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던 클래식홀에 트로트 떼창…손열음·박현빈 뽕필 “죽~여줘요”
작성일2017.06.13
조회수2,303
10일 롯데콘서트홀서 낯선 풍경
두 번째 ‘손열음의 음악편지’
트로트 즐긴 할머니 단상 담아
박현빈 초청 ‘샤방샤방’ 등 협연
클래식전용홀서 전곡박수 눈길
"순수·대중예술 구분 맞지 않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악장과 악장 사이도 아니고 전곡 박수라니…. 피아니스트 손열음(31)이 슈만 ‘판타지 Op. 17’ 연주를 마친 직후 적막이 흐르던 공연장에 갑자기 파랗고 노란 조명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4명의 댄서가 등장하더니, 관객 1100여 명이 ‘쿵작쿵작’ 뽕짝에 맞춰 트로트 ‘곤드레만드레’의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이 낯선 풍경이 펼쳐진 곳은 10일 한 낮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콘서트홀. 처음엔 트로트가수 박현빈(35)의 등장에 박장대소하며 어색해하던 관객들은 금세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였다. 문턱 높기로 유명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서 트로트 가락이 불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 역시 트로트가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로트 마니아’ 친할머니 단상 무대 위 풀어내
이날 공연은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네 차례 선보이는 기획공연 ‘손열음의 음악 편지’ 두 번째 무대다. 손열음이 재작년 내놓은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에서 다룬 음악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꾸리는 브랜드 공연이다. 이번 무대는 에세이에 담았던 ‘트로트 마니아’ 친할머니에 대한 단상을 바탕으로 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하게 여기던 손녀 연주회에서조차 아무 재미를 못 느끼시던’ 친할머니가 골방 방바닥에 멍하니 쭈그려 앉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에 홀려 있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놀랐다”며 “트로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책에 썼다. 정통 클래식파 손열음과 트로트의 왕자 박현빈과의 합동 무대는 처음 알려지면서부터 ‘파격적인 시도’, ‘이색적 무대’라는 기대 평이 이어졌다.
이날 무대 위에 등장한 박현빈은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며 다소 어색해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장 같은 열띤 분위기가 나오지 않자 객석을 향해 “원래 이렇게 조용한 게 맞나. 정상적인 것이냐”고 재차 묻자 손열음은 “흥이 많이 나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사실 박현빈은 성악 전공자다. 그는 “여섯 살에 바이올린을 배웠다가 악기가 비싸서 (웃음) 성악으로 갈아탔다. 성악도 힘들어서 대중음악으로 눈을 돌렸다”며 “트로트가수로 전향하자 담당교수뿐 아니라 주변에서 다 말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성악을 할 때도 트로트처럼 부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면서 “다만 평소에 다른 음악 장르보다 클래식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도 했다.
△클래식과 트로트의 만남…파격 시도·이색 무대 평가
이날의 압권은 역시 두 사람의 협연 무대였다. 박현빈이 부르는 ‘샤방샤방’과 ‘무정블루스’에 반주자로 나선 손열음은 자신만의 감성과 기교로 편곡해 연주했다. 물 흐르듯 거침 없이 타건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무정 블루스’를 끝내고는 박현빈은 “분명 내가 노래를 했는데, 열음 씨가 피아노로 노래하고 내가 반주를 한 것 같다”며 감탄했다. ‘샤방샤방’에서는 기존 트로트 곡에서 볼 수 없었던 현란한 피아노 반주가 더해져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관객 반응은 대체로 유쾌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중·장년층부터 노부모와 함께 방문한 관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평소 클래식 공연장을 자주 찾는다는 이모(46)씨는 “어설프면 자칫 촌스러운 무대가 될 수 있는데 손열음의 탁월한 연주 감각이 돋보였다”며 “클래식도 웃길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무대를 만든 것 같다”고 평했다.
자녀들과 함께 온 이모(59)씨도 “미리 프로그램북을 봐서 어느 정도의 파격은 예상했지만 의외의 조합이 주는 놀라움은 기대 이상이었다”며 “처음 클래식을 접하는 입문자들에게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 같다. 이런 무대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모(37) 씨는 “흥겨운 무대이긴 했지만 초반에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출연진부터 서로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어색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객은 “손열음 씨를 좋아하는데 박수 소리나 떼창을 부르는 통에 피아노 선율에 귀 기울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편견 갖고 봐도 돼…단 음악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것”
이번 손열음의 파격적 시도는 음악을 통한 관객 소통에 가깝다. 이데일리와의 앞선 인터뷰에서 손열음은 “베를린필만 해도 대중가수랑 공연하는 게 너무 흔한데 한국에서는 클래식을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로 대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재즈와 클래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트로트는 안 되고 재즈는 된다는 식으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수들이 고음을 내면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듯이 클래식공연에도 뭔가 자유스러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색다른 시도로 봐도 괜찮고, 편견을 갖고 봐도 좋다. 이번 공연에서는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쳐도 된다”고 했다.
세번째 무대는 9월 9일 예정됐다. 하노버에서 만난 음악친구 중 손열음의 음악세계에 깊은 영감을 준 왕 샤오한, 야콥 카스만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 공연 12월9일에서는 하노버에서 이방인 유학생으로서 함께 희로애락을 겪으며 음악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플루티스트 조성현,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진 등과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과 진지한 고민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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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악장과 악장 사이도 아니고 전곡 박수라니…. 피아니스트 손열음(31)이 슈만 ‘판타지 Op. 17’ 연주를 마친 직후 적막이 흐르던 공연장에 갑자기 파랗고 노란 조명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4명의 댄서가 등장하더니, 관객 1100여 명이 ‘쿵작쿵작’ 뽕짝에 맞춰 트로트 ‘곤드레만드레’의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이 낯선 풍경이 펼쳐진 곳은 10일 한 낮의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콘서트홀. 처음엔 트로트가수 박현빈(35)의 등장에 박장대소하며 어색해하던 관객들은 금세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였다. 문턱 높기로 유명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에서 트로트 가락이 불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 역시 트로트가 불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로트 마니아’ 친할머니 단상 무대 위 풀어내
이날 공연은 롯데콘서트홀이 올해 네 차례 선보이는 기획공연 ‘손열음의 음악 편지’ 두 번째 무대다. 손열음이 재작년 내놓은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에서 다룬 음악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꾸리는 브랜드 공연이다. 이번 무대는 에세이에 담았던 ‘트로트 마니아’ 친할머니에 대한 단상을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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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 위에 등장한 박현빈은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며 다소 어색해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장 같은 열띤 분위기가 나오지 않자 객석을 향해 “원래 이렇게 조용한 게 맞나. 정상적인 것이냐”고 재차 묻자 손열음은 “흥이 많이 나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사실 박현빈은 성악 전공자다. 그는 “여섯 살에 바이올린을 배웠다가 악기가 비싸서 (웃음) 성악으로 갈아탔다. 성악도 힘들어서 대중음악으로 눈을 돌렸다”며 “트로트가수로 전향하자 담당교수뿐 아니라 주변에서 다 말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성악을 할 때도 트로트처럼 부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면서 “다만 평소에 다른 음악 장르보다 클래식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도 했다.
△클래식과 트로트의 만남…파격 시도·이색 무대 평가
이날의 압권은 역시 두 사람의 협연 무대였다. 박현빈이 부르는 ‘샤방샤방’과 ‘무정블루스’에 반주자로 나선 손열음은 자신만의 감성과 기교로 편곡해 연주했다. 물 흐르듯 거침 없이 타건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무정 블루스’를 끝내고는 박현빈은 “분명 내가 노래를 했는데, 열음 씨가 피아노로 노래하고 내가 반주를 한 것 같다”며 감탄했다. ‘샤방샤방’에서는 기존 트로트 곡에서 볼 수 없었던 현란한 피아노 반주가 더해져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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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과 함께 온 이모(59)씨도 “미리 프로그램북을 봐서 어느 정도의 파격은 예상했지만 의외의 조합이 주는 놀라움은 기대 이상이었다”며 “처음 클래식을 접하는 입문자들에게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 같다. 이런 무대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모(37) 씨는 “흥겨운 무대이긴 했지만 초반에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출연진부터 서로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어색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객은 “손열음 씨를 좋아하는데 박수 소리나 떼창을 부르는 통에 피아노 선율에 귀 기울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편견 갖고 봐도 돼…단 음악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것”
이번 손열음의 파격적 시도는 음악을 통한 관객 소통에 가깝다. 이데일리와의 앞선 인터뷰에서 손열음은 “베를린필만 해도 대중가수랑 공연하는 게 너무 흔한데 한국에서는 클래식을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로 대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재즈와 클래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트로트는 안 되고 재즈는 된다는 식으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수들이 고음을 내면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듯이 클래식공연에도 뭔가 자유스러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색다른 시도로 봐도 괜찮고, 편견을 갖고 봐도 좋다. 이번 공연에서는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쳐도 된다”고 했다.
세번째 무대는 9월 9일 예정됐다. 하노버에서 만난 음악친구 중 손열음의 음악세계에 깊은 영감을 준 왕 샤오한, 야콥 카스만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 공연 12월9일에서는 하노버에서 이방인 유학생으로서 함께 희로애락을 겪으며 음악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플루티스트 조성현,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진 등과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과 진지한 고민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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