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디 콰트로 vs 듀에토…크로스오버 시장 붐이나

아이돌 일색 음반시장…‘크로스오버’ 들썩인다 팬텀싱어 1·2위 팀 나란히 데뷔 앨범 저음·고음 넘나드는 男 4중창 ‘포디콰’ 영화 OST 콜드플레이 곡 등 재해석 한양대 성악과 동기 男 듀엣 ‘듀에토’ 5곡 중 4곡 한국어…호소력 짙어 "3040세대 편안히 들을만한 음악 나와"
JTBC 음악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배출한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포르테 디 콰트로’(이하 포디콰)와 남성 듀오 ‘듀에토’가 나란히 첫 데뷔 음반을 내고 선의의 경쟁 중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핫트랙스 음반 매장에서 한 중년 남성이 듀에토와 포디콰의 앨범을 들여다보고 있다. 두 음반은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 음반과 나란히 클래식 매대에 진열됐다(사진=김미경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남성 4중창의 감미로운 음색’과 ‘남성 듀엣의 폭발적인 가창력’의 대결이다.

지난 1월 27일 막을 내린 JTBC 음악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여진이 여전하다. 이 프로그램이 낳은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이하 포디콰)와 ‘듀에토’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데뷔 음반을 들고 나왔다. 장르는 역시 두 팀의 장기인 크로스오버(crossover·어떤 장르에 이질적인 다른 장르의 요소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음악). 이들은 신보 발매와 동시에 국내 클래식 음반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며 또 한 번의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잔잔했던 크로스오버 음악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킨 두 팀의 닮은 듯 다른 음악적 행보를 들여다봤다.

△첫 데뷔음반 들어보니…닮은 듯 다르네

음악계에서 두 그룹의 데뷔 음반에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고 평한다. 클래식 및 대중음악계 최고의 음악가들과 작업했을 뿐 아니라 이미 ‘팬텀싱어’를 통해 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포르테 디 콰트로 첫 데뷔앨범 커버(사진=유니버셜뮤직).
지난달 19일 첫 정규 음반을 발매한 포디콰는 멤버들의 서로 다른 색깔과 취향을 십분 반영했다. 성악 전공 출신 뮤지컬 배우 고훈정(34)을 비롯해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인 테너 김현수(30)와 베이스 손태진(29), 신학교를 졸업한 연극인 이벼리(28)까지 네 사람의 조합은 가장 이상적인 4중창의 매력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방송을 보고난 뒤 팬이 됐다는 42세 주부 임모씨는 “아이돌과 트로트로 양분됐던 국내 음악 시장에 다소 외면 받았던 3040세 이상 세대가 편안하게 들을만한 음악이 등장한 셈”이라며 “네 명 모두 각기 다른 캐릭터와 목소리를 갖추고 있다. 단 한 명도 빠져선 안되는 조합”이라고 극찬했다.

포디콰는 우승팀 특전으로 크로스오버 명품 레이블 데카(DECCA)와 계약을 맺었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가 매니지먼트를 맡아 해외 활동까지 염두에 놓고 있다. 데뷔 음반은 JYP 출신으로 ‘나는 가수다’, ‘케이팝스타’ ‘슈스케’ 등 유수의 프로그램 음악감독을 거친 권태은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수록곡은 무려 14곡. 해외 유명 크로스오버 작곡가가 만든 정통 곡부터 스타 작사가 김이나가 우리말 가사를 붙인 곡,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 조규찬의 ‘마지막 돈키호테’ 등을 크로스오버로 다양하게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팬텀싱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인기현상’ 팀의 백인태와 유슬기는 듀엣 ‘듀에토’를 결성했다.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대신 지난 3월 연예기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씨스타·우주소녀·케이윌 등 소속)와 계약을 맺었다. 두 사람은 한양대 성악과 06학번 동기로 11년을 함께 노래한 경험을 바탕으로 총 5곡을 선보였다. ‘일 몬도’를 제외한 4곡의 한국어 노래는 싱어송라이터 ‘더네임’과 ‘썸’의 작사가 민연재, 엠씨더맥스·포맨·바이브 등 선굵은 노래를 프로듀싱한 최성일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곡이다.

듀에토의 첫 음반(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성악과 대중음악의 접점을 잘 찾아내 귀에 감기는 선율과 쉬운 노랫말이 특징이다. 11년 지기 우정이 담긴 팀의 스토리텔링과 남성적인 보이스(목소리)는 중년 남성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48세 남성 팬 황모씨는 “포디콰에게는 없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끌려 음반도 샀다”며 “두 사람의 진한 의리는 그들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고도 했다.

홍보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포디콰가 각자 영역에서 활약하는 동시에 팀의 전국 콘서트를 병행하고 있다면 연예기획사에 몸담고 있는 듀에토의 활동 영역은 아이돌과 맞먹는다. 지난 6일에는 프로야구 두산-삼성 전에서 애국가를 제창하는가 하면 백인태는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창력을 뽐냈다. 아직 콘서트 계획은 미정이다.

클래식 한 전문가는 “두 음반 모두 음악적으로 색깔이 뚜렷하고 완성도가 높다”면서도 “다만 조수미 ‘미싱유’ 등 크로스오버 작업을 자주 해왔던 클래식 기획사의 믹싱마스터 수작업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포드콰의 4중창을 좀더 돋보이게 제작했다”고 평했다. 이어 연예기획사를 택한 듀에토의 행보에 대해선 “스타쉽은 국내 대표 대형기획사인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전문 성악가는 일반 가수와의 루트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서포트해 주느냐에 첫 성패가 달렸다.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실험을 택한 듀에토의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은 포디콰·매장 듀에토 선호

이들의 등장으로 침묵했던 크로스오버 음악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는 분위기다. 오페라 평론가는 “두 그룹은 음악회에서나 접했던 성악의 재미를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정통 성악 장르까지 호기심을 부추기는 효과를 보이는 추세”라고 했다.

포디콰와 듀에토의 두 음반은 클래식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현재 1, 2위를 다투고 있다.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 음반과 나란히 클래식 매대에 진열돼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핫트랙스 매장에는 ‘포디콰’와 ‘듀에토’의 두 앨범이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 음반과 나란히 클래식 매대에 진열됐다. 천윤석 교보 핫트랙스 과장은 “원래 크로스오버 음반은 가수 이름으로 분류돼 있었는데 두 그룹의 팬층과 소속사 의견 등을 고려해 클래식 판매대에서 소개하고 있다”며 “두 앨범의 판매량은 클래식 전체 판매량 중 24%에 달한다. 단일 앨범으로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2015년 11월 첫 음반 발매 이후 줄곧 판매 1위를 차지했던 조성진 음반의 경우 4월 이후 포디콰와 듀에토 앨범이 나오면서 톱2 순위경쟁에서 물러났다.

포디콰의 데뷔 음반은 온라인에서 강세다. 온라인 음반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두 음반의 예약 판매일을 기준으로 1주일 간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포디콰 음반(예약 판매 시작일 4월 17일)이 듀에토(5월 2일)보다 14배 많이 팔렸다. 뮤지컬배우부터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남성 4중창의 매력 덕분이다. 10대를 비롯해 중장년 여성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앨범 구입 고객의 성별을 보면 여성 비율이 80%를 넘는다.

듀에토는 오프라인 판매량에서 포디콰를 앞선다. 음반발매일 기준 교보문고 핫트랙스 온·오프라인 판매 1주일 합산 결과에 따르면 듀에토(발매일 5월 18일)의 음반 판매량이 포디콰(5월 19일)보다 2배가량 더 많았다. 듀에토는 중년 남성과 중년 여성의 팬층이 두터운 편이다. 온라인 구입을 꺼리는 중년층 소비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이날 매장에서도 듀에토 음반을 구입한 한 중년 남성은 “자극적인 요즘 가요보다 듣기에 편하고 아내도 좋아해 서둘러 샀다”며 “정통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다”고 귀띔했다. 천 과장은 “아이돌 일색이던 소형 음반 매장들도 두 음반을 찾더라. 기획사와 국내 음악 시장에서 크로스오버 음악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듀에토’ 백인태(왼쪽)와 유슬기(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인 베이스 손태진(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과 테너 김현수, 뮤지컬 배우 고훈정, 연극인에서 가수로 데뷔한 이벼리(사진=유니버셜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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