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콘서트 월간 랭킹 리포트-11월>

공연 월간 예매 랭킹
<알레그리아> 또 한번의 도전, 태양의서커스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공연은,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하고, 귀를 풍부하게 하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서 공연 후 되돌아 가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드는 작품일 것이다. 그렇다면, 태양의서커스의 <알레그리아>가 사랑 받지 않을 까닭이 없어진다.

11월 한 달간 가장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 <알레그리아>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트 서커스를 표방하며 단순한 기예, 곡예의 수준을 넘어선 미적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는 제대로 들어 맞고 있다. 알레그리아의 삽입곡은 수 주간 빌보드 월드뮤직 차트에 올랐으며, 그래미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타이틀 곡을 순백의 요정이 부르며 나타나면 관객들은 환희를 넘어선 묘한 감흥에 젖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공연 장르에서 배우들의 영역 확장을 제대로 실현해 보이고 있는 작품은 지난 달 공연예매 랭킹 2위에 오른 뮤지컬 <캣츠>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이다. 오디션을 통해 배우를 선발한 이번 작품에서 우리는 한국 최고의 발레리노를, 오페라 무대를 누비던 성악가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상에 섰던 가수를, 그리고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그 실력을 더해가던 뮤지컬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어라는 로컬의 강점에 더하여 이들이 앙상블이 순항 중이다.

11월 11일 오픈, 명성에 걸맞은 3위라는 무난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매력은 무엇보다 극과 극을 오가며 광적으로 변해가는 주인공 지킬에 있다. 여기에 외형적인 변화 못지 않게 인간의 감정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뮤지컬 넘버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내년 2월 말까지 이러한 기세가 무리 없이 이어질지 기대해 본다.

올 한해 연극열전2는 연극 무대 뿐 아니라 공연계 전반에 커다란 바람을 몰고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달 예매 랭킹 상위 5위 중 유일하게 오른 연극도 역시 연극열전2의 작품 <웃음의 대학>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의 코드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배꼽을 잡고 있는 이 작품은 미타니 코우키라는 탄탄한 일본 희극 작가와 황정민, 송영창 등 연기파 배우들의 넉살스러운 연기가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크다.

이 밖에 서울 공연 뿐 아니라 지방 공연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5위)와 롱런 뮤지컬의 대표주자 <그리스>(6위), <헤드윅>(7위) 등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안정적인 작품이 역시 11월을 장식한 가운데, 새롭게 10위에 오른 창작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앞으로 활약 모습도 가늠해 볼 수 있는 한 달이었다.

콘서트 월간 예매 랭킹
<박진영 콘서트> 나쁜 남자, 나쁜 파티, 끌린다.

이 시대, 가장 ‘핫’하고 ‘센세이셔널’ 한 가수들을 배출하며,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제작자로 변신에 성공한 박진영. 하지만 그의 시작은 언제나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임을. 그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역시 준비중인 <박진영 콘서트 나쁜파티>가 11월 가장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콘서트 예매 랭킹 1위를 차지한 박진영의 무대는 부제에서부터 포스터까지 모든 것이 도발적이다. 12월 말, 일상으로 채워진 일년 간의 일들을 잠시 접어두고 ‘쉿, 하루쯤 뭐 어때?’라고 속삭이는 그의 은밀한 유혹에 많은 관객들은 거센 동조의 환호성을 보낸다. 남성, 혹은 여성 관객으로 치우치기 십상인 콘서트 예매 분포도가 박진영의 무대에서만큼은 2, 30대를 대상으로 매우 고르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무엇보다 ‘사운드’로 승부를 거는 <이승철의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11월 예매 랭킹 2위에 올랐다. 뛰어난 가창력, 음악적인 완성도는 무엇보다 무대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그리하여 가수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시간을 창출해 낸다. 이번 겨울은 서울을 비롯한 지방 공연도 준비되어 있어 전국의 이승철 팬들이 그와 그의 목소리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최근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 듯 TV와 라디오 등 공중 매체에 자주 서고 있는 서태지, 뭐니뭐니해도 콘서트 무대에서 만나는 그가 가장 반갑지 아니할까. 얼마 전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데 이어 앙코르 공연을 마련한 <서태지 심포니 앙코르>(3위) 역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록 음악과 톨가 카쉬프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만남은 크로스오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이 확실하다. 새로운 실험, 도전, 발생하는 제 3의 사운드는 서태지가 이 시대에 던지는 또 다른 메시지 일 것.

노래 뿐 아니라 쑈, 만담, 마술 등 기발한 퍼포먼스가 가득한 <컬투콘서트>는 4위에 올랐으며, 박효신, 휘성, 거미, 정엽 등 소울의 진수를 선사할 네 명의 뮤지션이 모인 <더 소울 콘서트>가 5위로, 진정한 소울 뮤직을 원했던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내년 1월 첫 내한공연을 가지는 영화 ‘원스’의 실제 주인공들의 프로젝트 그룹, <스웰시즌 내한공연>(6위)이 벌써부터 많은 관심 속에 상위권에 진입해 있으며, 신승훈, 조용필, 이승환, 김장훈 등 콘서트라면 결코 빠질 수 없는 국내 뮤지션들의 무대로 어느 때보다 꽉 차게 보낸 11월 콘서트계였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