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부터 비정규직까지…소재 한계 넘어선 '발레의 매력'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8일 개막 유니버설발레단 '디스 이즈 모던'으로 시작 11개 단체 12개 작품…사회적 소재 담아 '눈길'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 유니버설발레단 '디스 이즈 모던' 중 '마이너스 7'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고전 발레부터 모던 발레까지 발레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8일 막을 연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다. 총 11개 단체가 12개 작품을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1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디스 이즈 모던’은 유니버설발레단이 해외 유명 안무가의 모던 발레 레퍼토리를 소개하기 위해 2001년부터 꾸준히 선보여온 기획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독일의 중견 안무가 레이몬도 레벡의 신작 ‘화이트 슬립’을 새로운 레퍼토리로 선보인다. 기존에 발표한 작품들 중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2편도 함께 무대에 올린다.

‘화이트 슬립’은 시각장애인을 통해 ‘잃어버린다는 것’을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망각의 현상 ‘치매’에 비유한 작품이다. 8일 리허설에서 만난 레벡은 “사람은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보다 그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전하고자 한다”며 “인간의 기억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다른 기억이 채우는 것을 한 명의 여성 무용수와 그를 둘러싼 여러 명의 남성 무용수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필립 글래스의 음악에 맞춰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레벡은 “발레는 몸의 움직임과 모습이 중요한 반면 현대무용은 그런 형식에서 자유롭다”며 “이들이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지는지를 눈여겨 본다면 보다 재미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 슬립’과 함께 선보이는 두 편의 작품은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프티 모르’,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이다. ‘프티 모르’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바탕으로 남녀 무용수의 관능적이면서도 절제된 몸짓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마이너스 7’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즉흥댄스로 매번 사랑을 받아왔다.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평범한 남자들'의 한 장면(사진=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의 특징은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와이즈발레단의 ‘더 라스트 엑시트’(13·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김용걸댄스시어터의 ‘스텝 바이 스텝’(17·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평범한 남자들’(17·1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이 대표적이다. 비정규직과 은퇴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발레로 담아 관객과 교감에 나선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무브먼츠’로 선보인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발레 갈라’(17·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와 남성적인 강인함을 강조한 전막 발레 ‘스파르타쿠스’(23~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올린다. 서울발레시어터의 ‘한여름 밤의 꿈’(1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13·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등도 만날 수 있다.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인 김세연의 안무 데뷔작 ‘죽음과 여인’(19·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워싱턴발레단 주역 무용수 출신 중견 안무가 조주현의 ‘동행’(19·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발레 체험 클래스’와 ‘발레 특강’ 등 다양한 부대 행사을 마련한다. 17일에는 예술의전당 곳곳에서 발레리나와 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발레축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축제는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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