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성재준·주호민 "권선징악·정의는 여전히 중요한 이야기"

2년 만에 재공연 앞둔 서울예술단 가무극 극본·음악 전면 수정해 새로운 버전으로 연출·원작자 의견 조율로 완성도 높여
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의 원작자 주호민 작가(왼쪽)와 연출가 성재준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번 대선에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정의’를 꼽았다고 들었다. 대선 결과도 그런 마음이 반영된 거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신과 함께’가 다루는 권선징악과 정의는 고루한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

서울예술단이 2015년 초연한 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6월 30일부터 7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 뮤지컬 ‘카페인’ 등을 만든 연출가 성재준(43)이 새로 합류했다. 원작 웹툰을 그린 작가 주호민(36)과 함께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극본을 각색하고 가사를 새로 썼다. 음악도 전면적으로 수정해 초연과 전혀 다른 버전의 공연을 준비 중이다.

△‘구원과 심판’ 강조한 새로운 버전

성 연출과 주 작가를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달라지는 점으로 ‘구원과 심판’의 강조를 꼽았다. 성 연출은 “구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장보살과 심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염라대왕을 보다 대비시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주 작가는 “처음 작품을 쓸 때부터 지장보살과 염라대왕의 관계를 흥미롭게 느꼈다”며 “작품에 대한 성 연출의 해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의 원작자 주호민 작가(오른쪽)와 연출가 성재준(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초연 때 등장하지 않았던 변성대왕의 독사지옥 장면도 새로 추가된다. 주 작가가 원작을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이지만 초연 때는 아쉽게 빠졌다. 주 작가는 “독사지옥은 다른 지옥과 달리 자신의 선행으로 주변 사람의 죄가 덜어진다는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성 연출이 직접 각색과 가사 작업에 참여하면서 음악도 전부 바뀌게 됐다. 드라마 ‘시그널’ ‘미생’의 작곡가 박성일이 작곡했다. 체코 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음악 작업에 참여한다. 성 연출은 “현재 20곡 이상의 넘버가 완성됐다”며 “재공연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시선이 반영된 새로운 공연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신과 함께-저승편’은 평범하게 살았던 남자 김자홍이 저승에 도착해 7개의 지옥 관문을 통과하며 겪는 재판을 그린다. 초연 당시 ‘윤회’를 상징하는 원형 무대와 LED 스크린 등을 이용해 원작을 효과적으로 무대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 연출은 “초연 때 만든 무대의 틀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영상을 새롭게 쓰는 방법으로 초연과 차별화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관찰에서 공감으로…주호민의 힘

‘신과 함께’는 주 작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재한 웹툰이다.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으로 한국적인 신화를 직장 생활, 군 의문사, 재개발 등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저승편’의 인기가 높았다. 주 작가는 “아무래도 지옥 이야기이다 보니 많은 이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저승편’ 마지막회 댓글이 ‘착하게 살자’로 대동단결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웃었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의 2015년 초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공감은 주 작가의 작품을 설명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부분이다. 군대 이야기를 그린 ‘짬’,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를 다룬 ‘무한동력’ 등 주 작가의 또 다른 웹툰도 많은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공감의 힘은 ‘관찰’이다. 주 작가는 “평소 휴먼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달라졌어요’ 시리즈나 ‘나는 자연인이이다’ 같은 것을 즐겨 본다”며 “사람들이 어떤 경험으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구축되면서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엔 판타지 장르를 주로 그리고 있다. 현재 연재 중인 ‘빙탕후루’는 중국 송나라를 무대로 한 요괴 이야기다. 주 작가는 “‘신과 함께’를 그리면서 ‘뻥’을 마음껏 칠 수 있는 판타지의 매력에 빠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를 외면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는 “현재 기획 중인 작품엔 SF장르도 있다”며 “어떤 장르가 됐든 현실적인 이야기를 녹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작가는 지난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아버지인 서양화가 주재환과 함께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 작가는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께서 ‘우리 집안은 콩가루구나’라고 말하시더라”라며 “그냥 같이 웃었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 대해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재준 연출 “원작에 나만의 시선 담아”

성 연출은 뮤지컬 팬으로 시작해 뮤지컬 연출가가 된 케이스다. 대학에서는 무역학을 전공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해서 콘서트 연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는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생기면서 우연찮은 기회에 뮤지컬 작사 작업을 하게 됐다”며 “그 뒤로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하면서 연출가가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카페인‘의 중국과 일본 공연으로 해외에서 바쁘게 활동했다. 성 연출은 “해외에 진출하는 공연은 아무래도 직접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2015년과 2016년은 해외 작업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경험도 있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다. 성 연출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면 나 혼자 잘하면 되지만 원작이 있으면 원작과 너무 똑같아도 안 되고 너무 달라져도 안 된다”며 “중간의 선을 지키면서도 나만의 시선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예술단 가무극 ‘신과 함께-저승편’의 원작자 주호민 작가(왼쪽)와 연출가 성재준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신과 함께’는 올 하반기 영화로도 개봉한다. 주 작가는 “파주 헤이리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가 영화 촬영 현장을 본 적이 있다”며 “초록색 화면 위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영상으로 나올지 궁금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내가 그린 만화가 뮤지컬, 영화 등 다른 매체로 보다 멋있게 태어나는 걸 보면 놀랍기도 하고 좀 더 그림을 잘 그릴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첫 단추를 꿰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다음 단추를 꿰는 사람도 있다. 지난번과 같은 듯 다른 또 다른 시선을 재미있게 즐겨주면 좋겠다.”(성재준 연출) “만화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 이번 재공연에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한다. 만화를 본 분도, 보지 못한 분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주호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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