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크레인, 옥상 텃밭…그곳에 우리네 애환이 있소
작성일2018.04.16
조회수2,268
재공연 오른 지난해 연극계 화제작 2편
'말뫼의 눈물' 조선소 노동자의 삶 다뤄
'옥상 밭…' 연립주택 무대 소시민 갈등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높이 128m의 크레인에 노동자가 오른다. ‘사람’이 사라진 작업현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연립주택에서는 옥상에 만든 작은 밭을 놓고 싸움이 붙는다. 소시민들이 재개발에 대한 욕망을 놓고 둘로 나눠 갈등을 빚는다.
노동자와 소시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두 편의 연극이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극단 미인의 ‘말뫼의 눈물’(4월 2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서울시극단의 ‘옥상 밭 고추는 왜’(4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다.
‘말뫼의 눈물’은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 선돌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올해 국립극단 기획초청 작품으로 재공연에 올랐다. 초연 당시 “지역의 현실과 노동구조의 현실, 그 속의 사람들까지 깊숙하게 들여다본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보다 더 큰 무대로 장소를 옮겨 완성도를 높였다.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도시 말뫼에 있던 세계적인 조선소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내놓은 높이 128m, 폭 164m의 당시 세계 최대의 크레인을 가리킨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이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여 울산에 설치했다. 당시 조선소 폐업으로 3만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 말뫼의 시민들은 크레인 해체를 지켜보던 눈물을 흘렸다. ‘말뫼의 눈물’이라는 별칭이 생긴 이유다.
작품은 조선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하숙집을 배경으로 조선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임을 이야기한다. 스웨덴에 이어 한국에서 반복되는 조선업의 몰락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산업역군으로 한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기성세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청 노동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사람’의 가치가 사라진 노동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역설한다.
극단 미인은 극작가 겸 연출가 김수희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며 2006년 창단한 극단이다. 이번 작품은 김수희 연출이 2014년 선보인 ‘공장’의 작가 박찬규로부터 노동현장에 대한 희곡을 직접 써보라는 권유로 집필했다. 울산과 함께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인 거제도 출신인 김수희 연출은 조선업계 관련 탐방 기사와 서적을 섭렵하고 조선업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감가는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지난해 초연 당시 연출가인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와 극작가 장우재가 11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7 올해의 공연 베스트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이번 재공연은 초연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초연의 감동을 다시 전한다.
작품은 지어진지 20년 이상이 된 서울의 다세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한다. 옥상에 만든 텃밭을 놓고 벌어지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 옥상 밭 고추에서 빚어진 갈등은 재개발에 대한 욕망과 이웃 간의 단절된 의사소통 등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며 평범한 소시민을 혼돈 속에 빠트린다.
장우재 작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독일 사회운동가 페트라 켈리의 말에 영감을 얻어 대본을 썼다. 장우재 작가는 “상대에게는 사소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큰 것들의 목록이 서로 너무 많이 다르다”며 “다양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공간, 이 혼돈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초연에 이어 배우 이창훈, 고수희가 출연해 현태 역과 현자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유성주·이창직·백지원·한동규·최나라 등이 함께 한다. 김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광장의 촛불시위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사회적인 문제가 우리 삶 속에 어떻게 충돌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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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높이 128m의 크레인에 노동자가 오른다. ‘사람’이 사라진 작업현장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연립주택에서는 옥상에 만든 작은 밭을 놓고 싸움이 붙는다. 소시민들이 재개발에 대한 욕망을 놓고 둘로 나눠 갈등을 빚는다.
노동자와 소시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두 편의 연극이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극단 미인의 ‘말뫼의 눈물’(4월 22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서울시극단의 ‘옥상 밭 고추는 왜’(4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다.
‘말뫼의 눈물’은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 선돌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올해 국립극단 기획초청 작품으로 재공연에 올랐다. 초연 당시 “지역의 현실과 노동구조의 현실, 그 속의 사람들까지 깊숙하게 들여다본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보다 더 큰 무대로 장소를 옮겨 완성도를 높였다.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도시 말뫼에 있던 세계적인 조선소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내놓은 높이 128m, 폭 164m의 당시 세계 최대의 크레인을 가리킨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이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들여 울산에 설치했다. 당시 조선소 폐업으로 3만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 말뫼의 시민들은 크레인 해체를 지켜보던 눈물을 흘렸다. ‘말뫼의 눈물’이라는 별칭이 생긴 이유다.
작품은 조선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하숙집을 배경으로 조선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임을 이야기한다. 스웨덴에 이어 한국에서 반복되는 조선업의 몰락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산업역군으로 한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던 기성세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하청 노동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사람’의 가치가 사라진 노동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역설한다.
극단 미인은 극작가 겸 연출가 김수희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며 2006년 창단한 극단이다. 이번 작품은 김수희 연출이 2014년 선보인 ‘공장’의 작가 박찬규로부터 노동현장에 대한 희곡을 직접 써보라는 권유로 집필했다. 울산과 함께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인 거제도 출신인 김수희 연출은 조선업계 관련 탐방 기사와 서적을 섭렵하고 조선업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감가는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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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밭 고추는 왜’는 지난해 초연 당시 연출가인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와 극작가 장우재가 11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7 올해의 공연 베스트7’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이번 재공연은 초연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시 모여 초연의 감동을 다시 전한다.
작품은 지어진지 20년 이상이 된 서울의 다세대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한다. 옥상에 만든 텃밭을 놓고 벌어지는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 옥상 밭 고추에서 빚어진 갈등은 재개발에 대한 욕망과 이웃 간의 단절된 의사소통 등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며 평범한 소시민을 혼돈 속에 빠트린다.
장우재 작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독일 사회운동가 페트라 켈리의 말에 영감을 얻어 대본을 썼다. 장우재 작가는 “상대에게는 사소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큰 것들의 목록이 서로 너무 많이 다르다”며 “다양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이 공간, 이 혼돈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초연에 이어 배우 이창훈, 고수희가 출연해 현태 역과 현자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유성주·이창직·백지원·한동규·최나라 등이 함께 한다. 김 연출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광장의 촛불시위가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사회적인 문제가 우리 삶 속에 어떻게 충돌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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