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예전엔 '끼'만 부렸네…서른 중반 '시카고'는 달라"

록시 하트만 네 번 연기한 ‘시카고’ 심볼 가수 출신이지만 ‘뮤지컬 배우’로 더 오래 활동 “무플보다 차라리 악플… 연예인의 삶 닮았네요"
뮤지컬 ‘시카고’에 록시 하트 역으로 출연하는 뮤지컬배우 아이비가 사다리에 올라 열연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오래 했다고 잘한다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비(35·본명 박은혜)는 근육을 가장 잘 쓰는 뮤지컬배우 중 한 명이다. 안무 소화력과 얼굴에 감정을 싣는 데 탁월하다. 많은 가수가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지만 아이비만큼 자신의 장기를 잘 활용하는 이도 드물다. 춤과 노래가 잘 어울려야 하는 ‘시카고’가 그의 대표작이 된 이유다.

최근 아이비를 뮤지컬 ‘시카고’를 공연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이제는 가수보다 뮤지컬배우란 표현이 더 익숙하다”는 아이비는 “예전에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게 창피해서 눈물이 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덧 가수보다 뮤지컬배우로 활동한 시간이 더 길어졌다. 서른 중반이 넘으니 이제는 체력이 달린다”며 눙쳤다.

댄스가수로 활동하던 아이비는 2010년 뮤지컬의 맛을 처음 봤다. 그러곤 2년 후 록시 하트를 만났다. 1920년대 미국의 시카고에서 재즈가수를 꿈꾸는 ‘시카고’ 속 여인이다. 그와의 만남으로 아이비는 뮤지컬의 매력에 더 빠져 들었다. 가수란 타이틀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뮤지컬배우의 길을 걷기로 했다. ‘시카고’에만 네 번을 출연했고 현재 한국에서 록시 하트를 가장 많이 연기한 배우가 됐다. 오랫동안 ‘시카고’를 지켜본 이들에게 아이비는 록시 하트의 상징과도 같다.

아이비는 “재능은 적은데 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며 “어릴 적에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이젠 ‘아이비 출연 뮤지컬은 거르자’란 말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저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도 했다.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긴장한단다.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이거밖에 못 하나’ 생각한다. ‘시카고’는 네 번째라 기계적으로 연기할 까봐 조심하는데, 익숙해서 편하다기보다 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6년 전 처음 록시 하트를 연기했을 때의 영상을 봤다. 끼만 부리고 있는 모습을 못 봐주겠더라.”

아이비가 록시 하트에 애정을 쏟는 것은 연예인으로 살던 자신과 닮아서다. 대중의 관심을 사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에 눈물을 쏟았다. “모두의 관심을 잃고 혼자가 되는 록시 하트를 연기하며 ‘나랑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외롭고 슬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곱씹는 것도 닮았다.”

무대에 서는 이들에게는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면 종종 뮤지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반응을 체크한다. ‘잘했다’는 칭찬보다는 ‘못했다’는 글을 먼저 ‘클릭’한다. 그리고 다시 채찍질하고 개선한다. 바로 ‘시카고’란 대형 뮤지컬에 네 번이나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다.

록시 하트가 아닌 벨마 켈리 등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도 있겠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최정원은 이 같은 방식으로 ‘시카고’의 뮤즈가 됐다. 아이비는 “벨마 켈리는 꿈의 배역이며 그를 연기하는 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라며 “만약 기회를 잡는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비는 오는 23일 ‘시카고’ 국내 1000회 무대에 오른다. “아무나 오를 수 있는 무대가 아닌데 출연하게 돼 기쁘고 평생 잊을 수 없을 듯하다”며 “얼마나 더 록시 하트로 출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아주 오랫동안 ‘아이비’란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바랐다.

뮤지컬배우 아이비가 뮤지컬 ‘시카고’에 록시 하트 역으로 나서 열연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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