스트라’와 처음 대면하는 호기심을 품게 했다. 3만~12만원 대에 달하는 인기 오케스트라 연주를 비교적 저렴한 1만~4만원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교향악축제의 매력이다.
박은성 지휘자는 교향악축제가 이뤄낸 가장 큰 성과로 국내 악단들의 질적 개선을 꼽는다. 박 지휘자는 “최근 지방 오케스트라가 괄목할만한 기량을 보여줘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또한 우리 작곡가들의 음악을 국내 연주자가 이해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내년 30돌 과제는…재점검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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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한 관계자는 “29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출연료는 큰 변화가 없었다. 동결 수준”이라며 “지방 악단의 경우라면 더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100여명의 단원들이 서울을 오고 가려면 숙박료만 700만~800만원이 든다. 인원당 출장비도 안된다”며 “여기에 객원 단원까지 초청할 경우 악단 자체의 손해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교향악축제의 총 매출은 티켓 판매 대금과 후원금이다. 1990년대 만성적 적자로 폐지론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2000년 한화그룹이 공식 후원자로 나서는 등 현재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교향악축제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투명한 매출액 공개와 이에 따른 정산도 필요한 시점이고, 앞으로 검토하고 넘어갈 시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각 악단은 자신의 특색에 맞는 연주를 할 수 있는 재량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협연 연주자를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에서 악단별로 조합하고, 축제의 꽃인 개·폐막 연주도 몇몇 악단에 치우친 점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연 관계자는 “협연할 연주자를 고르거나 일정 등은 협의한다고 하지만 악단이 선택할 여지는 아예 없다”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자문위원들의 결정 사항을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악단의 공연기획자는 이와 함께 교향악단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일반 청중들이 많이 알고 선호하는 곡을 우선순위로 고르다보니 악단 간 프로그램이 겹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실험적 작품을 키워내는 마켓의 기능도 가져가도록 악단들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예술의전당 측은 “올해부터 참가 교향악단의 범위를 넘어 홍콩필을 초청하는 등 범아시아적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주요 악단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매해 참가하는 교향악단 선정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며 “외부인력 8~10명의 자문위원을 구성해 심의를 거친다. 지역 여러 악단이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분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음악평론가는 “지난 29년간 매해 초청 악단과 프로그램, 협연자를 달리하면서 한국 교향악의 부흥을 선두에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악단은 연주력 향상을 이뤘고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했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다양한 연주단체의 음악을 비교하며 맛보는 즐거움과 음악적 뒷담화를 넘어 담론의 재미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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