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바이올린 억만시간 켜면 뭐해…신비함 못 느끼면 꽝"

바이올린만 보고 산 인생 70년 33번째 정규 앨범내고 3일 독주회 "다시 꺼낸 명기 과르니에리로 집시처럼 자유롭게 연주하고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하는 모습. 정경화는 6월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의 음악인생 70년을 돌아보는 공연을 한다(사진=뮤직앤아트컴퍼니).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거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의 징크스는 연습이었다.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렸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머리를 쥐어뜯었다. 분함을 못 이겨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는 일화도 있다. 어떻게든 소리를 내겠다는 그 고집, 음악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그 욕망, 몸 안의 에너지를 현 위에 쏟아내고야 말겠다는 그 집념. 바이올린을 잡았던 70년은 굳은살이 촘촘한 손으로 실체를 냈다.

정경화는 30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요즘은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음악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인은 무엇에도 지배받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어렸을 때는 ‘싱겁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 감정을 단순하게 음악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는 3일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경화는 자신의 음악인생 70년을 돌아보는 공연을 한다. 오랜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케빈 커너(55)와 함께 칠순인 올해 발매한 33번째 정규앨범 ‘아름다운 저녁’을 기념하는 자리로 꾸몄다. 공연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전성기와 함께한 과르니에리를 다시 꺼냈다. 1735년에 만들어진 바이올린이다. 2005년 갑자기 찾아온 손가락 부상으로 잠시 내려놓았었다. 그는 과르니에리를 두고 “연주자 스스로가 소리를 빚어내야 하는 악기”라며 “손가락을 다친 후에는 기술적인 면도 고민을 했는데 이제는 ‘재주부리는 연주’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컨디션이 돌아 왔다”고 밝혔다.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잠시 놓은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정경화는 활을 쥘 수 없는 손 대신 머릿속으로 바이올린을 잡았다. 그리고 집 앞에 흐르는 개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생기면 반려견과 뒷산에 올라 새소리도 들었다. 그는 “스스로 비워내는 연주가 무엇인지 이제 알 듯하다”고 읊조렸다. 기독교신자이지만 지난 26일 입적한 무산스님을 언급하며 “채우고 채우는 연주도 좋지만 덜어내고 덜어내다 보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더라”고 말했다.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와 같아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다. 내 소리도 변했다. 묵직해졌다는 이야기, 비올라를 연주하는 줄 알았다는 이도 있었으니까. 어떤 연주기법이 중요할까? 음악가 스스로가 음악에 신비함을 느끼고 그것을 객석에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음악의 경이로움과 신비함을 모르는 채 억만시간을 연습하면 뭘 하나.”

정경화는 2016년 뉴욕 카네기홀 역사상 처음으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완주하며 평생의 숙원을 이뤘다. 뉴욕과 런던, 상하이 등 세계에서 여전히 정경화의 소리를 원한다. 그는 “나이 먹으니 체력이 좀 달리더라”며 웃었다.

70년을 천재로 살았다. 여섯 살에 바이올린을 처음 잡은 후부터 가족과 스승, 나라의 자존심을 위해 연주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다. 한국 현대사와 함께하며 음악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았던 그는 이날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바를 마음껏 현에 담아야지. 10년을 더 살지, 얼마나 더 연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달고 시고… 직접 느끼는 그대로 연주하고자 싶다. 마치 집시처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하는 모습. 정경화는 6월 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의 음악인생 70년을 돌아보는 공연을 한다(사진=뮤직앤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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