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 삼국지 영웅들, 모더니즘 입다

현대 무용 접목한 판소리극 군무로 표현한 삼국지의 영웅들 모던하고 역동적.. 디테일은 성겨
판소리극 ‘적벽’의 한 장면(사진=정동극장)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주먹으로 바닥을 쿵쿵 때렸다. 열아홉 명의 소리꾼이 내는 울림이 곧 말발굽 소리처럼 들렸다. 군무는 에너지다. 하늘을 향해 다 같이 손을 흔들자 동남풍이 불었다. 붉은 부채가 춤을 추자 화염이 일었다. 제갈공명의 신기에 바람이 불었고 물결을 헤치며 나아간 황개의 고육지책으로 조조의 진영에 불이 붙었다. 삼국의 영웅이 모여 적벽을 불태운 적벽대전이다.

판소리극 ‘적벽’은 유비 삼형제가 모여 도원결의를 하고 삼고초려를 통한 제갈공명의 출사와 적벽에서의 결전, 도망치는 조조에게 결국 길을 내어주는 관우의 이야기다.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주요 영웅들이 출연해 천하를 놓고 승부한다.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병졸들의 애환을 흥겹게 풀어 해학과 골계미를 살렸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이자 가장 드라마틱하고 웅장하다는 평가를 받는 ‘적벽가’에 현대무용을 접목했다. 아쟁·대금·피리·고수 등에 드럼과 신디사이저 등 전자악기를 더해 현대적이다. 모던과 심플, 미니멀하게 구성하려 노력했다. 1800여년 전 이야기를 2018년식으로 재해석했다. ‘보이는 소리, 들리는 움직임’이라는 콘셉트로 안무를 구성해 역동적인 무대가 돋보인다. 1인의 다각적이고 자유로운 음악성인 판소리에 군무를 보태 극진행이 흥미롭다. 특히 다양한 색상의 부채를 활용해 무대라는 공간의 한계를 돌파한 게 눈에 띈다.

호탕하게 중원을 내달리던 삼국지의 영웅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무대에서 살아난다. 배우가 아닌 소리꾼을 중심으로 모인 출연진이 함께 내지르는 소리가 웅장하다. 1인 판소리극과 비교해 인간의 몸짓과 합창이 스펙터클하다. 하지만 일부 출연진에겐 아직 안무가 낯설다. 새로운 조합을 통한 재해석은 흥미롭지만 구성의 성김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적벽’의 대본과 연출은 정호붕 중앙대 전통예술학부장이 했다. 탄츠비 현대무용단의 김봉순 대표가 안무를 구성했으며 우리음악공작소 엮음소리의 이경섭 대표가 음악감독이다. 지난해 창작ing를 통해 개발한 작품으로 수정과 보완을 거쳐 1년여 만에 다시 선보인다. 4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정동극장은 ‘적벽’을 필두로 기획공연과 상설공연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