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 바야데르’, 스펙터클 발레의 진수를 보다
작성일2009.04.22
조회수25,037
150명의 무용수, 200kg이나 되는 대형 코끼리, 온 몸을 황금으로 뒤덮은 황금신상이 등장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스펙터클 발레 ‘라 바야데르’가 무대에 올랐다. 인도의 무희라는 뜻의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흥행 레퍼토리로 그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그 이유는 발레를 어렵다 생각할지도 모르는 관객조차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색채, 그리고 다채로운 춤의 구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발레 ‘라 바야데르’는 그 넓다던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가 비좁아 보일 정도였다. 어지간해서는 놀라지도 않을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관객들이 “도대체 연이어 나오는 망령들의 줄은 언제 끝나냐”며 혀를 내두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양 옆으로 줄을 선 망령들의 환상적인 라인을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3막의 완성도는 매우 높아 보였다.
물론 위엄 있는 배경과 화려한 테크닉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관객들에게는 점프를 하고 번쩍거리는 보석들의 향연보다 고요하면서도 밀도 있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임혜경은 ‘어떻게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니키아 역을 잘 소화해냈다. 그녀는 오랜 시간 갈고 닦여진 노련함과 젊은 무용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찬란한 테크닉까지 두루 갖추어 훌륭한 춤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극의 중심에서 명확했다. 사랑했고, 사랑에 상처 받았지만, 죽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니키아라는 인물을 임혜경은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춤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물론 첫날 공연이라 실수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 중 감자티 역을 맡은 이상은은 그동안 장신의 키만큼 워낙 인상적인 춤을 보여 왔던 터라 기대가 있었던 무용수였는데, 이번 역할에는 조금 아쉬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캐스팅이 워낙 키가 큰 무용수들이 포진해 있어서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좀 떨어져 보였다. 특히 감자티 베리에이션 부분에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감자티의 표독스러움과 공주라는 신분 특유의 자신감을 느끼기엔 너무 얌전했다. 2막의 엔딩, 감자티의 푸에떼(32회전) 부분에서는 회전이 유독 느려지면서 방향 감각을 잃었고, 오케스트라는 그 박자를 따라감에 따라 클라이맥스가 뭉개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장면은 작품 속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흥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극의 구성이 흥미로웠다. 앵무새, 물동이, 스카프 등 소품의 활용도가 높고, 춤 역시 개개의 특성을 살려 흐름을 조율해 나갔다. 특히 이 작품은 클래식 발레 동작에 인도의 전통을 가미하여 발레를 더욱 독특하고 매력적인 춤으로 변형시킨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인사 방식과 신분의 차이 등 인도의 풍습을 담고 있는데, 이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문훈숙 단장의 상세한 설명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었다. 또한 마임 부분을 자막으로 처리해 “이해가 쏙쏙 잘 되고, 너무 재밌게 볼 수 있었다.”는 관객들의 평이 들려왔다. 어쩌면 공연마다 관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작품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관객을 위한 친절함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공연 날의 ‘라 바야데르’를 관람하고선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대단한 기운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스펙터클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오랜 시간 섬세하게 공들여 온 장인정신도 엿볼 수 있었다. 시각적인 웅장함, 발레의 절제된 화려함, 동양적 아름다움이 조화된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분명 최고의 발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그렇다. 발레 ‘라 바야데르’는 그 넓다던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가 비좁아 보일 정도였다. 어지간해서는 놀라지도 않을 자극적인 것에 익숙한 관객들이 “도대체 연이어 나오는 망령들의 줄은 언제 끝나냐”며 혀를 내두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양 옆으로 줄을 선 망령들의 환상적인 라인을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3막의 완성도는 매우 높아 보였다.
물론 위엄 있는 배경과 화려한 테크닉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면 관객들에게는 점프를 하고 번쩍거리는 보석들의 향연보다 고요하면서도 밀도 있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임혜경은 ‘어떻게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니키아 역을 잘 소화해냈다. 그녀는 오랜 시간 갈고 닦여진 노련함과 젊은 무용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찬란한 테크닉까지 두루 갖추어 훌륭한 춤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극의 중심에서 명확했다. 사랑했고, 사랑에 상처 받았지만, 죽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니키아라는 인물을 임혜경은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춤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물론 첫날 공연이라 실수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 중 감자티 역을 맡은 이상은은 그동안 장신의 키만큼 워낙 인상적인 춤을 보여 왔던 터라 기대가 있었던 무용수였는데, 이번 역할에는 조금 아쉬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캐스팅이 워낙 키가 큰 무용수들이 포진해 있어서 전체적으로 스피드가 좀 떨어져 보였다. 특히 감자티 베리에이션 부분에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감자티의 표독스러움과 공주라는 신분 특유의 자신감을 느끼기엔 너무 얌전했다. 2막의 엔딩, 감자티의 푸에떼(32회전) 부분에서는 회전이 유독 느려지면서 방향 감각을 잃었고, 오케스트라는 그 박자를 따라감에 따라 클라이맥스가 뭉개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장면은 작품 속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흥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극의 구성이 흥미로웠다. 앵무새, 물동이, 스카프 등 소품의 활용도가 높고, 춤 역시 개개의 특성을 살려 흐름을 조율해 나갔다. 특히 이 작품은 클래식 발레 동작에 인도의 전통을 가미하여 발레를 더욱 독특하고 매력적인 춤으로 변형시킨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인사 방식과 신분의 차이 등 인도의 풍습을 담고 있는데, 이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문훈숙 단장의 상세한 설명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었다. 또한 마임 부분을 자막으로 처리해 “이해가 쏙쏙 잘 되고, 너무 재밌게 볼 수 있었다.”는 관객들의 평이 들려왔다. 어쩌면 공연마다 관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작품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관객을 위한 친절함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공연 날의 ‘라 바야데르’를 관람하고선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대단한 기운을 가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스펙터클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오랜 시간 섬세하게 공들여 온 장인정신도 엿볼 수 있었다. 시각적인 웅장함, 발레의 절제된 화려함, 동양적 아름다움이 조화된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분명 최고의 발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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