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김치 에너지’ 같은 연주하고파”

2년 만에 다시 한국찾은 거장 첼리스트 앙상블 디토와 협연.. "젊은 활기 느껴진다" 12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11일 잠실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첫 협연이지만 마치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백발이 성성한 노년의 첼리스트가 몸을 조금씩 좌우로 흔들었다. 긴 활을 따라 움직이자 왼쪽 어깨에 올린 첼로가 떨리며 소리를 냈다. 곁에 있던 젊은 비올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그를 따랐다. 서른 평 남짓한 작은 연습실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으로 넘쳤다. 자유롭고 생명력 넘치는 연주로 ‘첼로의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0)다.

마이스키는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앙상블 디토와 함께하는 공연의 일부를 공개했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김치 에너지’ 같은 연주를 하고 싶다”며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젊은 아티스트와 연주하는 것은 젊음과 활기한 기운이 느껴져서 언제나 반갑다”며 “앙상블 디토와 함께 열정적이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협연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스키는 앙상블 디토의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유치엔 쳉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함께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018 디토페스티벌: 마이스키&디토’라는 이름으로 공연한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오중주 사단조’, 헨델의 ‘트리오 소나타 사단조’, 멘델스존의 ‘피아노 삼중주 1번 라단조’를 연주한다.

마이스키는 앙상블 디토와 음악으로 소통했다. 수십 년이나 먼저 활을 들었지만 후배들의 음악을 존중하고 눈높이를 동일하게 맞췄다. 그가 연습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나는 ○○라고 생각한다”와 “너는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때론 리처드 용재 오닐이 리드하거나 그가 제안한 방식을 따르기도 했다. 연주할 때는 카리스마 넘쳤으나 활을 놓을 때는 방긋 웃었다.

앙상블 디토의 유치엔 쳉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던 마이스키와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라며 “음악으로 거장과 대화를 하는 듯하여 매우 흥미롭고 신나게 연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를 잇는 연주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마이스키는 디토 앙상블과의 무대를 시작으로 15일에는 경남 김해문화의전당, 16일에는 롯데콘서트홀로 돌아와 슈테판 블라더가 지휘하는 빈체임버오케스라와 협연한다. 이들의 만남은 2011년 이후 7년여 만이다.

라트비아 출신인 마이스키는 첼로 거장인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를 모두 사사한 유일한 첼리스트다. 힘과 감성을 겸비한 연주로 전세계를 매료시킨 거장이다. 1998년, 당시 16세였던 장한나를 발굴해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키워냈다. 도이체 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인 그는 지난 30년간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레너드 번스타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로린 마젤,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등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했다. 35장 이상의 앨범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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