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매드니스’ ‘죽여주는 이야기’ 등 불황에도 걱정 없는 장기공연 작품들의 힘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이던 경제 불황은 공연계에도 어김없이 불어 닥쳤다. 따라서 많은 창작자들은 신작 발표를 미루거나 제작 규모를 축소하는 등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장기공연을 이어가는 작품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작품들의 주된 특징은 앙코르에 앙코르를 거듭하며 해를 더할수록 더욱 깊은 작품성을 드러낸다는 것.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 꾸준히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돌며 사랑받는 작품들에게는 분명 그만의 매력이 존재할 터. 관객들은 늘 새롭고 신선한 것을 원한다. 따라서 통속적인 드라마와 결말이 예측되는 작품들은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즉 예상치 못한 결말과 신선한 스토리는 장기공연 작품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통점이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미용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관객들이 직접 용의자를 심문해 범인을 찾는다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공연장 안은 미용실을 방문한 손님들로 북적이고, 분주하게 돌아가던 미용실은 위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따라서 이 살인사건의 범인은 무대 위 배우들 중 한 명이고 관객들은 직접 범인을 찾아야 한다. 이로써 배우들은 사건 현장의 용의자로 관객들의 심문을 받게 되고, 관객들은 모든 사건을 지켜본 목격자이자 배심원 역할을 부여 받게 된다. ‘자살’이라는 진중한 소재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도 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주문자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인터넷 자살사이트 운영자의 활동상을 다룬 작품이다. 자살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안락사’는 손님들에게 단 한 번의 완벽한 죽음을 주선해주는 인물.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여자가 나타나게 되고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들어나며 서로의 실체가 밝혀진다. 공연 중 배우들은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을 ‘자살 상품’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한편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신선한 고찰이 돋보이는 창작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난중일기’에 기록되지 않은 3일 동안 이순신 장군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픽션으로 구성한 것이다. 영웅 이순신이 경상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거나 욕설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 새롭다. 또한 이 작품은 작은 일로 토라지거나, 눈물을 짜내기도 하는 ‘인간적인 이순신’에 초점을 맞춰 극의 재미를 더했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오는 7, 8월 연장 공연을 통해 대학로 장기공연의 새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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