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여~" 파란눈 배우 한마디에 우레같은 박수

뮤지컬 내한공연 한국어 노래·대사 '눈길' '캣츠' 2004년부터 '메모리' 한 소절 한국어로 '시카고' 배우들 애드리브로 욕설 연기까지 "공연 본연의 즐거움 선사하는 현지화 전략"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추억이여, 달빛을 바라보아요. 아름다운 추억에 마음을 열어요.”

뮤지컬 ‘캣츠’(9월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내한공연. 2막 시작과 함께 ‘캣츠’의 트레이드마크인 넘버 ‘메모리’가 흘러나온다. 새끼 고양이 제마이마 역을 맡은 배우 칼리 마일즈가 노래 한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메모리’를 듣기 위해 ‘캣츠’를 본다”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뮤지컬 내한공연은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 가지 않더라도 현지 느낌 그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아쉬운 것은 ‘언어의 장벽’이다. 공연장 특성상 관객은 무대 양옆에 설치한 스크린에 등장하는 자막과 함께 공연을 봐야 한다. 그만큼 공연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다.

뮤지컬 내한공연은 특별한 팬서비스로 관객과의 소통에 나선다. ‘캣츠’의 출연진이 ‘메모리’의 한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는 것이다. ‘캣츠’는 2004년 내한공연부터 ‘메모리’의 일부분을 한국어로 불렀다. 기획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해외 프로덕션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 한국 관객만을 위한 팬 서비스”라면서 “매번 ‘캣츠’를 처음 보는 관객이 많다 보니 반응이 항상 뜨겁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폐막한 뮤지컬 ‘시카고’ 내한공연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지난 23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폐막한 뮤지컬 ‘시카고’ 내한공연은 배우들의 예상치 못한 한국어 대사가 관객을 열광시켰다. 주인공 록시가 자신의 대표 넘버인 ‘록시 앤 더 보이즈’를 부르는 장면에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한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 벨마는 록시가 계속해서 얄미운 행동을 하자 가벼운 욕을 한국말로 한다. 이는 독특한 폰트의 자막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배우들이 연습 과정에서 우연히 애드리브로 한 것이 대사로 쓰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막을 내린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 ‘스팸어랏’은 한국적인 유머를 작품에 녹였다. 바른정당의 김무성 대표의 ‘노룩패스’를 언급하고 배우 유아인, 개그맨 김구라의 이름을 대사로 등장시켰다. 커튼콜에서는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라고 한국어로 노래해 관객 호응을 이끌어냈다.

내한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뮤지컬배우들은 한국 관객의 높은 열정에 자연스럽게 팬 서비스에 힘을 기울인다.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배우 로라 에밋은 개막 전 인터뷰에서 “한국 관객이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높다는 이야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브래드 리틀은 “한국 관객은 배우와 작품을 많이 지지해주고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캣츠’ ‘스팸어랏’의 자막을 번역한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연은 매번 무대에서 새롭게 실연되는 ‘라이브’한 장르이기에 내한공연일수록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작품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노래 한 소절, 대사 한 부분을 한국어로 선보이거나 한국식 유머를 가미하는 것은 관객에게 공연 본연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의 한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폐막한 뮤지컬 ‘시카고’ 내한공연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폐막한 뮤지컬 ‘시카고’ 내한공연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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