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 "전통음악의 변신, 동시대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

2018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지난해 이어 2년 연속으로 축제 진두지휘 대금연주자 이아람 음악감독 영입 '시너지 기대' "남산서 도시락 먹으며 즐기는 '여우락' 꿈꿔"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여우락 페스티벌’의 원일 예술감독은 “‘여우락 페스티벌’이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은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화와 예술감독 제도 도입 덕분”이라며 “남산을 무대로 하는 명실상부한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민요 록 밴드 씽씽은 지난해 미국 공영 라디오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한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해외가 먼저 주목한 국악 록 밴드 잠비나이는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출연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전방위 뮤지션 정재일은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선보인 영상쇼 ‘하나의 봄’에 깜짝 등장해 국악과 대중음악이 어우러진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전통 음악의 새로운 변화다. 그런데 이들을 누구보다 먼저 주목한 무대가 있다. 국립극장의 ‘여우락(樂) 페스티벌’이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뜻의 ‘여우락 페스티벌’은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실험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꾸미는 국립극장의 음악 페스티벌이다. 2010년 일종의 이벤트성 축제로 시작한 행사가 이제 여름이면 빠트릴 수 없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믿을 수 있고 새롭고 신명나는 축제

9회째를 맞는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7월 6~2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달오름극장)은 지난해에 이어 피리·타악 연주자이자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원일이 예술감독을 맡아 축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꾸준히 ‘여우락 페스티벌’에 참여해온 그는 올해 ‘우리 음악의 완벽한 삼박자-신(信)·신(新)·신명(神明)’을 주제로 다시 한 번 흥겨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원 예술감독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찍 축제를 준비했다”며 “국립극장 리모델링 공사로 공연장이 두 군데 줄어들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라인업을 꾸렸다”고 말했다.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지난해 15개보다 다소 줄어든 총 11개. 원 예술감독은 “올해는 신진 팀보다 바람곶, 솔리스트 앙상블 상상처럼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아티스트를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음악감독도 새로 영입했다. 대금 연주자로 음악그룹 나무 대표이자 블랙스트링 멤버로 활동 중인 이아람이 음악감독을 맡는다. 국립극장은 두 예술감독과 음악감독을 통해 전통과 동시대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 예술감독은 “이 음악감독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을 하는 젊고 감각적인 인물”이라며 “경험도 풍부한데다 나와도 쿵짝이 잘 맞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는 지난해 개막 공연을 계기로 팀을 결성한 굿 앙상블 장단 DNA와 시각디자이너 안상수가 함께하는 ‘홀림’으로 막을 연다. 최근 앨범 ‘모던민요’를 발표한 에스닉 퓨전 그룹 두번째달과 소리꾼 송소희의 ‘팔도유람’, 명창 안숙선이 1994년 연강홀에서 가진 전설적인 공연을 재현하는 ‘안숙선의 지음’, 보컬리스트 젠슈·드러머 사이먼 바커·대금 연주자 차승민이 함께하는 ‘아홉 개의 문’ 등이 펼쳐진다. 잠비나이의 단독 공연, 킹스턴 루디스카와 연희컴퍼니 유희의 콜래보레이션 무대도 만날 수 있다.

원 예술감독은 연주가로도 축제에 참여한다. 장단 DNA의 멤버이자 바람곶의 멤버로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을 빛낼 예정이다. 그는 “젠슈·사이먼 바커·차승민의 ‘아홉 개의 문’이나 이 음악감독이 실력파 연주자들과 함께 꾸미는 ‘애프터 산조’ 등은 ‘여우락 페스티벌’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놓쳐서는 안 될 공연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2018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유희스카(킹스턴 루디스카, 연희컴퍼니 유희)의 쇼케이스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전통음악 부족한 홍보, ‘여우락’ 힘 되길”

‘여우락 페스티벌’이 생명력을 갖고 9년 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시도와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전통음악 아티스트들의 덕분이다. ‘여우락 페스티벌’은 이들을 발굴해 대중에게 선보임으로써 전통음악의 실험과 도전을 응원해왔다. 지난해 콜래보레이션 무대를 가졌던 레게 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소리꾼 김율희는 성공적인 공연에 힘입어 팀을 이뤄 앨범 작업까지 하는 크고 작은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원 예술감독은 전통음악에서 다양한 실험과 변신이 이뤄지고 있는 원동력을 “동시대와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이라는 교육 시스템 안에 있다면 아무래도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서양음악과 달리 레퍼토리가 풍부하지 않은 국악 특성상 자연스럽게 창작을 하는 풍토가 존재하다 보니 이처럼 다양한 음악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길은 쉽지 않다. 홍보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원 예술감독은 “예전에는 아티스트의 능력과 예술성만 있으면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홍보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알릴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원 예술감독은 ‘여우락 페스티벌’이 앞으로 더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우리음악 축제가 되길 바란다. 국립극장이 있는 남산 전체를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도심 페스티벌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그는 “남산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여우락 페스티벌’을 즐긴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음악가로서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원 예술감독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음악도 아날로그와 전자적인 요소가 함께 만나는 변화가 일고 있다”며 “전통음악의 음향과 전자음악의 음향이 한데 어우러지는 ‘사운드 아트’로 일종의 설치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원일 예술감독은 “최근 빔 벤던스 감독의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에서 사진작가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가 세상의 구원을 찾기 위해 갈라파고스를 가는 장면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올 가을에는 갈라파고스를 가보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웃었다(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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