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네 삶…그게 다 예술이야
작성일2017.10.24
조회수2,076
관객 경험 담은 연극 두 편 나란히 무대에
'로드씨어터 대학로2'
일반인이 배우로 직접 출연
극장 아닌 대학로 전체가 무대
'좋아하고있어'
여고생의 동성애 이야기 다뤄
창작 과정에 청소년도 참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관객의 이야기가 곧 무대 위의 이야기가 된다. 관객 경험을 반영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 위에 나란히 오르고 있다. ‘로드씨어터 대학로2’(27~29일 대학로예술극장)는 일반인이 배우로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좋아하고있어’(29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는 실제 청소년의 의견을 작품에 반영해 현실적인 청소년 이야기를 그린다.
△모두가 ‘삶’이라는 예술작품의 주인공
“올해 처음 연극을 해봤습니다. 30년 동안 ‘갑’들을 만나면서 ‘을’로 사회생활 하는 게 연극과 다르지 않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하면서 여러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며 살아왔지만 (연극을 통해)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아볼 수 있다는 기회 같은 걸 느끼고 싶은 걸까요.”
상복을 입고 무대에 선 중년의 남자가 나직이 말한다. 무대 뒤 화면에는 남자의 과거를 담은 사진들이 추억처럼 지나간다. 한 평생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남자는 조금 전 대학로 인근 서울대병원에서 배우로 연기를 펼쳤다.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숨긴 채 말이다.
‘로드씨어터 대학로2’는 극장을 벗어나 대학로 전체를 무대로 삼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극장에 모인 관객은 25명씩 한 팀을 이뤄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1시간가량 대학로 일대를 돌아다닌다. 사전에 지급받은 헤드폰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연을 감상한다. 대학로를 거닌 관객은 극장에 돌아와 남은 공연을 보게 된다.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인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속편이기도 하다. 지난번 공연은 대학로에서 살아가는 연극인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공연은 연극인을 포함한 일반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관객은 대학로를 돌아다니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극장에 돌아온 뒤에야 이들이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총연출을 맡은 이곤 연출은 “작년에 ‘로드씨어터 대학로’를 마친 뒤 대학로가 꼭 연극인의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연극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이 연출은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본을 구성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작가의 가공 없는 100% 이들의 경험담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인부터 배우 지망생까지 출연진의 면모도 다양하다. 지난해 ‘로드씨어터 대학로’ 공연 당시 극장 하우스어셔로 일했던 이도 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관객은 무대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모두 삶이라는 예술작품의 주인공임을 느끼게 된다. 이 연출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으로 관객과 더욱 깊이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말하는 청소년 이야기
“역시 최애는 사랑이지. 네가 덕통 사고를 안 당해봐서 그래. 좋아하다 죽는 거지. 딱 얘다 하는 순간, 치여서 꽝!” “사실은 나 여덕이야. 진짜 그냥 여덕. 요새는 레드벨벳을 좋아해. 너무 갑작스러운 덕밍아웃이었다.”
체육복 바지 위에 교복 치마를 입은 세 명의 여고생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소리도 질렀다 눈물도 흘렸다 종잡을 수 없다. 영락없는 10대다. 대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최애’ ‘덕통 사고’ ‘여덕’ ‘덕밍아웃’ 등 젊은 세대가 아니라면 생소한 단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좋아하고있어’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올 하반기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청소년극 창작희곡 개발 프로그램인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를 통해 지난해 ‘아는 사이’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여고생의 동성애 이야기로 불안하고 혼란스럽지만 생동감 넘치는 10대 소녀들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는 청소년의 시선에서 청소년극을 제작하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대표적인 희곡 개발 프로그램이다. 창작 과정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도 청소년이 참여하는 워크숍과 오픈리허설을 진행해 작품을 수정·보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10대들의 단어와 대화는 이들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은 “동성애를 가볍지만 진지하게 표현한 것 같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거리를 보고 싶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작품 제목이 바뀐 것도 청소년들의 참여 덕분이다. 극본을 쓴 황나영 작가는 “쇼케이스를 거치면서 사랑의 감각과 자기 인정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이 지점을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7년의 청소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 마음을 열어 말해준 아이들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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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관객의 이야기가 곧 무대 위의 이야기가 된다. 관객 경험을 반영한 두 편의 연극이 무대 위에 나란히 오르고 있다. ‘로드씨어터 대학로2’(27~29일 대학로예술극장)는 일반인이 배우로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좋아하고있어’(29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는 실제 청소년의 의견을 작품에 반영해 현실적인 청소년 이야기를 그린다.
△모두가 ‘삶’이라는 예술작품의 주인공
“올해 처음 연극을 해봤습니다. 30년 동안 ‘갑’들을 만나면서 ‘을’로 사회생활 하는 게 연극과 다르지 않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사회생활, 가정생활을 하면서 여러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며 살아왔지만 (연극을 통해)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아볼 수 있다는 기회 같은 걸 느끼고 싶은 걸까요.”
상복을 입고 무대에 선 중년의 남자가 나직이 말한다. 무대 뒤 화면에는 남자의 과거를 담은 사진들이 추억처럼 지나간다. 한 평생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남자는 조금 전 대학로 인근 서울대병원에서 배우로 연기를 펼쳤다.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숨긴 채 말이다.
‘로드씨어터 대학로2’는 극장을 벗어나 대학로 전체를 무대로 삼는 관객 참여형 공연이다. 극장에 모인 관객은 25명씩 한 팀을 이뤄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1시간가량 대학로 일대를 돌아다닌다. 사전에 지급받은 헤드폰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연을 감상한다. 대학로를 거닌 관객은 극장에 돌아와 남은 공연을 보게 된다.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인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속편이기도 하다. 지난번 공연은 대학로에서 살아가는 연극인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공연은 연극인을 포함한 일반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인다. 관객은 대학로를 돌아다니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배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극장에 돌아온 뒤에야 이들이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총연출을 맡은 이곤 연출은 “작년에 ‘로드씨어터 대학로’를 마친 뒤 대학로가 꼭 연극인의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연극 경험 유무와 상관없이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이 연출은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본을 구성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작가의 가공 없는 100% 이들의 경험담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인부터 배우 지망생까지 출연진의 면모도 다양하다. 지난해 ‘로드씨어터 대학로’ 공연 당시 극장 하우스어셔로 일했던 이도 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관객은 무대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모두 삶이라는 예술작품의 주인공임을 느끼게 된다. 이 연출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으로 관객과 더욱 깊이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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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말하는 청소년 이야기
“역시 최애는 사랑이지. 네가 덕통 사고를 안 당해봐서 그래. 좋아하다 죽는 거지. 딱 얘다 하는 순간, 치여서 꽝!” “사실은 나 여덕이야. 진짜 그냥 여덕. 요새는 레드벨벳을 좋아해. 너무 갑작스러운 덕밍아웃이었다.”
체육복 바지 위에 교복 치마를 입은 세 명의 여고생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소리도 질렀다 눈물도 흘렸다 종잡을 수 없다. 영락없는 10대다. 대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최애’ ‘덕통 사고’ ‘여덕’ ‘덕밍아웃’ 등 젊은 세대가 아니라면 생소한 단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좋아하고있어’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올 하반기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청소년극 창작희곡 개발 프로그램인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를 통해 지난해 ‘아는 사이’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여고생의 동성애 이야기로 불안하고 혼란스럽지만 생동감 넘치는 10대 소녀들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는 청소년의 시선에서 청소년극을 제작하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대표적인 희곡 개발 프로그램이다. 창작 과정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도 청소년이 참여하는 워크숍과 오픈리허설을 진행해 작품을 수정·보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10대들의 단어와 대화는 이들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은 “동성애를 가볍지만 진지하게 표현한 것 같다” “우정과 사랑 사이의 묘한 거리를 보고 싶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작품 제목이 바뀐 것도 청소년들의 참여 덕분이다. 극본을 쓴 황나영 작가는 “쇼케이스를 거치면서 사랑의 감각과 자기 인정의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이 지점을 더욱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7년의 청소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 마음을 열어 말해준 아이들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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