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후회 안하려 도전…5~6배 이상 노력했다”

반클라이번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10일 결선 뒤 보름여만에 귀국 '한국인 최다' 콩쿠르 우승 기록 후회없이 연주… 콩쿠르 도전 이젠 졸업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대회 연주곡을 연주하고 있다(사진=목프로덕션).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자만심도 있었고 스스로의 소홀함과 나태함 때문에 중요한 콩쿠르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어요. 5~6배 이상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더 값집니다.”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28)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내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 홀에서 17일간 열린 이 콩쿠르에서 1위인 금메달을 받았다. 55년 역사를 지닌 이 대회에서 한국인 첫 우승이다. 

우승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그는 "(우승으로) 간절히 원했던 기회들을 얻게 돼 감사하다"며 "관객이 연주회를 많이 찾아주고 있다고 들었다. 연주자로서 그보다 더 행복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콩쿠르는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는 대회다. 1962년부터 4년마다 열리며 피아니스트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선우예권은 “꽤 많은 콩쿠르를 나갔었는데 이번 대회만큼 많은 분량의 연주를 했던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독주회 2곡, 피아노 협주곡 2곡, 실내악 1곡을 포함해 시간만 따지면 총 4시간 연주한 셈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대회”라고 귀띔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대회였다”고 했다. “콩쿠를 출전 자격 제한이 서른 살인 경우가 많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다른 콩쿠르보다 5~6배 이상 준비한 것 같아요.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냈어요. 하하”.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긴장감도 컸다. 그는 “더 일찍, 더 부지런히 준비했기 때문에 자신감은 있었다”면서도 “준결선에서 결선 진출자를 호명할 때 이름을 듣고 일어나다가 살짝 휘청였다. 의자에 머리를 살짝 부딪치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서 최다(8회) 국제 콩쿠르 우승 기록을 소유하고 있다.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우승을 비롯해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2014년),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2013년) 등 각종 대회에서 줄줄이 우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커리어보다는 금전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절실함이 컸죠. 매년 2~4회씩 나갔던 것 같아요”. 앞으로 콩쿠르 출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연주자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많은 연주 기회를 준다. 콩쿠르는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후회도 없다”고 했다.

연주자로서의 꿈은 무엇일까. “제가 음악을 통해 경험한 치유와 행복, 위로와 같은 감정들을 공유하고 들려주고 싶어요. 진실한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우승 후 첫 국내 독주회는 12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돼 있다. 600석 규모의 이번 독주회 티켓이 우승 소식 뒤 당일 매진을 기록함에 따라 12월 15일 2000석 규모의 독주회를 추가 계획 중이다. 대관 절차를 밟고 있다.  음반도 나온다. 앞서 23일 반클라이번국제콩쿠르 실황을 담은 디지털 음원이 먼저 선보여졌으며 오는 8월 정식 음반이 발매된다. 유니버설뮤직 산하의 데카 골드 레이블을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선우예권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누나를 따라 학원에 갔다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른 연주자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한 셈이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미국 커티스·줄리아드·매네스 음대를 나왔다. 현재는 독일 하노버 국립 음대에서 베른트 괴츠네를 사사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및 앨범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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