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서울연극제' 성과와 과제는
작성일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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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협회와의 독립 필요
56편 신청 연극인 참여 저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 연극의 현재를 읽어내는 바로미터라 불리는 ‘서울연극제’가 지난해보다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해 논란이 되어왔던 예산 부족과 흥행 면에서는 부진을 면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예술감독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한 뒤 공식참가작 10편에 집중한 만큼 작품의 질적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섰다는 평도 나온다.
최용훈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은 “2011년 이후 약 2억9000만원에 불과했던 예산을 올해 3억7000만원으로 증액해 연극제 참여 극단들의 제작 지원금을 1.5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유료판매율을 집계해봐야 정확한 수치를 가늠할 수 있겠지만 객석 점유율 등 흥행 측면에서 작년 연극제보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연극제는 연극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1987년 ‘서울연극제’로 명칭을 변경한 뒤 38년간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대관 탈락이라는 불이익을 당했다.
올해 연극제는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8일까지 33일 간 대학로 일대에서 치러졌다. 지난 6년간 창작 초연작만을 대상으로 했던 방침을 바꿔 창작과 번역, 초연과 재연 상관없이 작품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그간 함께 진행해왔던 다양한 프로그램(미래야솟아라, 초청작품, 부대행사)을 분리시켜 오롯이 ‘공식 선정작’만을 진행해 관객에게 우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인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시도가 단발성에 그치고 그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연극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처음 치러지는 만큼 이제 창작희곡만이 아니라 공연 자체에 대한 완성도를 고민할 때라는 의견을 모은 결과”라고 했다.
올해는 국가에 대한 고민부터 성(性)의 담론까지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초연작 5작품(창작4·번역1), 재연작 5작품(창작3·번역2)으로 총 10작품을 구성해 관객들에게 관람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 가운데 극단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연극 ‘페스카마-고기잡이 배’가 대상(서울시장상)을 비롯해 연출상과 희곡상, 연기상까지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 ‘페스카마-고기잡이 배’는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1996년 선상반란 실화를 바탕으로 해 공연전부터 화제를 이끌었다.
최용훈 감독은 “공식참가작 10편의 작품을 보면 연출적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섹슈얼리티를 소재로 한 미국 텍스트의 소개는 물론, 대중성을 겨냥한 스타연출가 참여 등도 기존과는 다른 점"이라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연출가가 공식참가작 10편 중 절반을 연출한 첫 축제라는 의미에서도 남다르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영상 등을 활용한 SNS 이색 홍보전은 눈길을 끌었다. '개막 거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시민과 희곡읽기’,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24편의 프린지공연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 등 시민과 함께하는 연극축제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연극제의 독립성 확보와 연극제의 정체성 논란은 여전하다. 김소연 평론가는 "예술감독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축제조직은 여전히 서울연극협회 집행부와 그대로 겹친다"며 "예술감독의 권한은 공모작 선정 심사를 관리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연극제가 창작극 발굴이냐, 관객을 위한 페스티벌이냐, 경연제 강화냐 하는 운영방식의 논의 및 정체성 논쟁도 계속돼 오고 있다"면서 "연극제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립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협회 사무국과 분리된 별도의 연극제 사무국을 꾸려야 하고, 거기서부터 서울연극제의 새로운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참여 극단과 서울연극협회 회원들만의 잔치라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김미도 평론가는 "협회 소속 회원만을 참여할 수 있도록 소속의 축제라는 프레임을 정해놓은 점은 문제"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누구를 위한 경연인지, 관객이 믿고 볼 수 있는 장인지 곱씹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턱 없이 부족한 예산도 문제다. 최 감독은 "나름의 수준을 담보하는 극단들을 올해 초청해보려고 했지만 연극 한 편을 만들기 위한 고정비용의 지원도 안돼 참가 신청작이 56편에 머물렀다. 참여극단의 경우 자체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인책이 거의 없었다"면서 "올해 어느정도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내년도 많은 연극인과 관객 참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송형종 회장도 "독립성 확보 역시 예산 문제다. 2개의 조직을 꾸밀만한 살림살이가 못된다. 다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관객과 연극인들에게 지지 받을 수 있는 연극제를 위해 다양한 룰과 형식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용훈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은 “2011년 이후 약 2억9000만원에 불과했던 예산을 올해 3억7000만원으로 증액해 연극제 참여 극단들의 제작 지원금을 1.5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유료판매율을 집계해봐야 정확한 수치를 가늠할 수 있겠지만 객석 점유율 등 흥행 측면에서 작년 연극제보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연극제는 연극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이후 1987년 ‘서울연극제’로 명칭을 변경한 뒤 38년간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대관 탈락이라는 불이익을 당했다.
올해 연극제는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8일까지 33일 간 대학로 일대에서 치러졌다. 지난 6년간 창작 초연작만을 대상으로 했던 방침을 바꿔 창작과 번역, 초연과 재연 상관없이 작품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에 따라 그간 함께 진행해왔던 다양한 프로그램(미래야솟아라, 초청작품, 부대행사)을 분리시켜 오롯이 ‘공식 선정작’만을 진행해 관객에게 우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서울연극제 집행위원장인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시도가 단발성에 그치고 그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연극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블랙리스트 파문 이후 처음 치러지는 만큼 이제 창작희곡만이 아니라 공연 자체에 대한 완성도를 고민할 때라는 의견을 모은 결과”라고 했다.
올해는 국가에 대한 고민부터 성(性)의 담론까지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초연작 5작품(창작4·번역1), 재연작 5작품(창작3·번역2)으로 총 10작품을 구성해 관객들에게 관람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 가운데 극단 드림시어터 컴퍼니의 연극 ‘페스카마-고기잡이 배’가 대상(서울시장상)을 비롯해 연출상과 희곡상, 연기상까지 휩쓸며 4관왕을 차지했다. ‘페스카마-고기잡이 배’는문재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았던 1996년 선상반란 실화를 바탕으로 해 공연전부터 화제를 이끌었다.
최용훈 감독은 “공식참가작 10편의 작품을 보면 연출적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섹슈얼리티를 소재로 한 미국 텍스트의 소개는 물론, 대중성을 겨냥한 스타연출가 참여 등도 기존과는 다른 점"이라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여성 연출가가 공식참가작 10편 중 절반을 연출한 첫 축제라는 의미에서도 남다르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영상 등을 활용한 SNS 이색 홍보전은 눈길을 끌었다. '개막 거리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시민과 희곡읽기’,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24편의 프린지공연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 등 시민과 함께하는 연극축제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연극제의 독립성 확보와 연극제의 정체성 논란은 여전하다. 김소연 평론가는 "예술감독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축제조직은 여전히 서울연극협회 집행부와 그대로 겹친다"며 "예술감독의 권한은 공모작 선정 심사를 관리하는 것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연극제가 창작극 발굴이냐, 관객을 위한 페스티벌이냐, 경연제 강화냐 하는 운영방식의 논의 및 정체성 논쟁도 계속돼 오고 있다"면서 "연극제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정립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협회 사무국과 분리된 별도의 연극제 사무국을 꾸려야 하고, 거기서부터 서울연극제의 새로운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참여 극단과 서울연극협회 회원들만의 잔치라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김미도 평론가는 "협회 소속 회원만을 참여할 수 있도록 소속의 축제라는 프레임을 정해놓은 점은 문제"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누구를 위한 경연인지, 관객이 믿고 볼 수 있는 장인지 곱씹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턱 없이 부족한 예산도 문제다. 최 감독은 "나름의 수준을 담보하는 극단들을 올해 초청해보려고 했지만 연극 한 편을 만들기 위한 고정비용의 지원도 안돼 참가 신청작이 56편에 머물렀다. 참여극단의 경우 자체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인책이 거의 없었다"면서 "올해 어느정도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내년도 많은 연극인과 관객 참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송형종 회장도 "독립성 확보 역시 예산 문제다. 2개의 조직을 꾸밀만한 살림살이가 못된다. 다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관객과 연극인들에게 지지 받을 수 있는 연극제를 위해 다양한 룰과 형식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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