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다녀간 관객 820명…롯데콘서트홀 개관 1년 성적표

19일자로 '한돌' 클래식계 평가 들어보니… 클래식스타 무대로 “대중 사로잡기 성공” 조성진 리사이틀 3942명 ‘최다’ 낮공연은 주부·어린이 발길 끌어 78세 女회원 1년간 750만원 써 좌석별로 음향 편차 커 아쉬움 인터미션 늘린 것은 평가 갈려
1년 간 롯데콘서트홀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한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왼쪽)과 관객동원 10위에 이름을 올린 ‘손열음의 음악편지’ 공연의 한 장면(사진=롯데문화재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중과 고급화를 동시에 잡는 데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예술의전당을 뛰어넘는 참신한 기획은 없었다. 관심 차원에 머물지 않는 고민의 결과물이 나오길 바란다”(류태형 음악평론가).

“대관료가 660만원인 예술의전당보다 1.5배 정도 비싸다는 점은 아쉽다. 기획자·연주자의 편의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공연기획자 A씨).

“중앙무대를 에워싸는 포도밭 모양의 홀이라 관객 반응을 골고루 볼 수 있어 청중과 호흡하는 느낌이다”(서울시향 연주자 B씨).

“유명 해외 오케스트라나 스타 연주자의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어 좋다.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만큼 배려하는 서비스도 만족한다”(관객 C씨).

19일로 개관 첫돌을 맞는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기대와 평가들이다. 지난해 클래식 음악계 최대 뉴스는 롯데콘서트홀 개관이었다. 롯데그룹이 1500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8~10층에 세운 이 공연장은 예술의전당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생긴 클래식 전용홀로 큰 관심을 모았다. 최근엔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롯콘’(롯데콘서트홀의 줄임말)으로 불린다. 일종의 애칭이다. ‘예당(예술의전당) 간다’는 말처럼 그만큼 친숙해졌다는 얘기다.

콘서트홀을 운영하는 롯데문화재단의 한광규(59) 대표는 “공연을 낮과 밤으로 나눠 낮에는 대중을 위한 가벼운 클래식을, 밤엔 마니아를 위한 전문 클래식 공연을 배치하고자 했다”며 “이원화 형태의 공연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지난 1년의 목표였다면 올해는 더 많은 대중이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성도 다르지 않다. 롯데홀이 음악을 즐기고 청중과 교감할 수 있는 아시아 최고 콘서트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주문이다.

한 대표는 “새로 문을 여는 롯데뮤지엄과 연계해 회원제를 확대하고 시너지를 높이고자 한다. 재단이 창단하는 원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를 통해서는 젊은 음악인재 발굴에도 힘써 국내 클래식의 장을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개관 첫돌 기록 들여다보니

동원관객 수 약 30만명, 평균 유료 객석점유율 63%, 연간운영비 200억원…. 지난 1년간 롯데콘서트홀이 남긴 기록은 엄청나다. 일평균 820여명이 다녀간 셈이다. 국내 클래식역사가 롯데홀 개관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체 기획공연과 대관공연 비율은 3대 7.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기획공연 비중이 전체의 8%(2015년)인 것과 비교할 때 높은 수치다. 1년 공연장 운영예산만 200억원으로 이중 80억원가량을 기획공연에 투입했다.

음악인재 발굴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원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는 국내 젊은 연주자 육성을 위해 롯데문화재단이 만든 단체다. 정명훈 지휘자가 감독을 맡아 내년 1월 창단공연을 올린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롯데문화재단은 2016년 기준 기업문화재단 중 메세나(문화예술지원) 지출 2위에 올랐다. 재단 운영 1년 만의 성과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30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산토리홀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운영 1년 만에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며 “미래가 밝다. 민간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하기 어려운 사회환원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필름·오페라콘서트…히트작 제조기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을 발빠르게 먼저 선보인 곳도 ‘롯데홀’이다.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소프라노 임선혜 등 유명스타 초청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개관공연에 섰던 정명훈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을 맡은 첫돌 잔치도 18일에 연다. 박 평론가는 “선별한 젊은 음악가의 설 자리를 마련해 스타덤에 올려놓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8월 11~12일 호러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를 필름콘서트로 선보였다(사진=롯데문화재단).
낮공연(마티네) 시리즈인 ‘엘 콘서트’와 필름·오페라콘서트, 파이프오르간 공연도 롯데가 앞장서 유행시킨 히트작이라 할만하다. 클래식 입문자를 비롯해 주부·어린이관객을 공연장으로 부르는 데 기여했다. 올해 43회로 예정된 엘 콘서트를 내년엔 요일별로 패턴화시켜 더욱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충성고객도 많아졌다. 연간 롯데홀 공연을 가장 많이 찾은 관객 상위 10명의 소비형태를 보면 평균나이 49.1세, 대략 59회 공연을 봤다. 남녀비율은 6대 4다. 가장 ‘큰손’은 60여차례 티켓을 산 40·50대 클래식 마니아층이다.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관객은 78세 여성 유료회원으로, 1년간 750만원을 썼다. 가장 많이 팔린 단일공연은 지난 1월 3∼4일에 열었던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3942석). 그 뒤를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 빈필 내한공연 등이 이었다.

△재정 안정성 우려·롯데만의 특색 있어야

좌석별로 음향의 편차가 큰 것은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받았다. 류태형 평론가는 “음향은 1년 새 어느 정도 안정된 것 같다. 개관 초기보다 나아졌다. 지속적으로 보강하면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아. 다만 “마이크를 쓰는 확성공연에 취약한 것은 개선점”이라고 말했다. 진덕 KBS교향악단 비올라 부수석은 “잔향이 길고 뻗어나가는 소리의 직진성이 좋아 객석까지 잘 전달된다. 그만큼 작은 잡음까지 청중에게 전달돼 양날의 검 같은 홀”이라고 했다.

롯데콘서트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확성 공연시 보다 선명하고 깔끔한 음질을 선보이기 위해 공을 들인다고 했다. 롯데 측은 “벽면 배너커튼 32개, 바닥 흡음카페트 24개를 보유하고 있다. 확성 공연시 연주자들과 배너 커튼 및 흡음 카페트 설치에 대한 부분을 협의해 균형 있는 음색을 구현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공연장 최초로 인터미션을 30분(보통 15~20분)으로 늘린 시도는 호불호가 갈렸다. 류 평론가는 “30분 동안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없다. 티켓이 비싼 만큼 혼자 공연을 보러오는 나홀로 관객을 배려했으면 한다”며 “혼자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하동관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롯데는 “공연시간, 개인의 주거지, 교통편, 계절 등에 따라 인터미션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매우 주관적”이라면서 “관객 선호도를 연말까지 조사해 보다 일관된 인터미션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취약한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온다. 공연·대관수익을 더해도 여전히 적자운영이다. 모자란 비용은 그룹 계열사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 대표는 “그룹에서도 문화예술이 수익이 안 되는 건 잘 알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와 평가를 얻는 게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만의 뚜렷한 특색이 안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나리메 작곡가는 “기획과 대관 공연의 차별성이 없다. 오르간 파트 외에 중구난방식이란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며 LG아트센터 같은 뚜렷한 특색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정도 기획공연 등 운영방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제성 평론가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전문기획자가 있어야 한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의 플로리안 리임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며 “유수의 음악가를 섭외할 수 있는 인맥과 경험이 많은 음악감독을 초빙해 선진의 시스템을 배우고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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