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음악으로 전한 성군 세종의 품격

- 심사위원 리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세종음악기행-하늘·땅·사람' '환상'과 '탄성' 떠올리게 한 공연 정악 기반의 창작 활성화 의미 더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세종음악기행’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유은선 국악작곡가] ‘환상’(幻想)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상상 속 이미지’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이 단어를 실생활에서 체감한다. 그 중 하나가 멋진 공연을 보았을 때다. 현란함보다는 우아함을 갖춘, 현실이 아닌 이상의 세계인 듯한 환상적인 무대를 만나면 ‘탄성’이 절로 난다.

오랜만에 정악을 들으며 ‘환상’과 ‘탄성’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 공연이 있었다. 지난달 15일 열린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김철호) 특별연주회 ‘세종음악기행-하늘·땅·사람’(연출 김석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공연은 시작부터 환상적인 분위기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대에는 별다른 치장도 현란한 조명도 없었다. 그러나 연주자들이 홍주의(정악을 연주할 때 입는 정복)를 차려입고 앉아있는 모습과 무대 위의 편종, 편경 등의 악기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1부 공연은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호용 악기인 각(角)을 불어 관원과 군사를 소집하는 군례(軍禮)로 시작했다. 왕의 공식 행차음악인 대취타, 연례악인 낙양춘과 해령, 여민락으로 이어졌다. 몽금척(夢金尺), 종묘제례악으로 이어진 정재(呈才)와 어우러진 무대는 품격 있는 정중한 의례의 장면이었다. 2부에서는 향악정재 ‘무고‘, 발상, 당악정재 ‘포구락’, 보허자, 여민락 등이 이어졌다. 본 곡(曲)을 중심으로 작·편곡된 음악들이었다. 세종 시대로부터 이어져 600여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 이 공연은 우리 앞에 살아 있는 연희로서 생명력을 부여하는 듯하였다. 무대 위 어느 자리엔가 세종대왕이 자리한 것처럼 사관의 붓글씨로 소개되는 곡목, 연주자와 무용수의 등·퇴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무대는 분명 세종시대의 어느 궁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서 주로 창작음악 활동을 해 온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새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각오로 근본을 다지듯 공연을 기획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둔다. 모처럼의 정악감상도 감동적이었다. 대취타와 집박은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우정 어린 협조를 받았지만 정악곡을 연주하는 데에 있어서 찬사를 보낼 만큼 뛰어난 연주력을 보여줬다. 특히 ‘해령’을 연주할 때는 세종시대의 음악이 아닌 이 시대를 위해 만들어진 음악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마치 시나위를 하듯 연주자 개개인이 자신들의 기량을 아낌없이 펼치는 느낌이었다. 2부에서 소개된 작·편곡된 곡들은 다소 거친 듯 했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 정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이런 작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하늘·땅·사람(天地人)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다.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을 우러러 만백성과 함께 하고자 했던 성군(聖君) 세종대왕의 품격을 담은 음악을 세종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의 탄신일에 들려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특별연주회 ‘세종음악기행’에 분명 세종이 함께 했으리라 상상해 본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세종음악기행’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세종음악기행’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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