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결말은 잊어라…비운의 '카르멘' 이색 무용으로

연습 현장 미리 본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창작발레 전문 제임스 전 안무·연출 맡아 오페라·발레·한국무용 색다른 만남 시도 "서울시무용단만의 움직임으로 재해석해"
서울시무용단 ‘카르멘’에서 카르멘 역을 맡은 단원 김지은(가운데)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연 제작발표회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무용단 연습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연습실은 이내 스페인의 떠들썩한 거리로 변신한다. 분주하던 분위기도 잠시, 무용수들의 시선은 이내 매혹적인 몸짓으로 남자들을 유혹하는 한 명의 무용수로 쏠린다. 비운의 여인, 카르멘의 등장이다.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시무용단이 올해 첫 신작이자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 작품으로 비제의 동명 오페라에서 모티브를 따온 ‘카르멘’(5월 9·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선보인다. 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를 지냈던 제임스 전이 안무를 맡아 오페라와 발레, 한국무용이 한데 뒤섞인 독특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한 20분 분량의 주요 장면을 통해 작품의 묘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비제의 익숙한 오페라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은 팔동작을 활용한 한국무용 특유의 몸짓을 보여줬다.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모던함이 돋보였다. 카르멘 역을 맡은 무용수 오정윤·김지은의 뇌쇄적인 몸짓, 카르멘과 ‘밀당’을 하는 남자 무용수들, 이들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자 무용수들이 어우러져 역동적인 ‘흥’을 느끼게 했다.

미국 줄리아드 대학 출신인 안무가 제임스 전은 1995년부터 2016년까지 민간발레단체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가로 활동하며 창작발레 작업으로 발레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그런 그가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시무용단을 위해 오페라를 소재로 한 작품을 안무하고 연출까지 맡아 궁금증이 크다.

제임스 전 안무가는 “안무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여러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장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발레, 또는 현대무용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울시무용단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정서와 움직임을 바탕으로 안무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작품을 함께 만들다 보니 하나로 엮이는 흔히 않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무용단 ‘카르멘’ 안무와 연출을 맡은 안무가 제임스 전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연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무용수들도 제임스 전 안무가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오정윤은 “제임스 전 안무가는 카르멘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주지 않고 대신 우리가 직접 카르멘을 해석하기를 바랐다”며 “음악의 움직임을 해석하면서 원작과 다른 색깔의 카르멘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지은은 “매력적이고 당당한 카르멘을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새롭고 즐겁고 유쾌하게 작품을 풀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안무가는 중앙대 11학번 동기로 서울시무용단에 최근 입단한 신예 무용수다. 제임스 전 안무가가 두 사람을 직접 캐스팅했다. 제임스 전 안무가는 “30년 넘게 안무하면서 캐스팅이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며 “최종 후보로 압축된 5명의 무용수 중 한 달 동안의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이들 두 사람을 카르멘 역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카르멘’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 지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때문이다. 카르멘은 남성들의 세계에서 결국 죽음으로 생을 마치는 비운의 여자 주인공이지만 남성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희대의 여성 캐릭터이기도 하다.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 등 최근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 반영한 듯 서울시무용단의 ‘카르멘’은 원작과 다른 결말을 제시한다. 각색을 맡은 서지영 작가는 “이번 작품은 남자 주인공 호세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이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원작과 전혀 다른 서울시무용단만의 결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전 안무가는 “80분이 30분처럼 느껴지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한국적인 결말을 본 공연에서 확인해달라”고 귀띔했다.

의상과 무대도 색다른 볼거리를 전한다. 김정숙 여사의 취임식 의상을 디자인한 의상디자이너 양해일이 민화를 모티브로 해학적이면서도 예술성을 갖춘 의상을 준비하고 있다. 무대 디자이너 심재욱은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원작과 달리 심플하고 모던한 세트로 채울 예정이다.

서울시무용단 ‘카르멘’에서 카르멘 역을 맡은 오정윤(오른쪽)과 호세 역의 최태헌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서울시무용단 연습실에서 연 제작발표회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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